만달로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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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라지에 돌아온 딘 자린의 눈에 담당 메카닉인 펠리 모토 옆에서 자신의 머신을 내려다보는 덩치 큰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파즈?”
“아, 정말로 아는 사람이었어?”
“그렇다고 했잖습니까.”

펠리에게 쓴웃음을 웃으며 대답한 남자가 뒤를 돌아보자 목에 걸려있는 VIP 패스가 보였다. 며칠 전 홈경기를 앞두고 경기를 보러 올 사람이 있는지 집에 연락했을 때는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이런 거 보러 올 시간은 없는 거 아니었어?”
“네가 물어봤을 때 거절해서 서운했어? 요즘 성적이 별로 안 좋아 보여서.”
“…그래서 오라고 물어본 거 아니야.”
“알아. 서프라이즈야. 네가 아니더라도 패스 구하는 거야 어려운 일도 아니고.”
“아 그러셔.”

두 사람이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펠리는 자리를 떠난 모양이었다. 이래서야 손님 상대는 딘의 몫이다.

파즈는 불편한 상대는 아니었다. 다만, 딘은 그의 비즈니스 모드가 익숙하지 않았고, 그가 갑작스럽게 패덕에 나타난 것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을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양복 차림을 본 것은 그로구의 입양 절차를 마무리했을 때라는 사실이나, 그것보다 더 오래된 기억 같은 것 말이다.

“……네가 양복 입은 건 오랜만에 보네.”
“그런가. 네 오버롤 차림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야. 경기 보러 온 적이 없어서 미안해진다.”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너도 정말 바빴잖아.”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딘은 기분이 묘했다. 지금은 명실공히 비즐라가의 후계자가 된 파즈였지만, 딘을 레이싱이라는 세계로 이끈 것은 그였다. 어쩌면—이 박스에 있는 것은 딘이 아니라 파즈였을 수도 있다.

잠시 지난 경기에 대한 이야기나,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세션이 시작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차고 안이 예선을 준비하는 메카닉들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계속 여기 있지는 못하지만 내일은 그로구도 데려와서 붙어 있을 거야.”
“사람들도 많고 시끄러울 텐데 괜찮을까. 아직 어리잖아.”
“걔보다 더 어린 애를 데려오는 사람도 있던데. 아저씨 말로는 우리 집에서 네가 나오는 경기를 보는 걸 제일 좋아하는 건 그로구래. 가까이서 보는 것도 좋아할 거야. 패스도 이미 받았고 너한테 거부권은 없어.”
“……너한테 맡겨도 괜찮을지도 걱정이야.”
“네가 그런 걱정을 하는 게 재미있네. 그럼 나중에 집에서 봐.”

딘의 어깨를 두드리고 파즈는 개라지를 빠져나갔다. 딘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펠리와 IG가 그의 곁에 다가와 예선 때의 세팅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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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 호텔이 아닌 집에서 머물 수 있는 경기다. 비즐라저로 돌아간 것은 그로구를 위해서였지만 이런 장점도 있었다.

저택으로 돌아오기 전, 혼자 살던 딘이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격주마다 있는 그랑프리 중간의 짧은 기간 혹은 시즌이 끝난 이후뿐이었다. 그나마도 연말연시가 지나면 행사니 스폰서 활동이니 하는 일로 바빴다. 언제나 그를 맞이하는 것은 친구인 카라가 주기적으로 모아준 우편물 더미와 혼자라는 사실 뿐이었다.

저택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의 방으로 올라가기 전, 딘은 운동복 차림의 파즈와 마주쳤다. 그로구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마저도 딘에게 익숙한 모습이었다.

“아빠 왔네.”
“그로구. 할아버지랑 같이 자는 거 아니었어?”

졸려서 눈이 반쯤 감겨있으면서도 손을 뻗는 아이를 건네받았다. 품 안에 안긴 작은 따뜻함에 딘의 표정이 풀어졌다.

“네가 오늘도 오는 걸 아니까 깨어있는 거야. 누구 닮아서 얼마나 고집이 센지, 아저씨 말도 안 들어.”
“같이 기다려준 건 고맙지만 할아버지 말은 잘 듣고 일찍 자야지. 내일은 파즈랑 같이 아빠한테 올 텐데.”
“므어?”
“응, 그러니까 일찍 자자.”

그로구의 이마에 키스를 건네자 아이는 행복하다는 듯 작은 소리를 냈다.

 

2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아이는 잠에 떨어졌다. 그로구를 침대에 눕히고 이마에 키스를 한 후에야 딘은 아이 방 침실 불을 껐다. 파즈는 응접실 소파에 앉아 딘이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파즈의 맞은편 소파에 앉은 딘은 내일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일 언제 올 거야?”
“그로구 일어나서 정신 차리면.”
“내일 만약에 그로구가 보채거나 피곤해 보이면 내 모터홈에 들어가. 팀원들한테도 얘기해뒀고 카가한테도 말해뒀으니까 어디인지 얘기해 줄 거야, 거기서 편하게 있어.”
“그래. ……그것보다 넌 괜찮겠어? 그로구를 서킷에 데려가는 건 처음인데.”

데리고 오겠다고 말을 꺼낸 것은 파즈였으면서 이제야 겁이 나기라도 한 것일까. 의아하다는 얼굴로 파즈를 바라보자 기자들이 귀찮게 굴진 않을까,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기자라는 단어에 딘은 무심코 웃음을 내뱉었다. 파즈는 딘이 인터뷰에서 제일 재미없는 답변을 하는 드라이버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나한테 아들 얘기로 질문 공세를 할 사람은 없어. 오히려 네 주변에서 사진기자들이 좀 귀찮게 굴지도 몰라.”
“기자들이 다 그렇지.”

유명인의 삶이란 어디든 똑같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파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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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딘은 비즐라가의 트로피 장식장에 자신의 트로피가 늘어가는 것을 불안하게만 느꼈다. 파즈가 레이싱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것은 딘이 그 불안을 속에만 품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마자 딘은 파즈를 붙잡았다.

“왜 그만두는 거야…?”
“그냥. 다른 걸 하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

딘이 그 갑작스러운 선언을 이해할 수 없었던 반면 파즈는 담담하게 자신의 결정을 이야기했다.

“너한테 지는 것도 싫고.”
“항상 그런 건 아니잖아.”
“지금은 그렇지.”

파즈의 말에 딘은 입을 다물었다. 서킷 밖에서 그의 호승심을 실감한 것은 처음이었다.

비즐라 저택에 딘이 들어온 이후, 파즈는 언제나 그보다 한 살 많은 형의 역할을 자처해왔다. 딘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에게는 이 저택의 모든 것이 어색하기만 했고, 그가 어디에 있어야 망설이고 있으면 파즈는 그를 그 어색한 자리에서 빼내주었다.

그를 따라서 카트를 시작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트랙 위에서는 모두 혼자만의 싸움을 이끌어간다. 겨우 열 몇 살이 된 아이들이라도 이기고 지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어렴풋이, 그들이 달리고 있는 길을 알게 된다.

파즈는 그가 달리던 길에는 미래가 없다고 보았다.

“내가 그만둔다고 해도 너는 신경 쓰지 마. 네가 레이스를 계속하고 싶다면 계속해도 괜찮아. 아니, 이것도 이상한 말이지—내가 그걸 허락하는 사람도 아닌데. 결정은 네가 하는 거야, 딘.”
“…….”
“네 매니저를 하겠다는 사람이 찾아왔다는 얘기 나도 들었어.”

지난번 경기가 끝난 후, 그리프 카가라는 사람이 딘을 찾아왔다. 카가는 지난 몇 경기 동안 딘을 지켜보았다고 운을 띄웠다. 딘의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칭찬을 웃는 얼굴로 받아들였지만, 레이싱계에서의 경력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그것은 칭찬이 아니라 계약에 관한 이야기가 되었다. 카가는 명함을 건네주고는 좀 더 깊게 이야기할 마음이 있으면 연락을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 제안이 있다는 사실을 파즈에게 숨기려 했던 것은 아니다. 딘은 그저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믿나 봐.”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잘 모르겠어. 그냥 경기에 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니까.”
“그걸 재능이라고 하는 거야 바보야.”

파즈는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다. 서킷에서 딘을 지켜보는 남자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남자가 파즈의 아저씨이자, 딘의 아버지와 이야기했다는 사실도.

아버지를 포함한 집안 어른들이 성실함이라는 덕목을 한참 어린 파즈에게 알려주려고 했을 때, 파즈는 고개를 끄덕였던 적이 있었다.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얼핏 보면 성실함이란 당연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아니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도, 두 사람을 비교하지는 않았다. 그런 비교가 없더라도 파즈는 딘과 자신이 어떻게 다른지 충분히 깨달았다. 딘은 저렇게 말하지만, 경기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포인트를 얻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파즈도 알고 있다.

“하지만… 목표가 있는 건 너였잖아.”

파즈가 저렇게 말했는데도 딘은 여전히 확신 없는 눈빛으로 파즈를 바라보았다.

목표야 있었다. 올해 시리즈에서, 우승을 할 거라는 그런 선언을 한 적이 있었다. 먼 훗날에는 프로페셔널 레이서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 건 바뀔 수도 있는 거고, 너도 지금부터 생각해도 늦지 않을 거야. 어차피 네가 계속 레이스를 할 거라면 갈 수 있는 정상은 정해져 있으니까.”

딘이 그런 이야기를 꺼낸 적은 없었다. 목표나 정상 같은 거창한 말은 그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히 주말마다 저택을 떠나 서킷에 향하는 것이 좋았다. 기계를 만지는 순간이 좋았고, 아버지와 파즈와 함께하는 외출이 좋았으며, 서킷 위에서 파즈와 동등하게 대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렇지만 그런 날들은 이제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응.”
“네가 쓰던 헬멧을 줘.”
“헬멧?”
“응.”

갑작스러운 제안에 파즈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딘을 내려다보았다.

“나야, 상관없지만……. 너는 빨간색이 좋다고 했잖아.”
“그랬지.”
“요란한 무늬를 넣는 것도 싫다며.”

파란색에 비즐라 가의 문장이 들어간 헬멧은 조금 독특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요란한 무늬라고 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한 후에야 파즈가 말하는 것이 딘이 처음 헬멧을 골랐을 때의 이야기라는 것을 딘은 깨달았다.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두 잊고 있었던 딘은 파즈가 그런 말을 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도 네 헬멧이잖아. 내가 레이스를 계속하는 동안은 너랑 함께하고 싶어.”

파즈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헬멧을 달라는 것이 얼마나 억지인지 딘도 알고 있었다. 파즈는 그 헬멧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어쩌면 헬멧 혼자서 서킷에 남기는 것이 싫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딘 역시나 서킷 위에 혼자 남는 것은 싫었다.

다행히도 기다림 끝에 나온 대답은 긍정이었다.

“………내일 아침에 가져다줄게.”
“고마워, 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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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즈가 말했던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딘은 비즐라라는 이름이 아닌 본래의 자린이라는 성을 쓰게 되었다. 매니저가 생긴 이후로 줄곳 생각한 일이었지만 그 결정을 가족들에게 전하는 것은 제법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딘의 결정에 조금 서운해하면서도, 그것이 딘의 캐리어를 위한 결정이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딘을 껴안아 주었다.

큰누나는 조금 달랐다.

“우리한테 서운한 거라도 있었니?”
“네? 그럴 리가요. 그냥…… 전부터 생각했던 거예요.”
“그럼 다행이지만, 어른들에게는 제대로 설명해드리는 게 좋을 거야. 혹시 네가 차별받았다고 생각하는지 걱정하고 계시니까.”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오늘 다시 말씀드릴게요. 그렇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냥—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요.”
“그런 이유구나. 비즐라라는 이름이 네 실력을 증명하는 과정에 방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은 섭섭하게 들리지만,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받아들이실 거야.”

딘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딘은 어른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곱슬곱슬한 갈색 머리를 가진 그가 “진짜” 비즐라일 리가 없다는 이야기나, 비즐라라니 시트를 돈으로 샀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굳이 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 부분은 이해할 수 없군.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폐라니?”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큰누나에게 대답하며 문득 딘은 언젠가의 파즈를 떠올렸다. 아직 이 길이 그가 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이 이루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결과가 걱정이구나. 그렇지만 결과를 두려워하는 사람이야말로 비즐라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만 알아두렴.”

그러나 딘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한 말에 딘은 그런 불안은 접어두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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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이 그로구를 만난 것은 그랑프리 주간 중 봉사활동으로 방문한 어느 나라의 병원이었다. 소아병동의 환자들이라면 영화에 나오는 슈퍼히어로들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으나, 아이들은 놀랍게도 그를 받아들였다.

주치의인 닥터 퍼싱은 그로구가 다른 사람과 그렇게 노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에게는 이제 보호자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에 어떠한 의도가 있었는지 딘은 알 수 없다. 다만 그랑프리가 끝나고 다음 서킷이 있는 곳으로 향하기 전에 딘은 한 번 더 그 병원을 찾았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날 때면 딘은 비행기를 타고 병원을 방문했다. 시즌이 끝난 후에는 아예 병원 근처의 호텔을 잡고, 호텔과 병원을 왔다 갔다 하게 되었다. 병동 간호사들은 이제 그를 그로구의 보호자처럼 여기고 있었다.

파즈가 호텔에 나타난 것은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네 매니저한테 물어보니까 알려주더라. 요즘 여기 자주 온다며.”
“여기 있는 건 비밀이라고 했는데.”
“아, 그 사람 잘못은 아냐. 내가 큰아버지 이름을 팔았어.”

사실 딘은 카가에게 무어라 할 생각도 없었고, 파즈가 어떤 식으로 프리 비즐라라는 이름을 언급했는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다른 고민으로 가득했다. 일단은 파즈를 어떻게 돌려보내야 하는지가 제일 큰 문제가 되었다. 그렇지만 며칠 더 묵을 예정인 이곳 로비에서 그와 언쟁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올라가자.”

파즈는 고개를 끄덕이고 딘의 뒤를 따랐다.

 

침대 하나에 책상이 있는 방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책상 위에는 종이 폴더와 서류가 어지럽게 널려있어서 작은 방이 어쩐지 더 작아보였다. 카가라는 매니저가 한 말이 아니더라도 파즈는 딘이 휴가를 보내려 온 것이 아님은 짐작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 집에 올 거냐고 아저씨가 궁금해하셔. 요새는 전화도 잘 안 받는다고.”
“좀 바빴어. 집에는 당연히 갈 거야. 내가 크리스마스 때 빠진 적 없잖아.”
“네 매니저는 네가 사랑에 빠졌다고 하던데.”
“카가는 무슨 소리를 한 거야.”
“5살짜리 어린 애랑.”
“…….”

투덜거리던 딘은 파즈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와 두 번째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카가도 동행했다. 나이가 나이인 탓도 있었기에 카가도 어린아이에게는 약했다. 카가에게도 무언가 웅얼거리며 말을 전하려는 듯한 아이를 보며, 딘은 그로구가 낯을 가린다는 닥터 피싱의 말을 의심했다.

“혼자서 애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각오는 하고 있어. 하지만 그 애는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대. 보호자 없는 지금은 언제까지 후원이라는 호의가 지속될지 알기 힘들고.”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아저씨는 네가 아직 손자 얼굴도 보여주지 않아서 섭섭하게 생각할 거야.”

마치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는 파즈의 태도에 딘은 그가 아버지에게 안겨서 저택에 도착했던 때를 떠올렸다. 비즐라 가에는 손이 귀했기 때문일까,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딘에게 새 이름을 주었고 그를 받아들였다.

딘은 최근, 누군가와 가족을 만드는 과정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아이의 시점에서는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많은 검증과 자격이 필요했다.

“아직 어떻게 될지 몰라. 심사에 시간이 걸리거든.”
“흐응.”
“시즌이 시작되면 나는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느라 바빠질 거고, 그럼 돌봐줄 사람을 써야 할 텐데 그게 아이에게는 좋은 환경이 아니라고 여겨질지도 몰라. 안정적인 환경은 아니긴 하지. 나도 1년에 며칠이나 집에 들어가는지 모르니까.”
“그건 그렇지.”
“응. 그래도 자꾸 마음이 쓰여. 내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아이들을 도와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중에 하나에게—도움이 되고 싶어.”

파즈도 알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이나 걸리는 이곳까지 몇 번이나 올 정도라면 딘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지금은 그저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일 뿐이다.

“걱정되면 집에 돌아와도 돼.”
“…….”
“집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잖아. 네가 믿을 만한 사람을 찾고 싶다면 알아봐 줄 수도 있고. 거기다 누나도 나도 너도, 다들 일만 한다고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냐고 쪼아대는데 애가 집에 있으면 노인네들이 그런 잔소리 할 시간도 없어지겠지.”
“파즈, 그런 이유로”
“말이 그렇다는 거야. 그러니까… 너 혼자서 애를 책임지는 게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뜻이야. 나 말고도 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보증해줄 사람은 많고, 도와줄 사람도 많아. 설마 우리한테는 걔를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었어, 딘?”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사실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입양은 온전히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의 직업과 자산과 인간관계와 같은, 딘 자린 개인이 판단 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로구를 만난 후 처음으로 딘은 입양이 결정된 다음에야 이야기할 생각이었다고 말하면 파즈가 또 무슨 말을 쏟아낼까 걱정이 되었다. 집에서 결혼을 쪼아댄다는 어른들은 차라리 짐작이 갔다. 화가 났을 때의 파즈 비즐라는 그들보다도 더 귀찮은 상대가 될 수도 있다.

“아니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알면 됐어.”

파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물론 그러자마자 그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 방은 너무 불편하다고 방을 업그레이드하자는 말을 꺼낸 것은 그로부터 5분 후였다.

 

딘이 호텔에 머무는 기간이 다 끝나기 전에 다행히도 입양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전화를 끊자마자 딘은 파즈에게 전화해 크리스마스 때는 그로구와 함께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전했다. 소개장을 써준 것을 고맙다는 말과 함께.

소개장과 함께 다른 무엇이 오갔을지 딘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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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딘이 집을 나서던 때에도 아이는 잠에 푹 빠져있었다. 어제는 평소 취침시간을 한참 넘겨서까지 깨어있었으니 딘은 아이가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다. 일요일 레이스는 늦은 시간에 시작되니 문제는 아니었다.

사실 파즈는 딘의 예상보다는 일찍 서킷에 나타났다. 전날보다는 편한 옷차림에 선글라스까지 쓴 파즈가 아이를 하나 안고 아발라 레이싱 팀의 개라지에 들어가는 모습은 상당히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이 들어온 것을 모르던 딘은 IG와 쿠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좀처럼 고개를 돌리지 않는 딘에게 심통이 났는지, 그로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빠뚜.”

낯익은 목소리에 딘이 고개를 돌리자 파즈의 품에 내내 안겨있던 그로구는 파즈에게 빨리 내려달라고 재촉했다.

“오, 아가. 이제 왔구나.”

내달려온 아이를 안아든 후에야 딘은 그로구가 겉옷 안에 입고 있는 옷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특별한 날”에 챙겨입던 개나리색 티셔츠가 아니라, 아발라 레이싱의 어린이용 티셔츠였다. 시즌 초에 집에 가져갔을 아이에게 아직 많이 컸던 티셔츠였는데 지금은 얼추 맞는 모양이었다.

“오늘은 아빠랑 같은 옷 입었네. 잘했어.”
“옷장에서 자기가 꺼내오더라.”
“그래? 똑똑하기도 하지.”

아이는 칭찬을 들은 것이 기뻤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반짝였다. 다만 딘이 곧 꺼내 온 헤드셋은 반기지 않았다. 파즈에게 헤드셋을 하나 건넨 후 그로구에게도 그걸 씌워주려고 하자 그로구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부터 정말 시끄러워져서 귀에 안 좋아. 파즈도 쓰고 있잖아.”
“푸-.”
“이걸 쓰면 중간중간 아빠 목소리도 나오는데.”
“므에?”
“응. 아빠가 너랑 직접 말할 수는 없지만, 이걸로 목소리는 들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쓰고 있자?”

그로구가 입술을 내밀며 싫다는 소리를 냈을 때, 파즈는 오늘 아침에도 옷장을 다 뒤져서 마음에 드는 옷을 찾을 때까지 저렇게 고집을 부렸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도 아빠라고, 아이는 딘의 말은 제법 잘 따랐다. 그것이 조금은 부러웠다.

 

그리드 위에서 마지막으로 작전을 확인하고, 드라이버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어를 몇 명 겪은 후에야 겨우 혼란이 잦아들었다.

그로구가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도록 안고 있던 파즈는 그리드 위에서 딘에게는 별말이 없었다. 한 손에는 그로구를, 한 손에는 딘의 헬멧을 들고 이게 그가 어렸을 때 쓰던 헬멧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을 뿐이다. 그리드를 떠나기 직전에야 파즈는 다치지 말라는 말을 건넸다.

“그래야지…. 노력할게.”

확답은 줄 수 없었다. 사고는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그것이 딘의 실수로 인한 것이든, 혹은 다른 이유로 인한 것이든 말이다. 딘의 아버지는 몇 년 전 그가 초대했던 경기에서 그의 머신이 전소되고 난 이후—다행히도 딘은 크래쉬 직후 콕핏에서 바로 빠져나왔다—경기를 보러 오지 않는다.

푸른색 헬멧을 쓴 채 콕핏에 앉았을 때, 그로구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가장 긴장되는 시간은 지났다. 그리드 위에서 헬멧을 벗은 채로 기다려야만 하는 순간이 딘에게는 제일 견디기 힘든 순간이었다. 머신에 타지 못한 채로 관중들 앞에서, 카메라 앞에서 서는 일은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오늘은 아이가 경기를 보러 왔기 때문인지 더더욱.

하지만 본업이라면 조금 자신이 있다. 일을 할 시간이었다. 엔진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딘은 그로구가 헤드셋을 잘 쓰고 있을지 궁금해하며 스타트를 준비했다. 곧 붉은 신호가 점등되었고, 그것이 일제히 꺼지면서 경기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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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은 오랜만에 포디엄에 올랐다. 축하할만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로구는 샴페인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다.

수건으로 샴페인을 닦아냈는데도 그로구는 낯선 냄새가 싫었는지 딘에게 안기려 하지 않았다. 딘은 씁쓸하게 웃으며 그로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 아침에는 운전기사를 대동해서 서킷에 왔다며 파즈는 같이 집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딘은 두 사람을 자신의 모터홈으로 보냈다. 아직 그의 일정은 다 끝나지 않았다.

오늘은 경기 후에 답할 질문이 조금 늘어났다. 프레스 담당인 오메라가 미리 그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한 덕분에 그로구에 관한 질문은 한 두 개로 끝났다.

“정말로 저런 질문이 들어오네요.”
“그로구가 서킷에 온 건 처음이니까요. 팩토리에도 몇 번 안 데려왔고. 사실 그로구보다 그 애를 데리고 서킷에 온 사람을 더 궁금해했지요.”
“파즈요? 아까는 그런 질문 없었잖아요.”
“그렇겠죠. 딘이 없는 자리에서 비즐라 씨는 방송국 카메라맨한테도 얼마나 무뚝뚝했는데.”
“덩치가 그렇기도 하고 걔도 귀찮은 걸 싫어하니까요.”

귀찮은 상황을 상당히 호전적으로 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메라는 딘의 착각을 정정해주지 않았다. 딘도 파즈에 대해서 그 이상은 말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우승 축하 파티에는 정말 안 올 건가요? 주인공인데?”
“네. 일찍 집에 가기로 약속했으니까요. 그로구한테는 제 첫 우승이니까 오늘은 아들이랑 놀아줘야해요.”
“알았어요. 그럼 푹 쉬어요.”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 되었지만 딘은 조금 특이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었고, 프라이빗한 사람이었다. 패덕의 기자들에게 딘 자린은 인터뷰를 절망적으로 짧게 하는, 무뚝뚝한 “캐릭터”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딘 본인은 거기에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아니 딘은 매 경기 후에 어떤 기사가 나는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본인이 그런 캐릭터를 바꾸지 않겠다는데 오메라가 그 선을 넘을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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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들이 우승 축하 파티를 하는 동안 비즐라 가에서도 저녁 만찬이 있었다.

저녁 식사 후, 그로구는 트로피가 신기한지 그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가 도자기로 된 트로피를 깨지는 않을지 어른들은 조금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다행히도 아이는 트로피에 금방 질려서는 딘의 무릎 위로 올라왔다. 딘이 경기 이야기를, 파즈는 그로구와 함께 패덕을 구경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밤은 금방 깊었다.

곤히 잠든 그로구를 안고 딘은 방으로 향했다. 파즈는 트로피를 들고 그 뒤를 따랐다. 트로피 장식장은 딘의 방으로 가는 길에 있었다. 파즈는 장식장 문을 열고, 푸른색으로 장식된 백자 트로피를 중간 칸에 놓고 기존의 트로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때 저 장식장 안에 자신의 트로피가 늘어가서 불안했다는 사실이 묘하게 느껴졌다.

“좀 더 잘할 걸 그랬어.”
“어?”
“지금 보니, 생각보다 수가 적어 보여서.”
“그럼 앞으로 잘 해야 겠네.”
“앞으로라…….”

딘은 입을 다물었다. 아발라와의 계약은 내후년에 끝난다. 카가는 좋은 매니저고, 그는 자신이 피드백에서도 성적에서도 썩 나쁘지는 않은 드라이버라고 여겼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 드라이버는 많고, 시트는 언제나 한정되어 있으니까.

“비즐라에서 새 팀을 만들 예정이니까, 퍼스트 드라이버가 되려면 잘 해야지.”
“새 팀이라고?”
“어.”
“어제 왔던 건 그거 때문이었어?”
“어느 정도는.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 실제로 보고 싶기도 했고.”

새 팀이 생길 거라는 소문은 딘도 얼핏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소문은 소문이다. 모토스포츠 팀을 만든다는 것은 소위 말해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기에 작은 팀들은 언제나 재원 확보에 허덕이고, 새 팀에 대한 소문은 소문으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내년이면 계약이 끝나잖아.”
“…내후년이면 내가 나이가 몇인데.”
“이 나이에도 우승했잖아. 내후년이라고 뭐가 크게 달라지겠어? 네가 원한다면 크루들을 데리고 와도 되고.”
“펠리가 좋아하겠네. 펠리는 제법 비싸.”
“너만 할까.”
“돈이 넘쳐나나 보네.”
“응. 레이싱 팀을 시작하려면 그래야 하니까.”

재정적인 부분은 나랑 큰아버지가 너보다 전문가야. 파즈가 덧붙인 말에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딘이 어느 정도 넘어왔다고 생각한 것일까, 파즈는 그로구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딘에게 다가갔다.

“사실 레이스를 그만두겠다고 결정했을 때는 다시 그쪽이랑 연관될 생각은 없었어.”
“그럼 무슨 변덕인데.”
“변덕이 아니야. 네가… 딘 네가 내 헬멧을 쓰겠다고 했잖아.”
“갑자기 왜 그 얘기가 나와.”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나니까 너한테 헬멧 말고도 다른 걸 주고 싶어졌어. 그때부터 계속.”
“…….파즈. 말은 고맙지만, 팀을 꾸리는 건 다른 문제야. 너도 알잖—”
“알아. 그렇지만 헬멧은 내가 아니야. 지금이라면 이길 수 있는 차를 만들어 줄 수도 있고, 내가 좀 더 서킷에 자주 찾아갈 수도 있어. 그러니까 나랑 함께하자.”

여기서 그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딘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딘을 내려다보는 파즈의 눈빛은 갓 사춘기에 들어갔던 그때를 떠올리게 했다. 아니, 레이스를 그만두겠다고 말하던 그때보다도 훨씬 자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마 그때의 딘이 그랬듯이, 대답을 기다리며 초조할 것이다.

그때의 자신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꺼냈던 것일까. 조금 후회하면서도 딘은 고개를 끄덕이며 파즈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새로운 팀이 어떤 이름을 할지는 모르지만, 새 팀의 첫 기록을 둘이 같이 쌓게 될 것이라는 상상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쓰는 동안 생각했던 설정 같은 것

유사가족 좋아하는 인간이라 파즈딘 존맛으로 먹고 있는데 그렇지만 왼쪽 얼굴을 모르는 커플을 파는 건 처음이고… 헬멧이라는 키워드를 넣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익숙한 설정을 가져오게 되었다. 현실의 요즘 엪원 모르지만 즐거웠어.
엪원은 무게가 중요한데 파즈는 키도 너무 크고 다이어트 힘들어 할 것 같아서… 파즈가 드라이버가 되는 건 무리라는 판단에 딘을 드라이버로 만들어 버렸음.

하지만 그로구는 아기요다 모습이겠지.

클전에서 만달로어 관련 이야기를 보니까 만달로어에 있는 헬멧 안 쓴 만달로어인들 대부분이 금발이길래 파즈가 입양된 애가 아니라면 높은 확률로 금발일 거라는 썰을 마음 속에 품고 있음.
그렇지만 와치의 아이들의 구성원은 어떤 사람들의 모임인지 아직도 의문이라 그냥 아머러까지 같은 집안으로 묶어버렸다. 아머러님도 이름 내놔….

비즐라네는 할아버지대 쯤에는 레이싱 팀이 있었다가 자금난을 이유로 철수했다. 파즈가 카트를 시작한 건 할아버지의 영향. 딘이 어릴 때에도 회사에 자금난이 있었고 파즈가 레이싱을 그만 둔 것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딘은 원작에서는 도색하지 않은 순정 헬멧을 쓰고 있지만 어린 시절이었다면 빨간색을 좋아했을 것 같았음.

집으로 퇴근하기 쉬운 유럽 GP가 어디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비즐라는 어쩐지 모나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었고, 모나코를 제외하면 도심지와 가까운 다른 서킷이 그다지 떠오르지 않았기에 마음 속으로 정해둔 배경으로는 부다페스트와 가까운 헝가로링 당첨.

쿠일은 아발라 레이싱의 오너, IG는 딘의 담당 엔지니어, 펠리가 담당 메카닉인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