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단문, 낮잠

사와무라는 잠들 때면 전원이 끊어진 듯이 조용해진다. 낮잠을 잘 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낮잠이라고 하지만 시간을 지켜서 자는 것은 아니다. 만화책을 보다가 그대로 바닥에 엎드린 채로, 혹은 책을 잡은 손을 배에 놓은 채로 잠들어 버리는 것이다. 만화책을 보면서 울고 웃으며 반응을 보이거나 하다가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사라진다. 사와무라와 같이 읽던 만화책도, 후루야 혼자서 읽기에는 재미가 없어진다. 그것이 어색하고 못내 아쉬워져서 후루야는 사와무라의 곁에 눕는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옛날에 카네마루는 쉬는 시간에 조는 사와무라는 요상한 소리로 코를 곤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후루야는 그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 입학한 직후에만 그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책상에서 졸 때만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후루야가 아는 사와무라가 보인 적 없는 모습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지만, 어쩌면 사와무라가 그런 이상한 소리를 내면 조금은 오후의 느리게만 가는 시간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후루야는 생각한다. 겨우 들릴만한 숨소리만 가지고는 혼자가 된 방은 쓸쓸할 뿐이다. 결국 후루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끔 둘이 캐치볼을 할 때 쓰는 공을 가지고 와서 다시 그 자리에 눕는다. 천장을 향해 공을 던져본다. 기숙사 시절에 같은 방이었던 오노 선배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천장을 향해, 하지만 닿지는 않게 주의한다. 떨어지는 공이 손바닥에 닿는 소리도 규칙적으로 변한다. 그 소리는 사와무라가 숨을 내쉬는 소리와 어긋나다가, 후루야가 지루하다고 생각할 때쯤이면 어느 샌가 겹쳐져 있다. 그리고 후루야는 공을 조금 옆으로 떨어지게 던져서, 잠들어 있는 사와무라의 머리 위로 떨어지도록 약간의 심술을 부린다. 낮잠 시간의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