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로리안

20220521, 이어질 예정

 

약소팀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딘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팀이 어떤지는 아직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가 거쳐온 팀오너들은 모두 산전수전을 겪은 노장들이었고, 그렇기에 패덕에서 십 년이 넘게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다.

그들과 비교하자면 파즈의 팀은, 뭐라고 할까—아직 딘은 이 팀에 대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나쁜 팀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일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체계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 노하우가 부족해서 문제였다.

특히 머신의.

첫 번째 프리시즌 테스트가 끝나던 날, 딘은 테스트 내내 한숨을 내쉬던 펠리와 함께 바를 찾았다.

“펠리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런 질문에 딘이 원하는 답을 줄 만한 사람은 펠리 뿐이었다. 팀을 옮기기 전에는 쿠일과도 머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예전에는 머신을 만들기도 했던 그는 여전히 머신 개발에 많이 참가했으나, 그는 딘이 원하는 답을 주지는 않았다. 그는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에 관해서는 긍정적이었기에 어떠한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으려는 철학이 있었다. 딘도 굳이 훗날에 일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으나, 프리시즌 테스팅이 끝난 지금은 조금은 불안했다. 새 팀에서 무언가를 같이 이루어보자는 파즈의 제안을 수락했을 때도 이렇게 될 것을 각오했다고 생각했는데.

“못 써먹겠어. 3년 전, 기억나? 그때보다도 더해. 뭐, 그래도 쓰레기까지는 아니야. 너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이것보다 더한 머신도 봤으니까.”
“……더한 게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지는 않네요.”

엔진 규정이 막 바뀌었던 3년 전은 그에게 있어서 최악의 시즌이었다. 딘은 쓴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만졌다. 그것보다 더한 머신이 어떤 것인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당연히 모르는 채로 지내는 게 좋지. 어쨌든 좋게 말해줘도 우승할만한 머신이랑은 한참 멀어. 알다시피 직선 스피드도 부족하고, 코너에서는 불안전하고, 손봐야 할 곳이 많잖아.”
“갈 길이 멀지요.”
“어쩌겠어, 네가 잘해서 포인트라도 따올 만한 걸로 만들지 않으면 그 도련님이 언제 팀을 팔겠다는 소리를 꺼낼지도 모르잖아? 너야 어떨지 모르지만 네 성적이 나쁘면 내 이직처 찾기도 어려워진다고.”
“펠리가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텐데요—그리고 그 녀석도 적어도 5년은 붙어있을 생각이라고는 했어요. 초반부터 성적을 낼 기대는 없다고. 사실 걔가 철수하는 것보다 제가 은퇴하는 게 더 빠르겠지요.”

테이블 위에 놓인 술잔을 단숨에 들이키며 펠리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실력만큼은 패덕에서 유명했다. 딘이 그를 비롯한 크루들과 함께 이적하지 않았더라면 펠리는 딘의 이전 팀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는 루키와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펠리는 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글쎄, 모르는 거야. 여긴 작은 팀도 아니니 손해를 보면 그 규모가 얼마나 크겠어? 그 형씨가 어떻게 생각하든, 비즐라는 몇십 년 전에도 크게 손해를 보고 나갔으니 다른 높은 분들은 성적에는 민감할 거라고. 그러고 보니 너도 그 집안에서 자랐다고 했지? 그 양반들이 어떻게 용케 다시 돌아올 결정을 내렸는지 아는 거 없어?”
“……그렇게 안 좋았나요?”
“당연하지. 철수 소문이 나기 전부터 거긴 지옥이었어. 새로 들어왔던 단장이랑 오너 사이도 안 좋았고, 드라이버들 분위기도 서로 험악했고 나쁘다는 말로는 부족했어. 물론 당연했겠지, 한쪽은 단장이, 한쪽은 오너가 밀어서 들어왔다고 했으니. 그때 옆 개라지에서 일하던 나까지도 위축될 정도였다니까. 뭐, 그때는 나도 아직 젊어서 그런 일은 겪어본 적이 없었으니.”
“집에서는 그런 이야기는 안 해줘서 잘 몰라요. 파즈도 저도 그때는 어렸으니까요.”
“모르는 게 나아. 그렇지만 앞으로는 종종 이야기가 나오겠지. 그때의 단장은 없어도, 당시 일하던 관계자들은 아직 있으니까. 그리고 이쪽 사람들이 워낙 옛날이야기를 좋아하잖아?”

패덕의 미디어는 그랬다. 경쟁을 뚫고 올라온 소수 드라이버들에 관한 이야기는 신화나 다름없었다. 새로운 세대는 언제나 옛 영웅들에게 빗대어졌다. 새로운 팀도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비즐라처럼 이미 역사가 있는 팀이라면 더더욱.

“어쨌든 보스한테는 잘 전해줘. 개막전까지는 어떻게든 최하위로 끝내지는 않게 해볼 테니까.”
“제가 전해줄 필요가 있을까요. 걔도 앞으로 자주 오겠다는데.”
“저런. 이 팀은 오너가 와도 성적이 잘 나와야 할 텐데.”

펠리의 말에 딘은 웃음을 터뜨렸다. 팀 오너가 찾아오는 경기에서는 경기 결과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두 사람이 이전에 같은 팀에 있던 동안 깨지지 않았던 징크스였다.

 

#

공항에서 공항을 거쳐 집으로. 프리시즌 테스트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잠시 잊었던 시즌 중의 루틴을 일깨워준다. 집에 들어와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테스팅 이야기를 한 후에야 그는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에게서 자유로워졌을 뿐, 이번에는 그로구가 잠자기 전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그를 붙잡았다.

어린이방의 침대는 딘이 올라갈 수 있는 사이즈였다. 늦었지만 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며 집에서 홈스쿨링을 시작한 그로구는 최근 말이 조금씩 늘었다. 그런데도 딘은 걱정이 많았다. 아이들과는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체구가 작아서 수업은 잘 따라갈지 같은 걱정이었다. 물론 그로구에게는 불안해한다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기에 파즈나 아버지에게만 이야기하곤 했지만, 두 사람 모두 걱정이 너무 많다고 웃었을 뿐이었다.

책장에서 같이 책을 고른 두 사람은 침대 위에 자리를 잡았다. 최근 그로구는 개구리와 두꺼비간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했다. 침대에 누워 책을 읽기 시작하자 그로구는 딘에게 꼭 붙어왔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나, 머신을 키워야 하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관심과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러나 프라이빗 서킷에서 재정이 허락하는 만큼 마음껏 테스트를 하며, 밤을 새워 개라지에 있을 수 있는 시절은 끝났다. 그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랐고, 익숙함과 교감은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 온다고 믿었다. 아이와는 달리 머신과는 항상 붙어있을 수 없음이 아쉬웠다.

이야기를 읽는 딘의 목소리가 느려지자 그로구는 고개를 올려 딘을 바라보았다. 여행이 피곤했던 것인지 먼저 잠에 떨어진 그를 바라보던 그로구는 딘에게 붙어서 같이 눈을 감았다.

 

“……딘. 여기서 이러지 말고 네 방에 가서 자.”

책을 읽어주다가 잠이 들어버렸던 모양이다. 파즈가 그를 흔들었을 때야 딘은 눈을 떴다. 그의 배 위에서는 그로구가 잠들어있었다. 그로구에게 읽어주던 책은 파즈의 손에 들려있었다. 딘은 그로구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며 침대에서 빠져나왔고,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 옆에 있던 온기가 사라져서였는지 끙끙대며 작게 뒤척이던 아이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아이 방의 불을 끄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로구에게 보이면 곤란한 일을 할 때면 저택 반대쪽에 위치한 파즈의 방으로 향하게 된다. 아침에 삼촌 방에서 나타나는 것을 일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왔지만 아이가 언제까지 속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언젠가는 이야기해야한다고 알고 있는데도, 딘은 계속 그 언젠가를 미루고 있었다.

“테스트는 어땠어?”
“들었을 텐데.”
“드라이버 코멘트를 직접 듣진 못했잖아.”
“……나쁘진 않아.”
“나쁘다는 소리군. 3년 전에도 그렇게 말했던거 기억 나?”
“아니. 내가 그랬던가?”
“어 그랬어. 그리고 그 시즌은 망했었다고 했었지—네가 했던 말이야. 어쨌든, 나한테 솔직하게 얘기 못할 이유가 뭐가 있어.”
“아무래도 팀오너 앞에서는 잘 보이고 싶으니까?”

딘은 그저 웃으며 파즈의 어깨에 기댔다. 불안을 숨기고 좋은 인상만을 주고 싶었지만 파즈를 속일 수는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집에서 딘의 캐리어를 시작부터, 제일 오랫동안 보아왔던 사람은 파즈였다. 프리시즌 테스트 서킷은 몇 년째 그대로였고, 그곳의 랩타임에는 파즈 역시나 익숙했다.

“아직 개막전까지는 시간이 좀 있으니까 이번에는 마일리지를 쌓은 걸 수확이라고 봐야지.”
“트러블이 없었으면 다행이네. 다른 문제가 없다면 경기를 끝낼 수는 있는 차라고 이해할게.”
“기대치가 너무 낮은 거 아니야?”
“현실적이라고 해줘. 나도 처음부터 기적을 바라는 건 아니니까.”

파즈는 어릴 때부터 그런 것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딘은—그는 또다시 그런 것을 바랄 정도로 요행을 바라는 사람은 아니었다.

테스트 기간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여느 때와 비슷했다. 그것이 침대 위라는 점과,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파즈의 질문이 늘어났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듯이 파즈는 테스트 첫날 아침 일정부터 마지막날 정리를 끝낼 때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물어보았다.

“아, 펠리랑 얘기하다가 펠리한테 옛날얘기를 들었어.”
“어떤 얘기?”
“옛날에 비즐라가 철수하기 전에 분위기가 아주 안 좋았다고.”
“그래? 나는 모르는 일이라 궁금하면 큰아버지한테 물어봐야겠는데. …그런 것 치고는 반대 같은 건 없었어. 참가한 지 오래되었으니 다시 도전해 볼 만 하다고만 하셨지.”
“흐응.”
“너라도 태울 수 있다니 다행이라는 말도 하셨어.”
“…큰아버지는 한 번도 내 경기를 보러 오지는 않으셔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줄은 몰랐는데.”
“큰아버지도 네 경기에 관심 많아. 옛날에는 나한테도 그랬고. 그냥 패덕에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하시는 걸 보면, 분위기가 안 좋긴 했나 보네.”
“아, 그래……. 그런데 큰아버지는… 너랑 나는 정말 괜찮다고 하셨어?”
“새삼스럽게 왜 그래. 우리 집에서 어렸을 때부터 네가 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누가 그랬다고.”
“왜, 어렸을 때는 잘 따라다녔잖아. 걱정 마,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너랑 삼촌이랑 그로구랑 같이 벌써 따로 나가 살았을 거야.”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큰아버지는 딘에게는 조금 어려운 사람이었다. 한 집에 살면서도 저택에서는 좀처럼 마주치기 힘들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자주 없었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연말을 맞아 파즈가 팀이 정식으로 참가하는 것을 비롯해 여러가지 선언을 했을 때 큰아버지는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으나, 딘은 그 침묵이 내내 불안했다.

그리고 두려운 것은 또 있었다.

“시즌이 시작하면.”
“응.”
“우리 사이는… 내가 은퇴할 때까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한테는 그게 낫다는 거지?”
“…응.”
“알았어.”
“미안하다.”
“뭐가 미안해. 네가 싫다는데. 대신 그로구한테도 잘 가르쳐. 밖에서는 계속 파즈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그래야지. 걔가 내 말을 얼마나 들을지 몰라도.”

은퇴할 때까지라는 조건은 굉장히 긴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당장은 2년 계약이 되어있으나 별다른 일이 없다면 파즈는 딘이 그의 팀에서 은퇴하길 바랐기에 그 계약이 몇 년간 이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좋았다. 그런 약속 하나로 그를 묶어둘 수 있다면.

 

#

딘의 말을 빌리자면 크루들은 마법사였다. 그들은 무사히 개막전을 마쳤을 뿐만 아니라 포인트권을 바라볼 수 있는 차를 만들어왔다. 물론 약간의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었으나 그런 것이야 사소한 문제였다.

개막전은 언제나 그렇듯이 예측불허의 경기였다. 새로 개발한 머신을 정식으로 시험하는 첫 주말이다. 그런 상태에서 첫번째 코너에서는 카오스만이 기다리고 있다. 레이스에서의 운의 반 정도는 사고에 말려들지 않는 데에서 오고 다른 반은 실수하지 않는 데에서 나온다. 딘이 첫 코너를 무사히 통과한 순간, 파즈는 결과에 대한 기대를 키울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들은 포디엄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득점에는 성공했다. 첫 경기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축하하며 경기가 끝난 직후, 파즈는 크루들과 함께 샴페인을 땄다.

 

펠리가 걱정했다던 것과는 달리 파즈가 경기를 찾는 것 역시나 불운의 조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없는 것이 문제였던 모양이다.

초반에는 첫 시즌의 시작이기라는 이유로 거의 매 경기에 출근도장을 찍던 파즈는 시즌 중반이 지나고 어느 정도 페이스가 안정되었을 때는 패덕을 찾지 않았다. 후반에는 다른 대륙에서의 원정 경기들이 대부분이라 이동시간이 길어진 탓도 있었고, 팀오너의 잦은 방문은 더는 필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어느 일요일 저녁, 중계 카메라가 뒤늦게야 딘의 사고 현장을 보여주었을 때 파즈는 그것을 후회했다. 드라이버들은 사고가 나면 곧장 콕핏에서 빠져나오며 그들이 괜찮다는 것을 알린다. 크래쉬로 인해 머신에 불이 붙을 수도 있기에 빠른 탈출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파즈가 몇 번이나 보았던 여타 크래쉬와는 다르게, 그에게 익숙한 헬멧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마셜들과 의료진, 그리고 구급차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모습을 비춘 후에야 헬리캠 화면은 사라졌고 카메라는 패덕의 움직임을 보였다. 해설자들은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말을 아끼고 있거나 혹은 제대로 모르는 모양이었다. 침묵은 불안을 키울 뿐이었다. 파즈는 팀디렉터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레이스 중에는 휴대폰을 지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같은 것은 전혀 떠올릴 수 없었다. 그는 지금 당장 업데이트를 원했다. 연결음이 한참 이어진 끝에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괜찮을 거예요, 아저씨.”
“그래야지.”

전화를 끊자마자 파즈는 딘의 아버지를 불러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괜찮을 거라고 아저씨를 달랬지만, 파즈 역시나 제정신은 아니었다.

사고가 있었고, 메디컬 센터로 옮겨진 후에도 딘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아서 병원으로 옮겨져서 급하게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 시간의 비행 끝에 그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술은 끝난 후였다. 예후를 지켜보는 것 이외에 병원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딘의 아버지가 병원에 남아있는 동안 파즈는 팀과 매니저에게서 사고 경위를 들을 수 있었다. 원인을 판단 중이라는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원인이 무엇이든 벌어진 일이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차량의 결함에서 비롯된 사고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가, 혹은 그들이, 딘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딘의 실수가 원인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앞으로 할 일이 무엇인지를 들었다. 드라이버의 상태에 대한 루머가 퍼지지 않도록 업데이트를 해야 했고, 당장 다음 주말에 예정된 경기에 나갈 드라이버를 찾아야 했다. 파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집에도 연락해야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다들 없어져서 그로구가 놀랐을 것이다. 가족들에게 딘이 어떤 상태인지도 알려줘야 했다.

미신이라는 것은 안다. 파즈가 패덕에 있든 없든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러나 깨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것보다 차라리 유난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그냥 매번 경기에 따라가는 것이 나았다. 팀을 만든다고 했을 때는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뒤늦게 그는 여러 가지를 후회했다.

 

고국의 병원으로 옮긴 딘이 눈을 뜨고, 재활을 시작한 후에도 그랬다.

“내 자리엔 누가 들어갔어?”
“칼리칸. 우리 리저브.”
“그 애송이?”
“당장 출전할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내 결정은 아니었어.”

어느 정도 말을 할 수 있게 된 딘이 파즈에게 처음으로 물어본 것은 그런 질문이었다. 딘의 아버지는 매일같이 병원에 찾아왔고, 누나를 비롯한 가족들은 종종 병원을 찾아왔다. 어제는 누나가 수업을 마친 그로구를 데리고 왔다. 딘은 가족들에 관한 질문을 할 필요는 없었다. 궁금한 것은 모두, 그가 없는 동안 팀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파즈는 딘을 드라이버로 쓸 생각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그의 시트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회복에 시간이 걸릴수록—그것은 팀에 그의 자리가 남아있을 확률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딘은 악착같이 재활훈련에 매달렸다. 시즌은 막바지에 들어왔고 딘의 회복 상태에 따라서 다음 시즌 라인업이 정해질 것이다. 칼리칸은 아직 완주한 경기가 없었고, 새로운 드라이버를 뽑을 수도 있었으나 파즈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딘이 무사히 회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레이스에서 잠시 멀어져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모순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카가가 딘에게 라인업에 관한 이야기를 얼마나 했는지 파즈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회복에 전념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회복이 우선이다. 파즈도 알고 있다. 회복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아무런 변화도 없을 때보다는 나았다. 고통스럽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사자도 그렇겠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렇지만 파즈는 시간이 날 때면 병원에 찾아왔다. 그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없었다. 리허빌리를 지켜보고 말을 걸어주며 그를 응원하는 가족이 있다고 알리는 것 이외에는.

 

“아저씨가 경기를 보기 싫어하는 이유를 알 거 같아.”
“아버지처럼 너도 안 오겠다고 하는 건 싫은데.”

재활훈련을 마치고 땀을 닦는 딘을 바라보며 파즈가 말했다. 파즈가 알고 있기로 아저씨는 한때는 의뢰를 가리지 않는 용병이었다. 아저씨가 딘을 말 그대로 주워온 것도 그러한 의뢰 도중이었다. 전쟁과 시체를 수도 없이 겪은 그가 크래쉬를 실시간으로 보았다고 패덕에 가는 것은 물론, 중계를 끊은 것을 파즈는 오랫동안 이해할 수 없었다. 큰아버지나 파즈의 아버지 역시나, 그가 너무 물러졌다고 말했다. 딘 역시나 아무 일도 없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안전은 환상이다. 그랑프리 도중 사망한 드라이버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드라이버가 아닐 뿐, 그런 위험은 서킷을 떠나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닥쳐올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견딜 수 없었다. 어쩌면 딘의 코마가 더 길어졌다가 결국 눈을 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파즈와, 그로구와, 파즈에게는 의미가 반쯤 없어진 팀만이 남았을 것이다.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옆에 있었다면 너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네가 없을 때 사고가 난 게 차라리 다행이었어.”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 나중에 소식을 들은 사람 마음도 생각하라고.”
“또 이럴 생각은 없지만, 기억해 둘게.”
“복귀할 생각이지?”
“당연하잖아.”
“그 꼴을 겪고도, 그럴 마음이 들어?”
“그럼 너는? 내가 이렇게 되었다고 때려치우기라도 할 생각이야?”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파즈는 딘이 다시 경기에 나오는 것을 제대로 볼 각오가 서지 않았다. 딘이 입원해있는 동안 크래쉬 원인이 밝혀졌다. 기계적 결함이라고 했다. 딘에게도 그 이야기가 전해졌을지도 모른다.

“내가 회복하는 목적은 하나야. 네가 같이 팀을 만들자고 말했고, 나는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이야. 아직 한 시즌도 제대로 보내지 못했는데 난 아직 은퇴할 생각 따위는 전혀 없어. 너도, 그때까지는 싫어도 나를 태울 차를 만들어야 해.”

침묵을 지키는 파즈를 견디지 못한 딘이 먼저 입을 열었다. 화를 참는 듯이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발음하며. 파즈를 노려보는 눈빛에는 강한 의지만이 느껴졌다. 파즈는 그 눈을 본 적이 있었다. 레이스 스타트를 기다리는 승부사의 눈이었다. 이런 때의 딘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담백한 평소와는 달리 고집불통이다.

이래서야 누가 누구를 묶어두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너…… 진짜 제정신이 아니구나.”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고개를 젓는 파즈를 바라보며 딘은 웃었다. 입원실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며 파즈에게 기대오는 딘에게서는 좀전의 기백은 보이지 않았다. 딘을 부축하며 파즈는 아주 조금, 사람의 몸은 머신처럼 업그레이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원망했다.

그러나 며칠 후에도 그는 딘의 재활 상태를 보러 병원을 찾았고, 몇 주 후 의사의 허가가 떨어져서 팩토리 근처의 프라이빗 서킷에서 테스트를 했을 때도 파즈는 서킷에 있었다. 피트에 돌아온 딘은 콕핏에서 빠져나와 헬멧을 벗었다. 땀에 젖은 곱슬머리가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러나 딘은 지쳐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생기에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재활훈련실이 아니라 탈막 위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엔지니어와 이야기를 나누던 딘은 이야기가 끝났는지 미소를 보이며 파즈와 눈이 마주쳤다. 파즈는 다음 시즌 라인업에 대한 고민을 끝내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딘의 눈빛을 돌려주었다.

 

 

노트: 의학적 지식 없음, 테스트 규정 현재 엪원과 다름. 펠리가 언급한 팀오너는 쿠일 이전의 이야기. 칼리칸을 언급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