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로리안

floater

 

새로운 은신처를 찾는 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레이저 크레스트가 사라졌다고는 해도 제다이를 찾는 과정보다 은신처로 돌아가는 길이 더 어려우리라고 딘은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동족인 그도 찾기 힘든 장소라는 이야기는 이번 은신처가 안전하다는 뜻이다.

그는 현상금과 함께 바깥의 소식을 가져왔고 그녀에게는 밖으로 나가지 않는데도 먼 옛날부터 내려온 지혜를 포함한 지식이 있었다. 네바로의 하수구에 살던 사람들은—그중에 얼마나 살아남았는지 그는 알지 못했지만—한두 명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이끌며 숨어 살기 위해서는 그녀의 지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만약 은신처가 알려질 경우 그 다음에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가끔, 현상금을 건네받은 후의 그녀가 다른 행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 역시나 그녀의 암시였다. 우주는 넓고, 그녀는 길을 알고 있었으며 이 아우터림에서 그들이 갈 곳은 분명 있었다.

그것이 기층으로 내려가는 허름한 사다리로 이어져 있더라도.

의뢰인이 알려준 길을 따라가자 먼저 도착한 이들이 남겨두었음이 분명한 표식이 나타났다. 문을 열자 어두운 우주와 그것을 막고 있는 통로들이 눈에 들어왔다.

독특한 형태의 행성은 지상과 지하의 구분이 없었다. 원의 안쪽이 그렇듯 바깥쪽 역시나 우주와 맞닿아있을 뿐이다. 사다리를 놓치면 끝이 없이 아래로 떨어질 뿐이다.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상처가 아려왔지만 움직임을 멈출 수도 없었다.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네바로에서 구해줘서 고마웠어.

이렇게 오랫동안 은신처를 떠났던 적이 없기는 했으나,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다는 말이 조금 서운하게 들렸던 딘은 헬멧 속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는 뜻일까, 혹은 그가 구한 고아를 마법사 종족에게 데려다주는 데에 열중하느라 계속 우주를 떠도느라 은신처를 뒷전으로 여겼다고 생각했을까—그것도 아니라면 그의 동료들이 그러했듯 제국군에게 당할 거라고 믿었을까. 그렇지만 딘 역시나 파즈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이런 미래를 상상하지 못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은신처를 옮길 각오는 했지만 임프들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칠 것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처를 확인한 파즈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후에 또 뭐라고 한 소리를 들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던 그는 고개를 돌렸다.

네가 희생해야 한 건 유감이고.
이제 우린 셋이야.

셋이라는 숫자는 모든 것을 설명했다.

오랫동안 클랜의 문장이 나타나지 않았던 딘과는 달리 파즈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하우스 비즐라라는 핏줄은 큰 의미가 있었다. 딘이 알고 있는 만달로어의 역사는 그저 그가 받아들여지기 위한 지식에 가까웠던 반면, 파즈 비즐라에게 그것은 자신의 뿌리와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그것이 부러웠던 때가 있었다. 레이저 크레스트를 타고 은신처 밖의, 우주라는 공간을 부유하는 자유를 얻었던 딘이었으나 진짜 가족이라는, 돌아갈 곳이라는 개념은 그가 일찍이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파즈 역시나 같은 처지가 되어버렸다. 줄기와 잎을 모두 뜯긴 채, 뿌리만이 남겨졌다. 그들의 과거는 언제나 견고했으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졌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커다란 손은 그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장갑 아래의 체온은 변하지 않았다. 파즈는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했다. 은신처를 정비하고, 지상과의 비밀스러운 연결 루트를 만들고, 병기공이 사용할 화로도 설치해야 했다. 현상금 사냥은 그것들이 모두 끝난 다음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이어갔다. 딘은 그저 끄덕거린 채로 깍지를 끼었다.

그의 존재는 그를 끌어당기는 중력과도 같았다. 현상금 사냥꾼은 밖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일이 끝나면 은신처로 돌아와야 했다. 기름값과 같은 일부를 제외한 보수를 병기공에게 넘기고, 바깥 이야기를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붙잡혀서 의뢰 이야기나 딘이 갔던 새로운 행성 이야기를 한 이후에는 파즈의 방에서 밤을 보낸다.

익숙한 듯이 서로의 헬멧을 조금 들어 올리고 입술을 찾았다. 어린 딘에게 계율이 그렇게 엄격하지만은 않다고 설득한 것은 파즈였다. 동족 앞에서 헬멧을 완전히 벗지 않는다면, 일상생활을 위해서 살짝 들어 올리는 정도라면 괜찮다고. 그리고 이어진 첫키스를 기억한다—그것이 과연 일상생활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못했던 것도. 헬멧이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양손으로 헬멧을 꼭 잡은 채로. 들어 올린 헬멧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서 헬멧이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이어진 끝에야 헬멧 아래의 보드라운 살이 닿았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하수구 안에 울려 퍼지는 것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누군가가 그들을 찾아내는 것은 아닐지 긴장에 떨었다. 그러나 가려진 시야 속에서 겨우 입술을 찾은 후에는, 입술이 떨어지는 것이 헤어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음에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촉을 이어가고만 싶었다. 숨이 가빠져서 겨우 입술을 떼어놓고 헬멧에서도 손을 떼고 난 후에는 무엇이 좋았는지 키득키득 웃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의 두 사람에게 그때의 어리숙함은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찾아올 사람도 없건만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으며 움직이는 법을 안다. 몸을 꼭 붙이고 끌어안은 채, 어깨에 머리를 기대오는 것이 느껴졌다.

문장도 생겼는데
그건,
아직도 기다려야 된다는 얘기군.
당분간은 할 일이 많다며.
거절하고 싶으면 거절해.
……그런 건 아니야. 그럴 거였으면 옛날에 말했을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다행이라는 목소리를 들으며 딘은 헬멧 안에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았다.

은신처 밖에서는 충분히 억제제를 구할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딘 혼자였는지도 모른다. 파즈는 본딩을 맺고자 하는 의사를 내비쳤다. 처음에는 어떻게 거절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다투기도 했다. 파즈는 이유를 요구했고, 딘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없었다—그 이유의 형태가 잡힌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많은 은신처 사람들과는 달리 비즐라가 아니었고, 그런 식의 소속을 맺기 전에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문장을 얻게 되면—그의 길이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좀처럼 그것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네바로에서 받는 현상금 의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딘은 언제나 단기간에 은신처에 돌아왔고 본딩이 없더라도 그들은 익숙하고 편한 거리를 이어갔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서 그 거리는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딘에게는 곁에 있어야 할 또 다른 존재가 생겼고, 계율은 깨졌다. 분명 그를 안고 있는 남자 역시나 그 점에 있어서는 계율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곳에 남아있을 두 사람이 어떻게 말하든, 다시 우주를 부유하게 될 그에게 이곳은 언제나 돌아올 곳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것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유감일 뿐이었다.

 

20220422 노트

네바로에서 구해줘서 고마웠어. 희생이 있었던 건 유감이고.
Thank you for saving me on Nevarro. I am sorry for your sacrifice.
라는 부분 중 영문 대사의 your sacrifice라는 부분 때문에 생각한 이야기.

제국군을 줄여서 Imp라고 부르는 것 같아서 한 번 그 단어도 넣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