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무라 생축글

와카나 시점. 날조 & 짧음 주의.

 

5월. 때 이른 태풍에 저녁때부터 비가 쏟아졌다. 내일은 맑겠지만 저기압의 영향으로 주말부터는 다시 흐리고 비가 올 가능성이…… 비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 때문에 내일 예보가 조금 믿기지 않았지만 내일은 이런 날씨가 아니라니 다행이었다. 와카나는 언젠가부터 잠들기 전에 일기예보를 챙겨보는 습관이 생겼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야구부에 매니저로 들어간 후로는 오히려 이런 것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조금 느슨해질 때도 있었지만, 중학교 때는, 그러니까 사와무라가 야구부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꺼내고 실제로 만든 후에는 내일은 비가 온다니까 밖에서 연습은 못 하겠다 같은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부원 중에는 와카나 혼자였다. 지금 생각하면 벌써 다 추억이지만.

에이준이 야구부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중학교 2학년 생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에이준과 알고 지낸 와카나는 사와무라네에서는 에이준의 생일을 가족들과 같이 보내는 골든위크 기간에 미리 챙겨주고, 생일날에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파티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친구들을 부르는 생일도 좋아하던 에이준은 중학교 입학하고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서 찾아온 생일에도 그새 새로 사귄 친구를 초대했었다. 그 다음해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때는 조금 달랐다. 무언가 대단한 준비라도 한 듯 선물은 필요 없다는 선언을 했고, 당일 사와무라 에이준 일생일대의 부탁을 들어달라며 다 같이 야구부를 만들어서 아카기 중학교의 이름을 남기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부분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고민하던 와카나는 남자 애들이 감동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마지막 아홉 번째 멤버로 들어와 달라고 에이준이 매달렸을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쩔 수 없네. 말은 그랬지만 대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와카나는 언제나 에이준이 제일 처음 찾고, 제일 마지막까지 믿는 소꿉친구였으니까.

벌써 일 년도 넘게 떨어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방으로 들어온 와카나는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열었다. 오늘은—아니 빈도상으로는 오늘도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문자가 없었다. 지난번에 에이준은 도쿄도 봄대회 이야기를 했다. 와카나는 일찌감치 끝난 지부예선전과 올해 들어온 1학년 매니저 이야기를 보냈다. 나도 작년에 그랬을까. 혼잣말처럼 덧붙인 한마디였는데 어쩐 일로 답이 있었다. 와카나는 나보다 나았을 테니까 괜찮아, 라는 문장 뒤에는 느낌표까지 붙어있었다. 전철 안에서 그것을 보고는 풋 웃어버렸다.

생일 축하해.

와카나는 에이준의 생일이 되자마자 문자를 보냈다. 답장이 금방 오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다.

 

하레오토코가 없는 나가노는 조금 흐렸다. 그렇기는 해도 흔들거리는 전철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비가 지나간 후라 선명했다. 지하철 역을 나와 자전거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조금 추웠다. 집에 다 다다랐을 때 부슬거리면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세워두었을 때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에서 착신음이 들려왔다. 현관문을 열며 확인한 문자의 제목을 보자마자 와카나는 누가 문자를 보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아, 또 이 사람이다. 사와무라한테는 비밀이라니 뭐지. 에이준의 핸드폰으로 이런 문자를 보낼만한 사람은 하나 뿐이었다. 그쪽도 이제 문자를 보내는 것이 핸드폰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다—에이준인 척하던 이전처럼 답장을 바라지도 않는 모양이었지만. 에이준은 또 핸드폰을 두고 나간 모양이었다. 기숙사 방으로 보이는 곳의 사진이었다. 이런 사진은 전에도 한 번 온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온 사진에는 작년에 받은 사진에서 본 얼굴들은 많이 사라졌고, 경기장에서도 본 기억이 없는 얼굴들도 조금 있었다. 사진에 작게 비친 생일 케이크 덕에 무엇이 비밀인지는 알기 쉬웠다. 그렇게 안 보였는데 저 포수나 투수도 이런 거 좋아하는 타입인가 봐……. 답을 해야 하는 건가, 한다면 뭐라고 써야 하지, 고맙다고? 아니 그 전에 누구한테 답을 해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은 저녁을 먹자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중단되었다.

다시 핸드폰을 열었을 때는 또 다른 문자가 와있었다. 제목은 없는, 생크림을 얼굴에 묻힌 에이준의 사진이었다. 잘 지내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사진에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와카나는 생각했다—다들 생일 때마다 해보고 싶어 한 건데. 결국 저쪽에게 선수를 뺏긴 모양이었다.

“좋겠다.”

누구에게 드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사람 마음도 모르고 잘 지내는 에이준에게 하는 말인지, 바로 옆에 있는 새로 만난 사람들이 부러운 것인지. 사진을 바라보던 와카나는 핸드폰을 접고 베개를 꼭 끌어안았다가 다시 핸드폰을 열었다.

다들 에이쨩 생일 축하했어?

 

우산과 사진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제공 by 잉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