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 투리스모

20230920 관람

레이스 장면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서 봤는데 기대했던 것 보다는 “레이싱” 영화라기보다 레이싱 “게임” 영화에 가까웠던 느낌. 그나마 후반에 레이싱 장면이 들어가긴 했고 정석적인 레이싱 영화 요소는 다 넣으려고 했던 것 같지만 (특히 드라이버에게 점점 감기는 엔지니어가 나온다는 점에서 찐이라고 느낌) 전반적으로는 그란 투리스모 게임 + 플레이스테이션 + 닛산 + 도쿄 홍보영화라고 느꼈다….

근데 GT 아카데미 선발멤버 중에 한국인이 하나 있어서 놀랐음. 아시아 대표 당연히 일본인일줄ㅋㅋㅋㅋ

그리고 꽤 심각한 경기 중 크래쉬 장면이 둘 있었음….

이하 스포 있는 노트:

 

전반적으로 레이싱 파트는 레이싱이라기보다 레이싱 “게임”이라고 느껴졌던게 오버테이크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게임 화면을 보는 듯한 주인공의 시선을 시각화한 것 같았고, 그게 아니면 대체로 랩 ㅇㅇ 순위 ㅁ위 이런 식으로 자막 처리되는 부분도 많아서 레이싱 장면에서 긴장감이 느껴지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음.
그래서 시각적으로 레이스를 잘 전달했다고 하기에는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컸고, 그보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게임에서의 목표를 하나하나 공략해가는 듯한 진행이라 오히려 정석적이었음.

여담이지만 내가 본 관에서 통로를 두고 옆에 앉은 사람들이 자꾸 핸드폰 불 켜는 등 좀 거슬렸는데 주인공이 목표 하나씩 이룰 때마다 박수치기도 하고 반응이 너무 좋아서ㅋㅋㅋㅋ 오히려 더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주인공 방 책상에 헌트 책 꽂혀있음

지티아카데미 후보들이 나누던 이야기를 보면 그중에는 레이스 경험이 간접적으로 있는 사람들이 있고 주인공처럼 순수한 게이머가 나뉘어져있는 것 같았음. 체력훈련에서 떨어진 쪽에는 순수 게이머가 많고 끝까지 남은 사람들 중에서는 레이스 경험이 그나마 있는 쪽이 더 많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봄.

올랜도 블룸이 맡은 배역이 마케팅적으로는 미국 애가 인터뷰 더 잘하니까 걔가 우승한거라고 하자 이랬을 때 넘 답답했어…. 포드 vs 페라리에 나온 르망 경기에서 본사 직원이 개소리했을 때만큼 화났어…. 레이스가 장난이야? 실전 내보낼 거라며 성적 신경 안써?? 소수점 이하단위로 순위가 갈리는 거 몰라??? 이런 마음으로 봤었다. 이 영화 최대 발암포인트….

호켄하임링 포함 몇몇 서킷 이름만 보여주고 지나감ㅠ 근데 호켄하임링이라고 나오던 장면에서 서킷 광고판이 카탈루냐 서킷 광고로 도배되어 있던데 호켄하임링 맞나…?

난 영훤히 A1링 이름을 레드불링으로 업뎃 못시킬듯….

모엣샹동을 메인스폰서급으로 단 팀이 라이벌역으로 나오는 게 제일 신기했음…. 물론 에스트렐라 갈리시아 같은 데가 스페인팀 스폰서 하는 경우는 봤지만 그쪽은 모토지피에서는 논알콜 음료 광고라고 눈가리고 아웅이라도 했던 걸로 기억하기도 하고, 샴페인은 영화에서 나오듯이 포디엄에서 뿌리는 거라는 상징성이 있으니까 이래도 되는건가?? 하는 그런….
음료 칼라가 차에 너무나 뚜렷하게 보여져서 살짝 레드불 레이싱팀이 생각나기도 했음.
근데 어쨌든 샴페인도 술인데… 이쪽 시리즈에는 술 회사 로고 보이는 건 금지하는 서킷 같은 거 없나 궁금했음.
여기 초반에 보면 코르세라는 말도 배경으로 잠깐 보이던데 제대로 못 봄… 다른 팀이 그쪽 차고를 쓴 건 아닐 거 같고 팀 풀네임이 코르세 카파 뭐 이런 거였는지 좀 궁금….

슈퍼라이센스 이야기도 나옴. 유럽선수권 6경기에서 4위 이상으로 한 번은 피니쉬해야 발급된다고 처리되고 첫 경기에서 올드비의 견제를 받아서 DNF한 거나 마지막 6번째 경기에서 슈퍼라이센스 발급 조건을 클리어한 구성은 좋았음.
GT아카데미에서 엔지니어가 주인공에 대한 인상이 바뀌는 지점이 브레이크가 유리화되었던 것을 눈치챈 지점이었는데, 이후에는 그런 부분이 딱히 보이지 않은 건 아쉬웠던 듯. 아무래도 그 부분은 이미 보여준 거라 그런지 현장에서 노련한 모습을 보이는 엔지니어의 모습을 보여주고, 엔지니어 역시나 현역시절에 운전 중에 감각이 극대화되어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을 알고 있다는 부분이나 주인공의 드라이빙 센스 쪽을 더 돋보여줘서 이것저것 골고루 커버한 것 같다.

나는 주인공이 참가한 유럽시리즈가 블랑팡 시리즈라고 추측했었음. 영화에서는 되게 짧게짧게 지나갔지만 그래도 그거 3시간 정도는 되던데 체력 많이 쌓았구나…하고 소소하게 감탄했음.

르망에서 주인공네가 탄 차가 지티3보다는 빠르다는 언급이 있었고 생긴것도 지티클래스는 아닌 걸로 보였는데, 유럽시리즈에서 만난 라이벌들이 다 기존 팀 리버리로 주인공이랑 같은 클래스로 출전하는 뉘앙스라 좀 신경쓰였음.
근데 진짜 주인공이 출전한 게 무슨 클래스이길래 이태리 팀이 우승을 했던걸까…? 우승이 이태리팀이고 2위가 미국팀, 3위가 주인공네였는데 나 그 순위 좀 자세하게 알고싶었어ㅋㅋㅋㅋ 개인적으로는 LMP2로 출전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LMP1 혹은 그에 해당되는 요즘 클래스일지도 (요즘 르망 카테고리 모름). 일단 내가 알던 LMP1, 2에는 페라리가 없었는데 빨간옷 이태리 팀이면 당연히 페라리 아닌가?(아무말임) 넘나 궁금함.

그래도 앞선 경기들이 몇 시간동안 진행되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던 것과는 달리 르망에서는 24시간 달리기 위해서 드라이버를 교대로 써야 한다거나 1명이 14시간 이상 달릴 수 없다는 설정까지 언급하기도 하고, 식전 행사도 빠방했고, 르망의 비내리는 밤시간 대의 모습도 잠깐 나와서 만족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르망은 아침에 해뜰때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없었던 것 같기도….

영화에서 카파 팀은 이미 수석엔지니어가 직전에 속해있던 팀+성격 나쁘고 더러운 플레이하는 금수저 드라이버가 있음이라 라이벌 요소가 다분했는데 중간에 주인공이 뉘르부르크링에서 사고를 낸 후에는 주인공의 슈퍼라이센스를 박탈해야 한다는 캠페인마저 벌이면서 라이벌 자리를 굳건히함.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 사고에서 르망 24시로 이어지는 흐름이 마음에 걸림.

처음에는 그게 게이머출신 드라이버 vs 현실시리즈 밟아온 드라이버로 갈등요소를 만들려고 했던 시도가 애매하게 처리되어서 그런가 라고 생각했는데, 감상을 좀 쓰면서 마음을 정리하다 보니까 그 갈등의 시발점이 게임이 아닌 진짜 레이싱은 위험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긴다는 것을 주인공이 알게됨=뉘르부르크링에서 일어난 사고 때문에 관객이 사망하고 책임을 느끼는 문제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인 것 같음.

개인적으로는 이상하다고 느낀 점이 두 개 있었는데 일단 사고 이후에 앞서 말한대로 라이벌을 중심으로 시뮬레이션 드라이버들의 라이센스를 박탈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일으켰는데 작중 시대배경을 그냥 상영시점과 동시대로 설정해버려서 저 주장이 이상하게 들렸음. 엪원이나 모토지피같은 다른 시리즈 기준에 익숙한데다가 주인공에게 우호적이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풍동이나 프라이빗 테스트 비중이 줄어서 시뮬레이션도 많이 쓰는데 근거가 좀…? 이라는 의문이 먼저 들어버림. 시뮬레이션의 비중이 커지기 이전에도 위험하단 소리 듣는 드라이버는 존재했고, 라이벌 선수야말로 분노조절 못하는 성질머리라 위험 그 자체라는 것도 문제고.
거기까지는 작중에서 그 주장이 말도안된다는 걸 공감하게 만드는 면으로도 볼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GT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시작한 닛산 마케팅쪽 인물이 그러니까 우리는 판을 더 크게 벌려서 르망에서 너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버렸을 때였음. ?????????여기서 르망이요????????????? 라는 생각에 당황스러웠음…. 그렇게 말한 순간 이미 관객이 사망한 건 그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지난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네 잘못이 아니었다는 엔지니어나 마케팅 담당자의 말은,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도 당연히 그래야 했고 작중의 조사 결과 역시나 사실로 밝혀주었지만, 이상한 울림만을 남기니까 끝맛이 좋지 않음.

개인적으로는 현실 레이스에서도 드라이버의 죽음보다 관객이나 마샬의 죽음은 쉽게 잊힌다고 생각해서 영화에서 그렇게 진행한 것이 어떤 면에서는 현실적이기라고 느끼기도 했음… 주인공이 그 사고를 겪고도 다시 레이스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었는데, 영화가 끝난 후에 곱씹어보니까 그 사고는 작품 내외적으로 마케팅을 위해서 쓰였다는 생각만 들어서 이런 진행이 최선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큰 단점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