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20231123 관람

감상: 2시간 30분짜리 저혈압 치료제, 저새끼와 저새끼와 그새끼를 죽어야만…! 하는 걸 속으로만 생각해야 해서 넘나 답답했던 영화ㅋㅋㅋㅋ

개인적으로는 너무 짜증나서 계속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를 척결한게 존나 잘한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영화가 김영삼이 하나회 날리는 걸로 끝날줄 알았음…. 그런데 아니더라…. 어쨌든 보고 나니까 먹먹하고 용산 그 새끼에 대한 혐오도 더 쌓임.

그만큼 속터지는 영화였어도 역사를 전혀 모르거나 혹은 2찍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정치성향을 가진 관객일 경우에는 이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할 수 없을 것 같고 오히려 영화속의 전씨를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음. 그래서 답답하고 속터지는 만큼 작중에서 보여진 이태신이라는 인물이나 그와 같은 신념을 가지고 행동한 사람들이 왜 대단한지 보여졌기 때문에 지금 나온 것이 시의적절한 영화라고 느꼈음.

어쨌든 전대갈을 죽이는 대체역사물이 나온다면 정우성이 출연하길…..

 

20231125 2회차 감상 네타 있음

2회차 감상포인트 빛, 그림자, 담배

1회차에서 정총장 사무실 벽에 백절불요라는 글귀가 적힌 액자가 정총장 캐릭터와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2회차에서는 곳곳에 보이는 그런 문구들과 빛/그림자 사용을 위주로 감상했다.

내가 알아볼 수 있었던 한자:

  • 정총장 사무실에는 백절굴요, 관사 응접실에는 선국후기.
  • 이태신 사무실에는 (아마도 생즉사) 사즉생. 후반부에 사즉생 부분만 보임. 사무실에 액자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뭔지 모르겠음.
  • 전씨 집에는 풍림화산, 사무실에는 천하수안 망전필위
  • 반란군 작전실 문 옆에는 파부침주, 그리고 벽쪽에는 가로로 지피지기백전백승.

근데 저걸 찾던 중에 보니까 박정희가 쓴 문구 중에 저런 게 있다는 게 결과에 종종 걸리던데 작중에서도 문구 옆에 작은 글씨가 뭐 많이 있어서 박정희 글씨일 가능성도 있을지도…? 다들 군인 캐릭터들이고. 만약에 그렇다면 모두 박정희라는 같은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지만 다른 행동을 했다는 것이 더 대단할 뿐이다.

 

빛/그림자 위주로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 건 1회차 때 김재규가 모델인 것이 분명한 인물이 고문실에 있는 걸 보여줄 때 빛이 너무 강해서 그의 한쪽 발이 보이지 않았던 것과, 정총장이 끌려가기 전에 전씨와 대면했을 때 얼굴에 빛을 상당히 강하게 사용한 것이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하나회 일원들을 소개하면서 전씨가 그들을 의자에 앉히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라서—이건 디테일까지는 기억하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까 의자 뒤로 전씨의 그림자가 거대하게 의자를 내려다보는 것이 상당히 압도적으로 보였다.

전반적으로 영화에서는 정총장이나 이태신에게는 빛을, 전씨나 그 일당들에게는 어둠과 그림자의 이미지를 준다. 어둠의 경우 하나회가 반란을 계획할 때 고의적으로 불을 끄는 장면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거기다가 또 그들은 담배를 핀다. 하나회 일당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그들이 담배 연기로 빛을 가리는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건의 진행상 당연한 구성이겠지만) 영화 앞부분은 낮시간대, 뒷부분이 밤시간대인 것도 하나회의 막강한 영향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클라이막스로 들어가면서 이태신을 보여줄 때는 렌즈플레어 효과를 써서 그의 얼굴까지 빛을 끌어오는 장면도 늘어나는 것 같았다.

앞서 언급한 전씨가 정총장과 대화하는 장면은 다시 보니 정말 빛 사용이 세심한 장면이었다. 분명 둘이 한 창문을 옆에 두고 서있지만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정총장쪽을 향하고 있어서 정총장의 얼굴에는 빛이 비치지만 전씨를 정면으로 잡을 때는 얼굴에 빛이 드리우긴 커녕 그림자가 진 것 처럼 보였다.

거기다 이번에 다시 보니 초반에 전씨 무리가 복도를 걷다가 이태신과 마주쳐서 전씨가 이태신에게 말을 거는 장면도 마음에 들었다. 전씨가 잠시 이태신의 곁에서 걸어갈 때 복도 천장의 형광등들이 전씨와 이태신 사이를 가르는 선을 만드는 모양이라 정말 감탄했다. 이런 식으로 대립구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구나. 그리고 끝내 이태신이 체포된 이후에도 노씨를 먼저 보낸 전씨는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차도가 아니라 그 옆의 그림자 안을 걷는 것 같아서 어쩐지 앞선 장면과 연관되는 느낌도 든다.

 

화장실이라는 장소도 전씨를 묘사하는 데에 상당히 상징적인 장면으로 나오는데, 아무래도 화장실이라는 장소 자체의 이미지가 그의 추잡함을 더하기도 해서 마지막에 전씨가 거기서 혼자 웃는 장면이 더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물 속에 얼굴을 집어넣는 것은 전두환 시절의 고문을 묘사할 때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어서 전씨를 보여주면서 그런 장면을 넣은 것이 이질적이면서도 신기했다.

전씨가 화장실에서 보이는 모습 중에 수건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장화를 닦는 장면이랑, 마지막에 화장실에다 들고있던 물건을 떨어뜨리고 일을 보면서 웃는 장면이 나오던데 무언가를 바닥에 떨어뜨린다는 게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도 의미가 있는 건가 궁금했다. 화장실에서 사망했다는 건 알고 있지만.

 

1회차를 봤을 때 정총장이 처음 이태신을 관사로 불러서 수경사를 맡으라는 말을 꺼내기 전에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울려다보는 걸 위에서 잡아주는 장면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도 그 장면이 후반부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태신을 비쳐주는 장면과 이어진다는 느낌은 어렴풋이 받았다. 2회차를 보면서 당시에는 두 사람의 행동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작아보였는지를 강조하면서, 단체사진을 보여주며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한다는 사실을 타이포로 처리한 엔딩과 “서울의 봄”이라는 제목과 대비를 주기 위한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봤을 때는 하나회 일당들을 희화화 한 것이 부정적인 영향도 줄 수 있다고도 생각했는데, 아마도 나는 감독과 같은 입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점이 확실해서 그럴까 두 번째 보았을 때는 전두광을 비롯한 하나회 인물들이 너무나 하찮아보이기만 했고 전씨를 보면서는 너 떄문에 나 죽는다?? 죽는다?? 하는 인터넷 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협박 같지도 않은 협박이 떠오를 정도였다. 넘어지면서도 바리케이드를 넘던 이태신에게서 느껴지는 안타까움과는 정 반대였다.

악은 친근해지려고 한다. 전씨는 노씨를 친구라 부르고, 그에게는 많은 선배님들과 후배들이 있고, 노씨는 생일잔치가 성공한 이후 전씨에게 친구 관계를 확인하고, 그들은 (억지로) 돈봉투를 건네고 술잔을 건넨다. 질서를 무너뜨리는 이러한 사적 관계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속이 터지지만, 이 영화가 지금 시기에 있어야 하는 이유다.

전씨는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신사협정”을 운운하며 상대에게 자충수를 두게 만든다. 이태신에게는 포격하면 다 죽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2공수 여단장에게 총을 쥐어주면서 쏠 테면 쏴보라고 할 때도 그랬다. 그건 이태신에게 명령을 거둬달라고 총을 겨누던 강대령의 태도와도 너무나 대비되었다.

전씨는 결국 자신의 “혁명”을 성공했으나 절차도 도리도 명분도 없다. 체포 동의안에 사인을 받았어도 그것이 사후재가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악은 옳은 행동 앞에서는 그것을 반박하지 못하고, 똑같이 올바른 척을 할 수 밖에 없다. 초반, 회의에서 정치에 손을 뻗치려는 군인 이야기를 꺼내며 정총장이 그를 돌려서 비판할 때 전씨가 부하들에게 웃지 말라고 했던 것처럼, 이태신에게 맞는 말을 들었을 때도 전씨는 주변에게 웃지 말라고 말했다. 영화 이후의 현실에서 그는 합당한 벌을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그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막지 못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은 극의 마지막에 그들을 효수하듯 그들의 사진을 걸어두었다.

2회차로 보니까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라 이번에는 전대갈만큼 중립무능충들이 너무나 싫었어……. 제발 김영삼이 하나회 없애는 영화를 만들어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