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au

드라이버라면 무언가 대단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들은 가장 카메라와 가까운 존재일 뿐이다. 팀을 대표해서 서킷 위에 서서, 머신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며 피니쉬라인까지 머신을 이끄는 그들은 응원과 비난을 직접적으로 받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머신이 서킷에서 달리지 않는 동안, 경기 주간의 대부분의 시간 일을 하는 것은 엔지니어와 메카닉들, 그리고 경기가 없는 동안에는 팩토리에서 수많은 테스트가 이루어진다. 팬들이 보는 드라이버가 스포츠맨, 혹은 그 이상의 상징이 되어버리더라도 팀에게 있어 드라이버는 우선 한 명의 피고용인이었다. 거기다 한 사람은 아직 2년차, 다른 한 사람은 갓 데뷔하는 신인. 그런 이유로 후루야와 사와무라는 마중을 나온다는 사람이 약속시간에 늦었다고 해도 쉽게 불평을 할 수 없었다—애초에 그들에게 타카시마 레이라는 인물은 매우 어려운 상대였다. 마치 애초부터 약속시간은 두 사람이 알고 있던 시간보다 30분 늦은 시간이었다는 듯이 타카시마는 천천히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

둘이 친한 사이라고 들었는데.
뭐…….

대답을 얼버무리고 후루야는 다시 파일로 시선을 돌렸다. 가끔 후루야를 인터뷰하러 오는 기자들은 하위시리즈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와무라에 대해서도 묻곤 했다. 그들 역시나 둘이 일본 국내 시리즈에서 같은 시기를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후루야는 다른 시리즈의 결과를 잘 알지 못했기에 그저 응원하고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친한 사이라는 것은 굳이 따지자면 과거형이었다. 사와무라와의 연락은 시리즈가 갈리면서 끊겼다. 응원한다는 말은 인터뷰를 짧게 하는 버릇을 고치라는 매니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코멘트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간단한 프로필 아래에는 사와무라의 시즌별 성적이 경기별로 나열되어 있었다. 나쁘지 않네—그런데 이 경기들은 왜 불참했지…….

혹시 그 중에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미리 말해줬으면 좋겠어.

타카시마의 말에 후루야는 남은 두어 페이지도 훑어보았다. 모두 후루야가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사와무라를 제외하고는 전원이 같은 그리드에 서는 선수들이었다.

딱히 없는데요.

딱히 없었지만, 사실 불편한지 편한지를 알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없었다. 그 목록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그럼 혹시 팀메이트가 되고 싶은 사람은 있어?
……저한테 결정권이 있는 건가요?

타카시마의 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와, 알지 못하는 교외로 들어섰다. 목적지의 이름만은 들었지만 그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어떤 곳인지도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생각보다 긴 드라이브에 피곤해진 것인지 사와무라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지친 것인지 사와무라는 벽에 기대어 앉아서 캐리어를 끌어안고는 피곤하다고 투덜거렸다. 사와무라는 잠시 일본에 귀국해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어제 출국해서 스무 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또 잠이 오나 보네. 멍하니 생각을 하며 후루야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생각했던 것만큼 친한 사이는 아닌가 보네. 조용하잖아?

백미러에 비친 타카시마의 눈을 바라보며 후루야는 쓴웃음을 지었다.

후루야의 물음에 타카시마는 말했다.

아니.

결정권이 없다고 말했지만 후루야는 사와무라의 이름을 말했다. 어차피 선택을 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라인업이 불화를 일으키는 건 바라지 않으니까, 둘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런데도 팀은 사와무라를 불렀다. 그리고 둘에게 같은 거처를 제공했다. 후루야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와무라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후루야가 그렇듯이 사와무라도 그것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