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미래날조

 

하네다공항과 도쿄 중심지를 잇는 길은 도쿄의 관광명소와 이어져있다. 뿌연 하늘과 같은 색으로 느릿느릿하게만 보이는 항구의 분주함. 운전을 하지 않는 입장에서 혼란스럽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도로가 끝났는지 겨우 눈에 조금이나마 익은 풍경이 들어오면 빌딩 사이로 얼핏 도쿄 타워가 보인다. 지금은 서쪽으로 스카이트리가 생긴 지 오래 되었지만, 처음 상경하던 날 숙소 근처로 연결되는 버스 안에서 피곤한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는 와중 보인 도쿄의 랜드마크였다. 정작 도쿄에서 보낸 학창시절은 훈련과 시합으로 가득했기에, 그 사이에 그에게 남은 랜드마크는 수많은 야구장뿐이었다. 관중들로 가득 찬 스탠드를 사방에 마주한 채로 마운드에 설 때면 기억은 언제나 여름으로, 그 여름으로 이어지는 봄으로, 고등학교 때로 되돌아간다. 택시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로 올라탄 리무진 버스에서 내려 체크인을 끝마치고, 캐리어를 방에 아무렇게나 둔 채로 그는 호텔에서 빠져나왔다. 비행기 도착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미루어둔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익숙한 길을 걷고 있자니 어느 순간부터 어린아이들이 내뱉는 유아어가 들리는 빈도가 늘어났다. 멈추어 서서 고개를 들자 모자챙에 조금 가려졌지만 대관람차와 롤러코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아는 도쿄였다.

오랜만이었다.

후루야가 일본에서 마지막으로 치렀던 경기 결과는 승리였다. 그에게도 팀에게도 익숙한 일이었다―만, 상대가 상대라는 점에서 조금 뒷맛이 좋지 못했다. 마운드에서 내려가기 전 모자의 챙을 꾸욱 누르는 것이 보였다. 얼핏 본 사와무라의 옆얼굴은, 그 다음 일어난 환호성으로 인해 묻혀버린 것 같았지만 몇 시간 후 후루야는 그것이 세이도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는 얼굴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배웅하겠다고 공항에 나온 사와무라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운드에서 쓰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팀 로고가 달리지 않은 스포츠캡과 스카프가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지만.

이별은 출국심사대로 향하는 입구 밖에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아무리 사람이 많지 않은 새벽이라 하더라도 떠나보내는 사람도 언제까지나 그곳에 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떠나는 사람도 곧 검색대로 향하는 인파에 묻혀서 뒤를 돌아볼 수 없게 된다. 수화물 검사에 출국 수속을 비롯한 절차는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 게이트 옆의 의자에 앉아서 출국날짜를 표시하는 도장이 찍힌 여권 페이지를 바라보았다. 모두 너무 갑작스럽고 비현실적인 것 같았지만 사실이었다. 조금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식으로 헤어지고 싶었는데, 후회하는 것은 많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반쯤 가려진 입이 웃으면서 후루야의 등을 떠밀었다. 어느 순간 여전히 시끄럽던 웃음소리도, 등을 두드리던 손도 멈추었다. 느릿느릿 코트를 쥐는 손가락 끝이 조금 간지러웠다.

“……너 말이야, 또 먼저 가버리고.”

웃고 있었으면서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서운함, 억울함, 부러움. 이번에도 또다시 눌러쓴 모자가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사실, 헤어지고 싶지 않았는데. 한숨을 내쉬었을 때 때마침 탑승안내를 알리는 방송이 들려왔다.

다른 말이 많았을 테건만 입 밖으로 나온 것은 기다릴게, 라고 말이었다. 사와무라는 말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루야는 사와무라가 다시 자신이 있는 곳까지 올 것이라고 믿었다. 다만 그것이 단순한 고집일지도 모른다는 것도 깨달았다. 노력은 정말로 배신하지 않지만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현위치에 남아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하지만 그런 것은 구태여 말하고 싶지 않았다. 놀라서 입을 제대로 열지 못한 것은 세이도 시절 자신의 손에서 공을 넘겨받고 마운드에 서던 라이벌이었다. 낯익은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고 한쪽 어깨에는 스포츠가방을 든 그는 출근을 하는 모양인 것 같았다. 이제는 자신의 옛 팀에서 자신이 서던 마운드에 서는 사와무라였다.

계속 기다리고 있던 것이 헛된 짓이 아니었다.

“그냥, 가끔은 보고 싶어서.”

어이없다는 웃음소리와 함께 모자 아래의 눈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