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au

타카시마가 차를 세운 것은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어느 집 앞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지나친 표지판을 떠올렸을 때, 후루야도 들어본 적이 있는 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을 것이었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사와무라는 공항에서부터 이어진 차의 울림이 사라져서 그런지 부스스 눈을 뜨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착한 거야?
응.

목이 아픈 것인지 고개를 몇 번 돌린 사와무라가 차에서 빠져나가자 후루야도 반대쪽 문을 열었다. 우와—— 하고 놀라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타카시마가 사와무라의 이름을 불렀다. 현관문을 연 타카시마는 두 사람에게 거실을 기준으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안내했다. 세탁기는 어떻게 쓴다던가, 우편함은 여기, 방은 어느 쪽이라고. 이미 두 사람이 보낸 짐은 도착해 서 거실은 택배상자로 어수선했는데 거기에 캐리어까지 더해졌다. 간단한 가구와 가전제품이 갖춰진 집이었다. 사와무라가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감탄하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침대가 크다느니, 뒤에 정원도 있다느니, 사와무라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도 뭐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알 것 같다고 후루야는 생각했다. 사와무라가 다시 거실로 돌아오자 타카시마는 두 사람에게 열쇠를 한 벌씩, 그리고 여벌열쇠를 건네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집을 떠났다.

벌써 가시려고요?
이쪽도 바빠서. 테스트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주변 지리도 익히고. 그럼 정리 잘 해. 저녁때 다시 연락할게.

타카시마를 배웅하는 사와무라는 꽤나 아쉬운 표정이었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에 후루야는 그 문처럼 사와무라의 입술 사이도 열리지 않는 것이 아닌지 잠시 걱정했다—공항에서 타카시마를 기다렸을 때 그랬듯이, 그런데 이제는 찾아올 사람도 없었기에 다물어진 그대로 시간을 보내다가 오늘 하루가 다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사와무라는 커다랗게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짐을 풀어볼까. 아, 방도 정해야 하는데. 후루야 너, 짐 많으니까 네가 큰 방을 써야 하는 거 아냐?

사와무라가 부친 상자는 몇 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타향살이 기간이 길었던 후루야는 이삿짐도 많은 모양이었다. 사와무라는 자신의 상자를 찾으면서 후루야에게 말했다.

응? 큰 방이라니? 둘 다 똑같지 않아?
하나 더 있잖아. 너 제대로 안 보고 뭐 한 거야.

네가 떠드는 것을 듣고 있었다고 답할 수는 없었던 후루야는 그저 웃었다. 멍하니 사와무라를 바라보고 있자 사와무라는 가서 보고 오라는 고갯짓을 했다. 주방의 반대쪽에 위치한 문을 열면 왼쪽으로는 욕실이, 그리고 바로 앞과 오른쪽에 침실이 있었다. 모양만 조금 다르고 비슷한 크기로 보였다. 그리고 복도 끝에 있는 문이 아무래도 사와무라가 떠들던 정원으로 통하는 문이 아니라 침실로 이어진 문이었던 것이었나 보다. 후루야가 유럽에 건너온 이후 묵었던 집은 이렇게 크지 않았기에 구조를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거실과 가까운 두 방을 합친 만큼의 크기라고 해도 좋을 방이었다. 화장실도 딸려 있었고, 붙박이장도 넓었다. 그리고 정원으로 이어지는 문과 창문. 아마 마스터베드룸일 것이다.

거실로 돌아온 후루야는 바닥에 앉아서 벌써 상자를 풀기 시작한 사와무라에게 답했다.

방에 둘 짐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거기다 너무 커. 난 아무 방이라도 괜찮아.
그래?
네가 쓰지 그래, 왜.
별로……. 그럼 난 욕실 옆.
그래.

고개를 끄덕이고 후루야도 쌓여있던 상자 중의 하나를 마루에 내려놓았다. 상자의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다음 상자를 내려놓은 후루야를 바라보며 사와무라는 내심 안심했다. 사와무라가 걱정했던 것을, 퍼스트니 세컨드니 하는 것을 트랙 밖에서도 신경 쓰는 것은 사와무라 혼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