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au

짐을 풀어놓는 것이 끝나갈 때 쯤, 하나 남은 상자에서 사와무라가 꺼낸 것은 전기밥솥이었다.

어, 밥솥이다…….

후루야에게는 오랜만에 보는 물건이었다. 귀국할 때 집에서나 보는 것이었는데 최근 몇 년간 귀국이란 홈경기 때 한 번, 그리고 오프시즌 때 한 번 정도 있는 일이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 년에 한 달도 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식단은 완전히 바뀌어서 오히려 서양식을 기반으로 한 소위 말하는 건강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사와무라는 피식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이번에 엄마가, 밥은 챙겨 먹고 다니라고 짐에 싼 거잖아.

해먹을 시간은 있겠어?

아니, 솔직히 없을 것 같아. 여태까지도 계속 사먹었는걸. 거기다가 이런 건 여기서도 팔 거라고 말했는데…….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말을 끊은 사와무라는 잠시 조용히 있나 했더니만 혼자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후루야는 물었다.

그랬는데?

어? 아—그게, 밥도 못 하면서 외국어로 되어있는 걸 알아보기나 하겠냐고 굳이 사는 데 끌고 갔잖아. 내가 바보도 아니고.

의외였다. 일본을 떠나서 지낸 시간은 후루야가 더 길었지만, 사와무라쪽이 이쪽의 생활에 더 익숙한 모양이었다. 짐을 대충 푼 두 사람은 냉장고 안에 끼니를 때울만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다행히도 두 사람을 버리지 않은 타카시마가 그 사이 후루야의 휴대폰으로 근처에 있는 괜찮다는 평을 듣는 식당과 식당 근처의 마트가 표시된 지도를 보냈다. 그 밑에는 내일 차가 배달될 거라는 문자와, 또 밑에는 주말이 지나고부터 있을 대략적인 스케줄. 예상은 했지만 바빠질 예상에 후루야는 한숨을 쉬었다. 왜, 뭔데? 라며 후루야에게 다가온 사와무라에게 후루야는 휴대폰을 넘겼다. 아래쪽 문자는 보지 못한 것인지 무시한 것인지 배고픈데 빨리 먹으러 가자고 사와무라가 대뜸 후루야를 이끈 것이 20분쯤 전. 그리고 방금 전, 후루야는 사와무라가 막힘없이 추천하는 메뉴가 무엇인지를 묻고는 웨이터와 잠시 잡담을 나누더니 주문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무뚝뚝하게 메뉴만을 말한 후루야와는 달리 시종일관 웃는 모습이었다.

영어, 잘 하네.

물을 마시면서 내뱉은 말에 사와무라는 어째서인지 눈을 동그랗게 하고, 못 믿겠다는 듯이 후루야를 바라보았다.

영어는 네가 더 잘 하지 않아? 이쪽에서 산지 오래 됐잖아. 잡지 인터뷰도 하고…….

아…….

그거, 질문도 엄청 많던데, 하고 중얼거리는 사와무라에게 차마 통역이 붙어있어서 도움을 받았다는 말은 할 수 없었던 후루야는 다시 물컵을 들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