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au

시즌 최종라운드가 있고 2주 후, 그러니까 짐을 다 정리하고 새로운 집에 익숙해질 즈음에 열린 프리시즌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사와무라는 무언가 불만인지 집으로 돌아온 후 말수가 줄어들어 있었다. 후루야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당분간은 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후루야는 사와무라가 테스트 세션의 랩타임을 가지고 이렇게 충격을 받을 타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개라지나 브리핑 때는 그나마 평소다운 시끄러움이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집으로 돌아온 후가 문제였다. 후루야나 다름없을 정도로, 때로는 후루야보다 더 말수가 줄어들었다. 사와무라의 테스트는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코스아웃도 없었고, 크래쉬도 없었다. 게다가 후루야의 기록과 테스트 중 나온 최단기록과의 차이를 생각하면 아직 팀으로서는 갈 길이 멀었다. 자기 기록 말고 다른 것은 제대로 본 것인지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후루야는 후루야대로 할 일이 많았고, 무엇보다 사와무라에게 그런 것을 직접 말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힐끗, 사와무라가 들어가 있는 방을 바라보며 후루야는 자신의 루키 시절을 떠올려 보려 했다. 고작 2년 전의 일이었는데도 기억나지 않았다. 첫 테스트 후의 기분만은 생생했다. 그러나 그 후의 주변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 침묵은 어이없게 사라졌다.

프랑스 남부의 그 서킷에서 테스트가 열린 것은 몇 십 년만이었다. 아침 운동을 갔다 온 후에 연락이 온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첫 프라이빗 테스트가 이전에 팀이 자주 이용하던 서킷이 아니라는 사실에 일단 놀랐다.

나 거기 가본 적 없는데.
흐응, 그래?
후루야는 있어?
아니.
뭐야, 아는 것처럼 말해놓고는.

당연하게도 두 사람이 경험해 보지 못한 서킷이었다. 솔직히,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둘은 노트북을 펼쳐놓고 서킷을 검색해 보기로 했다. 경기가 열리기는 했지만 모두 다른 시리즈였다. 최근에 보수공사를 했다고 얼핏 들은 것 같다고 후루야가 중얼거렸다. 그렇다고는 해도 왜 그곳인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마우스를 움직이며 두 사람은 외국어 페이지 사이를 훑어보았다. 프랑스에서 경기가 열리지 않은 지 꽤 되었지만, 다시 경기를 연다면 역시 그랑프리 개최 경험이 있는 서킷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 거긴 좀…….
재미없지.
응.

후루야가 대답하자 사와무라도 피식 웃었다. 재미없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던 서킷과,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서킷. 어느 쪽도 겪어보지 못한 사와무라로서는 긴장되는 선택이었다. 서킷 레이아웃을 훑어보며 사와무라는 입술을 꾸욱 다물었다.

이번에는…….
응.
너도 처음이라고 하니까, 지지 않을 거야.

모니터에 켜둔 다른 시리즈의 온보드 영상을 바라보면서 사와무라가 중얼거렸다.

그래…….

내려다보는 얼굴이 진지했다. 그제야 후루야는 떠올렸다. 데뷔하던 때, 프리시즌 테스트가 진행되면서 변해가던 팀메이트의 태도. 테스트의 목적은 머신의 개발을 위한 피드백이라고 생각하던 후루야에게는 조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테스트 기록을 가지고 이기니 지느니 하는 것도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건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거야.

사와무라도 그렇게 변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문제의 프라이빗 테스트에서 오전 세션이 끝나기 직전 크래쉬한 사와무라가 후련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않으며 웃는 것을 보고, 후루야는 그 생각에 의문이 들었다—그렇게, 변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