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au

프라이빗 테스트였지만 서킷에는 일본인 기자들이 몇몇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그들은 느긋하게 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거나, 후루야나 사와무라에게 손을 흔들며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거나, 핸드폰으로 오전 세션의 상황을 SNS에 보고하는 모습이었다. 점심을 먹은 사와무라는 호스피탈리티에 남아있기보다 개라지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직 점심시간은 끝나지 않았지만 개라지에는 메카닉들과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부서진 머신을 어떻게 고칠지를 의논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합동테스트 때 크래쉬를 일으킨 드라이버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서킷에서 테스트를 하는 팀이 있던가 하는 것을 사와무라는 잠시 떠올려 보려 했지만 다른 팀의 테스트 일정까지 꿰고 있지는 못했다. 그가 전에 속해있던 카테고리의 테스트 일정이라면 대충 기억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사와무라가 아는 한, 이번 프리시즌의 첫 크래쉬의 주인공은 그였다. 그 사실은 이미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것으로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어쩐지 쪽팔리는데—부모님이 그런 것을 확인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행기모드를 풀지 않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테스트 시작 한 시간쯤 후에 일어난 크래쉬는 잠시 테스트를 멈출 정도의 사고였다. 요란하게 그라벨 베드를 가로질러 에어쿠션 펜스에 부딪혔기에 머신 상태도 꽤 말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손을 쓰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콕핏에서 빠져나오기 전까지 멍하니 있었던 탓인지 잠시 검사까지 받아야 했다. 다행히도 오후 세션에는 참가해도 된다는 허가가 떨어졌지만 선수야 어쨌든 차가 아직 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엔지니어와 눈이 마주친 사와무라는 멋쩍게 웃었다. Sorry. 엔지니어는 손을 휘저으며 되었다는 표현을 했다. 이미 점심식사 전에 있던 디브리핑 때 몇 번이나 꺼낸 단어였기에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의미였다.

사와무라가 크루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어느덧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것인지 후루야가 개라지로 돌아왔다. 의자에 걸터앉는 것을 슬쩍 바라볼 생각이었지만 후루야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후루야는 금방 고개를 돌렸지만, 사와무라는 어쩐지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대화를 멈추고 후루야에게 향했다.

어쩐지 너, 기분 좋아 보여. 정말로 괜찮은 거야?

사와무라가 의자를 끌고 와서 근처에 앉자, 벌써부터 헬멧을 들고 장갑이나 이어플러그를 챙기던 후루야는 반쯤은 농담조로, 반쯤은 걱정하듯이 물었다. 머리말이야……. 덧붙여진 말에 사와무라는 풋 하고 웃음을 내뱉고는 대답했다.

응, 개운해졌거든.
……크래쉬했잖아.
그러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후루야를 앞에 두고는 사와무라는 대답을 이었다.

벌써부터 크래쉬라니 좀 쪽팔리지만, 앞으로는 그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이 후련해졌어.

사와무라가 웃는 모습에 후루야는 문득 이전에 읽은 어느 기사를 떠올렸다. 그런 타입의 선수도 있다고 했다. 크래쉬하는 것으로 머신의 한계를 확실히 이해해버리는 선수. 후루야가 생각하기에는 매우 효율이 나쁜 방법인데다가, 후루야가 실제로 본 상습 충돌범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기에 정말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고 무엇보다 사와무라 본인의 설명과도 달랐다.

응, 그럼 힘내.

하지만 그럴 가능성도—오후 세션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시즌이, 계약 기간인 2년이 끝나기 까지는 아직도 멀었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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