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 half

후루사와로 대략 이 글 이후. 두 사람이 드라이버인 엪원au

 

목요일. 분단위로 정해지는 트랙 밖의 스케줄 속에서 트랙워크는 반가운 외출이었다. 2주라는 조금 긴 텀을 두고 열린 그랑프리. 제대로 된 휴가는 갖지 못한 것 같지만 잠깐의 휴식 덕분에 벌써부터 전보다 더 바빠진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트랙 위는 완전히 후루야의 영역이었다. 그곳까지는 말을 거는 사람들이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어서 새로 깐 탈막이 유달리 짙은 색으로 보였다. 공략법은 잘 알고 있는 서킷이었지만 그립이 달라졌을 가능성이나, 마모가 얼마나 될지. 후루야는 엔지니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구비구비 이어진 서킷을 내려다보는 관객석에는 지금은 아무도 없다. 가끔 멀리서 트랙워크에 한창인 다른 크루들이 보였다. 시케인 너머 저 앞에서는 먼저 트랙워크를 나섰던 사와무라가 있었다—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며칠 전에 만났을 때와는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다.

 

며칠 전, 후루야의 생일을 축하하자며 사와무라가 찾아왔다. 후루야가 연락을 받은 것은 집을 비우는 일이 더 많아서 우편함에 한가득 쌓인 편지들을 며칠째 정리하고 처리하던 중이었다. 외국어 속에서 보인 모국어가 반가워서 단숨에 답을 보냈다.

[우리 집 지저분한데?]

식탁 위처럼 어지러운 머리로, 집에 오겠다는 문자에 아무 생각 없이 보낸 대답이었다. 사와무라의 답장은 금방 왔다.

[알아] [너 정리 안할 때 어떤지 내가 제일 잘 알 걸]

후루야는 잠시 편지에서 눈을 뗐다. 아직도 알아듣기 어려운 외국어가 가득한 편지는 후루야가 채 눈을 돌릴 틈이 없는 일상의 일부였다—사와무라와 같이 살던 때는 이런 우편물이 올 때면 둘이 머리를 맞대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바빴다. 그래봐야 공과금이나, 광고 우편물 같은 중요하고도 사소한 것을 가지고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헤매다가, 결국 타카시마 씨나 다른 직원들에게 도움을 청하곤 했다. 후루야의 공간이 얼마나 혼란스러워질 수 있는지 사와무라는 잘 알고 있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공동생활도 1년 반이라는 애매한 기간 이후 끝났기에, 지금은 머나먼 옛날 일처럼,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도 그렇네] [그렇지?] [그럼 그날 갈테니까 어디 가면 안된다?] [응]

“아……”

사와무라의 페이스에 말려든 탓일까, 그렇게 간단히 말해버린 다음에야 후루야는 스케줄을 확인했다. 어플을 열아보자 다행히도 그날은 일정이 비어있었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달력의 날짜를 뚫어져라 바라본 후에야 그는 사와무라가 말한 그 날이 다시 일정으로 가득 차기 전, 그의 생일이 시작하기 전 마지막 남은 휴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와무라는 오랫동안 거실을 차지하고 생일상을 준비했다. 차에서 말 그대로 한 상자 짐을 들고 나와서 문을 열어준 후루야를 지나쳐 곧장 거실로 들어갔다. 무엇을 가지고 왔는지 보고 싶었지만 거실을 출입금지 당했다. 우리 집인데…? 라는 항의는 가볍게 무시당했다.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엊그제까지 우편물이 너브러져있던 것 테이블 위에는 촛불이나 샴페인이나 케이크가 놓여있었고, 후루야의 자리 옆 의자에는 커다란 북극곰 인형이 앉아있었다. 마침내 입에 댄 케이크는 어쩐지 벌써 2년 전, 타향에서 같이 살던 첫 해에 사와무라가 손발을 다 써서 사왔다는 케이크를 떠올리게 했다. 그것보다 훨씬 더 섬세한 장식이 올라가 있었고 훨씬 더 작은 크기였고—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둘이 그렇게 커다란 케이크를 다 먹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매우 불행하게도—당연히 둘은 다른 것이었지만, 포크를 떠나 입안에서 녹아내리던 행복의 맛이었다.

다만 서프라이즈를 받은 것은 오히려 사와무라였다. 생일축하 노래가 끝난 후로 고맙다고 말하는 후루야를 뿌듯하다는 얼굴로 계속해서 바라보던 사와무라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거짓말!”
“……할 리가 없잖아.”
“왜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하는 건데?!”
“네가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무덤덤하게 케이크를 입에 넣으면서 후루야는 말했다. 아직 발표할 시기는 조정중이지만, 내년에 이적하기로 했다고. 그 말을 꺼내자마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와무라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후루야를 내려다 보았다. 아무래도 후루야는 말을 꺼낼 타이밍을 잘못 계산한 모양이었다. 사와무라가 앉을 생각을 하지 않자 후루야는 사와무라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사와무라가 겨우 자리에 앉은 후에도 후루야는 그의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천천히, 아까처럼 갑작스럽지 않도록.

“나는 정말, 네가 제일 먼저 알았으면 했어. 앞으로 무슨 말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너라면 알 거라고 생각하니까. 지금대로라면 너랑 겨룰 수 없을 거 같아. 우리는 서로, 우승하고 싶어하잖아?”

끄덕끄덕,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았다. 목이 마른 것도 아닐텐데 사와무라는 샴페인잔을 들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맞는 팀을 찾고 싶어.”
“우리 팀은, 맞지 않는다는 말이야?”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후루야는 잠시 말을 멈췄다.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것 같다는 말은 지금 해도 괜찮은 것일까. 적어도 그가 보는 미래는 그랬지만, 어쩐지 그렇게 말하면 사와무라에게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도 알잖아, 정말로 동등한 머신은 없다는 거. 내가 어디에 가도, 지금이랑 다를 건 없을 거야.”
“……달라. 아직 승부가 끝나지 않았는데, 비겁해.”

너는 항상—제대로 이길 기회는 주지 않잖아. 사와무라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 샴페인병을 노려보았다가, 벌컥벌컥 그것을 들이키지는 않기로 했다. 다만 어깨를 들썩이면서 화를 참았다.

 

결국 후루야의 의도와는 달리 사와무라에게 두 가지를 다 축하받는 데에는 실패했다. 생일은 축하받았지만, 이적 소식을 미리 알려준 것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고 했다.

“축하해 주지는 않을 거야?”
“오늘은 생일축하로 됐잖아. 하여튼 욕심은 많아서.”

케이크에 포크를 푹 찔러 넣으면서 사와무라는 투덜거렸다.

 

어느새 거리가 좁혀졌는지 헤어핀 반대편에 있던 사와무가 후루야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사와무라는 잠시 후루야를 바라보았다가 아무런 손짓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후루야도 그대로 테스트 드라이버와의 사담을 이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서드드라이버는 올 시즌 트랙워크를 할 때마다 후루야와 동행하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알고 있을까. 후루야와 사와무라가 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 받은 기대는 아마 모두 채워졌을 것이다. 같은 조건이라는 환상 속에서, 두 사람은 좋은 라이벌이었다. 후루야도 그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팀에 둘 다 남아있기에는 두 사람 모두 성장했고, 그때 받은 기대와는 달리 결국, 이 팀에 더 오래 남은 것은 사와무라가 될 것이다. 눈앞의 소년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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