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낮잠

옆집 사는 쿠라사와 어린이들 설정

 

이사를 온 다음 날이었던 것 같다. 인사를 갔던 옆집 사와무라네에도 쿠라모치 또래의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기뻐하시면서 그 소식을 쿠라모치에게 전했다. 또래라고 해도 요이치보다 한 살 아래였기에 요이치는 조금 불만스럽게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친구가 생길 거라며, 좋은 형이 되어줘야지 하고 그를 다독였다.

요이치가 옆집 아이를 만난 것은 며칠이 지난 저녁이었다. 어머니와 같이 장을 보러 나온 길에 옆집 모자를 만났다. 어머니들끼리는 이미 친해지신 건지,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요이치도 꾸벅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건넸다.

“어머, 에이쥰도 인사해야지. 우리 옆집에 이사 온 요이치 형이란다.”

방금 전만 해도 요이치의 어머니를 향해서 기세 좋게 안녕하세요! 하고 외친 아이는 어머니의 뒤에 숨어서 요이치를 빼꼼 바라보고 있었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건가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그 때 요이치는 에이쥰의 반바지 아래 무릎에 붙어있는 반창고를 미처 보지 못했다.

사와무라 에이쥰은 요이치에게는 조금 귀찮은 아이였다.

“요쨩 같이 놀자!”

처음 만나던 날, 형이랑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라고 신기해하며 요이치의 옆에 붙어서 종알거리더니 이제는 일요일 아침부터 쿠라모치의 집에 찾아와서 놀러가자고 난리였다. 에이쥰 혼자가 아니라 할아버지와 같이 오곤 한다. 요이치의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들끼리 놀러 나가시기 때문에, 에이쥰은 요이치가 맡아야 한다. 덕분에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보내던 요이치의 일요일 아침 일정이 틀어졌다.

그렇게 아침 일찍 에이쥰에게 불려나가면 쿠라모치네 혹은 사와무라네 마당에서, 혹은 조금 떨어진 공원까지 나가서 공을 주고받으면서 논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이 생각보다 꽤 즐거워서 시간을 잊곤 한다. 최근 요이치는 차고 다니기 시작한 손목시계로 때때로 시간을 확인한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는 집에 돌아가야 했다. 에이쥰은 항상 점심 때가 되면 배가 고프다가 아니라 졸리다며 칭얼거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요이치네 집 마당에서 놀던 두 사람을 점심때가 되었다며 어머니가 불러들였다. 점심은 오랜만에 카레. 야채를 골라내지 않고 먹는 에이쥰을 요이치의 어머니가 칭찬하는 모습에 요이치는 얌전히 당근을 입에 넣었다.

어머니가 설거지를 할 때쯤부터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에이쥰을 요이치의 침대에 어머니는 요이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요쨩도 아기 때는 이랬는데, 기억 안 나지?”
“기억 안나.”
“요쨩은 잠이 적은지, 낮잠도 일찍 졸업했으니까.”

그녀는 요이치의 볼을 쓰다듬더니 조용히 해야 한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방에서 나갔다. 요이치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에이쥰을 바라보았다. 아침 일찍부터 불러놓고 혼자만 이렇게 자버리는 것이 얄미웠다. 에이쥰의 볼을 쿡쿡 찔러보아도 에이쥰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요이치에게는 에이쥰의 낮잠이 언제나 길었다. 혼자 깨있으려니 할 것이 없어진 것 같아서, 요이치도 잠시 눈을 감고 있기로 했다.

잠시 후 방문을 열어본 요이치의 어머니는 웃으면서 조용히 문을 다시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