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6

논커플링. 대략 2부 3권까지의 네타 포함, 연재분을 보고 정주행좀 하다가 카리바가 보는 코슈랑 사와무라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딱히 그런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새 학년이 시작되어서 반이 나뉘었다. 카네마루가 올해도 사와무라와 같은 반이고, 거기에 후루야까지 같은 반이라는 사실은 첫날부터 카네마루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2학년이 되었어도 카네마루의 고생기는 끝나지 않는 모양이라고, 2학년 A반의 야구부원들은 쉬는 시간에 B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와무라가 없는 곳에서도 사와무라의 이름이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카리바와 같은 반인 토죠는 카네마루와 같은 시니어팀 출신이다. 자연히 수업 시간이 끝나면 같이 붙어있는 일이 많다. 코미나토도 마찬가지였다. 앞머리를 자른 후, 사와무라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지만 모두들 그것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코미나토야 그것이 가능할지 몰라도 사와무라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카네마루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토죠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1학년에 오쿠무라라고 있잖아. 사와무라랑 무슨 일이 있었다고 신지가 그랬는데.”
“그래……?”
“응. 무슨 일인지 쿠키도 아는 눈치였지만 둘 다 얘기를 안 해준단 말이야.”

걱정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두 사람이 말해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잔뜩 섞인 말투였다. 토죠가 말하는 쿠키는 신입생들 소개가 끝난 후 언급된 다리를 다쳐서 나중에 합류할 것이라고 한 그 1학년생이었다. 카네마루나 토죠와 같은 마츠카타 시니어 출신이었지만 두 사람도 쿠키가 세이도로 올지 예상하지는 못한 것인지, 혹은 다른 학교로 갔다고 생각했는지 그의 얼굴을 보고 조금 놀란 눈치였다.

“카리바는 뭐 아는 거 없어?”
“글쎄…….”

카리바는 말꼬리를 흐리며 코미나토를 슬쩍 바라보았다. 하지만 코미나토도 무슨 일인지는 모르는 모양인지, 오히려 카리바를 쳐다볼 뿐이었다. 짚이는 구석은 전혀 없었지만 카리바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오쿠무라는 말수가 적어서… 확실히 사와무라가 오쿠무라를 불편해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오쿠무라는 다른 선수들이랑은 잘 지내는걸.”
“……그렇지? 뭐 거기다 테이토 전을 보고 나서 세이도에 오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별 일 아니겠지만.”
“그건 어떻게 아는 거야?”

토죠가 중얼거린 말에 코미나토가 물었다. 카리바 역시나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학기 초라 같은 방을 쓰는 1학년들을 제외하고는 카리바나 코미나토는 신입생들과 제대로 이야기다운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다. 당연히 오쿠무라가 어째서 세이도에 오게 되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세토가 카네마루와 같은 방이고 오쿠무라가 세토와 친구니까 토죠는 그 이야기를 건너건너 들은 걸까 짐작했다.

“어쩌다 듣게 됐어. 1학년들끼리 이야기하는 거.”
“그래.”
“원래는 테이토를 보러 갔다고 하더라고.”

카리바와 코미나토는 동시에 아아, 하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올해 세이도 야구부에도 신입생이 많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작년 여름에 도쿄 대표로 고시엔에 진출한 것은 서도쿄의 이나시로와 동도쿄의 테이토다. 이나시로가 결승까지 올라가기는 했지만 테이토의 16강도 결코 무시할 성적은 아니었다. 세이도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해도 서운할 일은 아니었다.

“무카이?”
“응.”
“여름고시엔 출전선수니까.”
“대진 상대가 정해지고 나서는 토죠도 카네마루도 무카이 걱정을 많이 했었지.”
“당연하잖아. 시니어 때도 상당히 고생한 상대니까.”

거기다 봄대회에서도…… 무카이라는 이름에 대화는 봄대회에 대한 것으로 이어지다가 수업시간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종소리에 그대로 끊겼다.

 

오후 연습 때 오쿠무라와 마주한 카리바는 그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직까지도 사와무라와 오쿠무라는 무언가 어색한 사이인 모양이었다. 가끔은 선배로서 괜찮은 태도일까 의심이 들기도 할 정도였지만 당사자인 오쿠무라는 그것을 크게 마음에 두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말수가 적어서 그런 것만이 아니라 오쿠무라는 침착하고 투수를 침착하게 만드는 포수였다. 토죠의 말대로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다면 그것이 무슨 일인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무슨 일 있나요 선배?”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멍하니 오쿠무라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지 오쿠무라의 목소리에 카리바는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젓는 카리바에게 오쿠무라는 더 이상의 질문을 묻지는 않았다. 유이도 그렇지만 오쿠무라 역시나 가능성이 가득한 선수였다. 1군에 들어가는 것은 모두의 목표지만 어느 포지션이나, 3학년뿐만이 아니라 새로 들어온 1학년들 때문에 경쟁률은 높았다. 여름 예선이 시작될 때까지의 기간, 그리고 3학년들이 은퇴한 이후의 가을대회나 그 다음해의 여름예선. 벌써 1년이 지난 것을 생각하면 시간은 길고도 짧다.

초조하고 불안한 기분은 누구나 느낄지도 모른다. 이렇게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지만 연습하고, 노력하는 것 이외의 다른 길은 없었다. 1군에 있는 선수들은 그 결과였고, 남아있기 위한 과정 역시나 마찬가지로 힘들다. 잘 알고 있었다.

 

그 테이토전이었다. 비가 와서 경기가 중단되고, 응원석에 있던 부원들도 도대체 비가 언제 그칠까 하는 이야기를 하며 기다리던 와중이었다. 지면을 향해 떨어지는 빗방울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두 사람 있었다. 좀처럼 벤치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모습에 카리바는 세이도 부원들이 모여 있던 지붕아래의 자리를 벗어나 불펜 옆으로 갔다. 그가 입고 있던 옷은 거센 비에 금방 젖었다.

“언제까지 던질 거야! 엄청 눈에 띈다고!”

그런 비를 맞으면서까지 감독에게 어필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사와무라를 향해 소리치자, 사와무라는 화를 내면서 카리바에게 어필을 하려는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대답을 되돌려주었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빗소리에도 묻히지 않고 똑똑히 들려왔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가라앉질 않는다고…….”

응원단이 있던 자리를 떠나면서는 사와무라를 벤치로 돌려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들어버린 이상 더 이상 무슨 말을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펜스를 잡은 손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다가 사와무라가 다시 오노를 향해 공을 던지고 던진 공을 되받았을 때야 겨우 떨어졌다.

카리바가 자리로 돌아간 후에도 사와무라는 여전히 불펜에 있었다. 벤치에서 불펜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가 눈에 들어왔을 때, 사와무라의 어필이 결국 받아들여졌음을 알았다. 그것이 사와무라의 첫 번째 가을 경기였다. 등번호 18번은 봄의 20번보다야 높아서 무사히 가을대회 멤버에 들기는 했지만, 야쿠시와의 연습경기에서 드러난 과제로 인해 블록예선 중 사와무라의 등판은 없었다. OB전을 통해서 사와무라가 연습하던 바깥쪽 공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것뿐. 언제 복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치아이 코치가 사와무라에게 타격투수로 컨버트할 것을 제의했을 때 카리바도 그 자리에 있었다. 카리바는 사와무라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있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10월 2일, 에도가와 구장에서 등번호 18번의 중간 릴리프는 테이토 타선을 0점으로 막아냈고 세이도는 경기 종반에 역전에 성공했다. 오쿠무라가 그 경기에서 무엇을 보고 세이도에 올 결정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쿠무라가 본 경기는 플라스틱 메가폰을 들고 응원하던 카리바가 본 것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오쿠무라가 세이도에 온 지금은 다르다. 오쿠무라와 사와무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오쿠무라도 곧 카리바가 본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의 얼굴을 알게 될 것이라고 카리바는 확신한다—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두 사람은 홈플레이트를 앞에 둔 자리에서 마운드 위에 선 그 모습을 보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오쿠무라도 카리바와 같은 경기를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