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사와

쿠라사와로 바이크레이싱au. 이걸로 끝!

 

나리타공항에서 짐을 찾았다는 문자를 받고 얼마나 지났을까, 쿠라모치는 사와무라에게서 다시 문자를 받았다.

지금 아키하바라로 가는 길이에요
아키바ㅋㅋㅋ 매니악하잖아ㅋㅋㅋㅋㅋ
다들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요 저도 그쪽 지리 모르는데 (´・_・`)
오늘 시간 안 되겠네 서킷에는 언제?
저녁때는 괜찮은데 같이 저녁 먹어요 선배 오면 다들 좋아할 거예요
오늘은 도쿄?
그렇습니다!
콜 저녁도 아키바?
글쎄요 그 근처에는 아는 데가 없어서 일단 숙소로 돌아갈 거 같은데요 거기다 아키하바라 어쩐지 무섭고
어딘지 나중에 문자해 나도 나갈 테니까

사와무라 일행이 묵는 곳이 어디쯤인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작년이나 재작년과 멀지 않을 것이다. 그곳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도쿄도내일 것이고, 어쩌면 도쿄역 근처일지도 모른다. 어디가 되었든 치바에서 도쿄는 대략 한 시간 걸리는 거리니 지금부터 준비를 하고 나가면 늦지 않을 것이었다. 사와무라와 그 일행과 만나는 자리니 차려 입을 필요는 없었다. 치바의 본가 옷장에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옷으로 충분하고도 남았다. 옷을 입고 머리를 세팅하고 쿠라모치는 차 키를 찾았다. 일 년의 반 이상을 영국에 보내는 생활의 장점이 있다면 운전을 할 때 헷갈릴 일이 없다는 것이다. 영국이 아니라 유럽 다른 곳에 살았더라도 귀국한 후 할아버지의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왔다 갔다 하는 등으로 바빴던지라, 일본에서 운전하는 것에도 익숙해졌을 것이었다.

“할아버지! 엄마, 나갔다 올 게요.”
“늦게 들어오지 말고.”
“유감이네요 제 나이가 몇인데. 외박하고 올 지도 몰라요. 할아버지도 일찍 주무시고요!”

운전 조심하라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쿠라모치는 현관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갔다. 단독주택은 집 안에서 목소리를 조금 높여도 되는 것이 좋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자동차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거치대에 걸쳐놓고 문자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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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를 받은 방문을 열자 사와무라의 크루들은 다들 흥겨운 분위기와 음식을 만끽하고 있었다. 정신을 단단히 차리지 않으면 반은 못 알아들을 외국어와 고기 익는 소리 사이로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쿠라모치-타 선배!”
“밖에서는 치타라고 하지 말랬지!”
“에이 뭐 어때요. 자 다들, 사인을 받으려면 지금뿐입니다! 올 시즌 슈퍼바이크 챔피언님이에요!”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서 거창한 소개를 하며 박수까지 유도하는 사와무라를 손으로 말리며 쿠라모치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사와무라의 앞자리에 앉기까지 쿠라모치에게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과,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는 사람들을 상대해야했다—경쟁회사의 직원들이건만, 뭐 오늘은 괜찮을지도 모른다.

“일부러 그런 거지 너.”
“틀린 없잖아요, 뭐. 자, 선배 이거 맛있어요.”

쿠라모치는 사와무라에게 인상을 썼지만, 사와무라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웃으면서 쿠라모치의 접시에 고기를 몇 점 놓았다.

정말로 사인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쿠라모치는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웃는 얼굴로 잡지를 내밀었을 때, 속이 체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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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외국인 크루들을 앞세우고 쿠라모치는 사와무라와 함께 몇 발자국 뒤를 걸었다. 사와무라는 여전히 목발을 짚고 있었고, 걸음걸이가 느렸기 때문이다. 방금 전에 나온 식당은 호텔 직원에게 소개받은 곳이라고 했다. 관광가이드 팜플렛에 실린 곳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쿠라모치는 생각했지만 먹은 사람들이 불만이 없는 모양이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간간히 들려오는 말에서 불평은 들리지 않았다.

“맞다. 방에 가면 선배한테도 패스 드릴 게요.”
“필요 없어. 회사에서 벌써 받았거든.”
“아……! 그렇구나! 그런데 그럼 선배 그쪽 팀에 가있어야 하지 않아요?”
“그러게—그건 부모님이나 할아버지한테 드리지, 왜. 친구들이나. 전에는 다 나눠주기에 모자라다고 했잖아?”
“그게 말이에요……. 올해는 다들 좀……됐다고 해서. 수술한 후에는 집에 있기도 해서 실컷 보기도 했지만.”

복귀전은 지난주, 완주를 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을 쿠라모치도 인터넷에서 보았다. 그렇지만 직접 본 것이 아니더라도 경기 중에 일어난 크래쉬였고, 수술에, 요양이었다. 사와무라는 처음 겪는 대형 사고였다. 쿠라모치가 봤을 때는 이 나이에 수술까지 해야 하는 첫 크래쉬를 겪었다니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쉽게 경기를 보러 오지 못하는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올해는 패스를 주는 대신에 엄마한테서 오마모리를 받았다며, 정말 목에 걸고 있던 그것을 보였다.

“……아무도 안 오는 거면 올해는 조용하겠네.”
“에이, 그건 아니지요. 저 사람들이 조용하겠어요?”
“아니, 절대로 아닐 것 같아.”

쿠라모치가 저들과 식사를 같이 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사와무라와 닮은 성격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호텔 정문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쿠라모치는 웃으면서 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사와무라가 쿠라모치의 팔을 잡아끌었다. 왜? 묻는 대신 쿠라모치가 사와무라를 바라보자 우리 편의점에 가서 뭐 사서 들어가요 라는 말이 들렸다. 고개를 끄덕이며 호텔을 그대로 지나쳤을 때, 사와무라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에이쥰, 어디 가?”
“편의점에! 좀 더 마시려고!”
“오오 다 좋으니까 내일 늦잠 자지는 마!”
“알아, 알아. 다들 굿나잇!”

사와무라가 손을 흔들어보이자 타이어테크니션이라고 소개했던 남자는 다시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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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벗고는 옷을 벗고, 편한 차림으로 침대 위에 앉은 두 사람은 그대로 편의점 비닐봉지 안의 내용물을 까먹기 시작했다. 사와무라는 정말로 좀 더 마실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편의점에서 쿠라모치가 그것을 극구 저지했기에 봉투 안에 든 것은 츄하이 한 캔, 맥주 한 캔, 그리고 과자 두 봉지와 푸딩 둘 뿐이었다. 맥주도 아닌 츄하이라니, 사와무라는 입을 삐죽 내밀면서 조잘거렸지만 쿠라모치가 기간한정 푸딩을 집어넣자 입을 다물었다. 좋아하는 것은 나중에 먹는 타입이었던 사와무라는 과자봉지를 뜯은 후에 츄하이 캔을 땄다.

모터홈에 비하면 호텔 방은 작았다. 캐리어는 침대 옆에, 옷걸이에 옷은 대충 걸려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리모컨과 반쯤 빈 물병과 방금 사와무라가 던져 놓은 지갑, 그리고 잡지가 두어 권 놓여있었다. 리모컨을 집어서 텔레비전을 틀려고 했던 쿠라모치는 의자에 앉아서 잡지를 손에 집었다. 손에 들린 것은 쿠라모치도 종종 이름을 듣는 스페인의 바이크 전문 잡지였다.

“아, 그거 다 좀 지난 건데. 비행기에서 읽을 게 없어서요. 선배 사진 잘 나왔더라고요.”

사와무라가 중얼거리자 마침 쿠라모치의 사진이 나타났다. 페이지 반을 차지하는 포디엄 사진이었다. 썩 잘 나온 것 같지는 않았다.

“나쁘지 않네. 기사는 무슨 얘기인데?”
“에—몰라요.”
“어?”
“기사가 너무 길어서 사진만 봤거든요.”

말을 하고는 사와무라가 곧바로 츄하이 캔에 입을 가져다 댄 것을 보니 거짓말이 분명했다고 쿠라모치는 확신했다. 총합 열 시간은 가뿐히 넘는 비행시간 동안 사진만 봤을 리가 없었지만 파고들지는 않기로 했다. 사와무라에게 잡지를 던지고는 다음 잡지로 손을 뻗었다. 마찬가지로 스페인어. 쿠라모치가 알지 못하는 언어였다.

“너 정말로 스페인에서 사는 거 맞아?”
“어차피 기사야 거기서 거기인데 다른 거 읽으면 되면서. 아, 나도 여기 있는 거 알아요?”
“어디?”
“이 다음에—여기.”

침대 위에다 잡지를 펴놓은 사와무라 때문에 다시 침대로 올라간 쿠라모치는 사와무라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서킷 이모저모를 찍은 사진들 속, 사와무라의 손끝으로 보이는 것은 작은 사진이었다. 그리드를 구경하던 때인지, 다른 선수와 어깨동무를 한 채 엄지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는 모습이었다. 흐응, 다른 사진은 없는 것인지 쿠라모치가 페이지를 구석구석 바라보는 사이, 쿠라모치의 걱정대로 사와무라는 취해서 졸린 것인지 머리를 꾸벅거리기 시작했다. 눈앞에 보이는 정수리를 손가락으로 톡 밀자 그대로 상체가 침대 위로 쓰러지는 모습에 쿠라모치는 어이없는 웃음을 내뱉었다. 기간한정의 호로요이는 다 비운 것인지 다행히 이불 위로 흐르지는 않았다. 쿠라모치는 잡지와 함께 남은 과자를 테이블 위로 옮기고, 츄하이 캔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냉장고에 푸딩을 집어넣었다.

쿠라모치가 이빨을 닦고 나왔을 때, 침대 위의 사와무라는 쿠라모치가 써야 할 베개를 끌어안은 자세로 바뀌어 있었다. 겨우 베개를 빼앗고, 사와무라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누운 쿠라모치가, 들릴 리가 없는 잘 자라는 말을 하려던 차에 사와무라가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 패스 내 거 써서 우리 박스…….”
“어, 안 돼.”

다음날 아침에 사와무라는 쿠라모치에게 패스를 쥐어주었지만, 물론 금요일에 쿠라모치가 트윈링 모테기에 입장하며 사용한 것은 본사에서 지급된 쪽이었다. 지나가면서 잠시 바라본 사와무라의 박스는 사와무라가 말했듯이 시끄러웠지만 어느 팀이나 그런 정도의 1000cc 엔진이 내는 소리 때문이었지 목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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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후 두 번째 경기에서 첫 포디엄. 게다가 홈팀이 원투피니쉬는 물론 포디엄 독식을 저지했으니 팀의 기쁨이 유달리 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참을 이어지던 기념사진 촬영이 대충 끝난 것 같았기에, 쿠라모치는 파크퍼메 구역을 나누는 펜스에 기대고는 크루치프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와무라를 불렀다. 손가락으로 좀 더 가까이 오라는 신호를 하자 사와무라가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쿠라모치는 그 귓가에 단어 셋을 속삭였다. 하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은 것인지, 알아듣지 못한 것인지, 쿠라모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무지와 궁금증으로 가득 차있었다. 쿠라모치가 한참을 말이 없자, 사와무라가 소리쳤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럼 됐어.”

쿠라모치는 사와무라의 어깨를 도닥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사와무라는 여전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쿠라모치가 한 발짝 물러난 자리에는 다시 사람들이 들어찼고 주최 측 스탭이 사와무라를 마이크를 든 기자를 향해 안내했다. 이어질 것은 쿠라모치도 잘 아는 수순이었다. 인터뷰, 시상, 우승자의 국가 연주, 샴페인 샤워, 기자회견, 더 많은 인터뷰, 개라지에서 팀과 작은 파티, 디브리핑, 그리고 시작되는 철수 준비.

쿠라모치의 작은 피알 업무도 끝난 저녁, 자매 팀이라고 할 수 있는 팀의 호스피탈리티에서 겨우 빠져나온 쿠라모치는 핸드폰을 열고 문자를 확인했다.

저는 저녁 먹고 들어갈 텐데 선배 먼저 가 있을래요?
ㅇㅇ

꼭 기다려야 합니다? 라는 답장은 쿠라모치가 주인 없는 방에 침입한 후에 도착했다.

비디오 게임기도 없는 방에서 사와무라가 올 때까지 쿠라모치는 침대에 누워 지루해하며 다 이해할 수 없는 잡지를 읽었다. 첫 번째 잡지는 며칠 전에도 본 것이었다. 최종전 결과와 짧은 인터뷰들이 실린 모양이었는지 쿠라모치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낯익은 이름뿐이었다. 그 중에는 자신의 이름도 있었지만, 같은 알파벳을 썼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잡지에는 시즌 리뷰가 벌써부터 있었다. 이쪽에는 팀보스와 엔지니어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그것은 뭐라고 하는 이야기인지 조금은 궁금해졌다. 똑같은 내용은 아니겠지만 귀국하는 길에 모토사이클 뉴스 신문이라도 사 올 것을 그랬다, 적어도 그것은 쿠라모치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쿠라모치는 그런 것을 생각하며 멍하니 페이지를 넘겼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고 있다는 문자가 올 때까지. 벌쎠 저녁 시간을 넘겨 밤이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자 엘리베이터 쪽에서 어슬렁거리며 걸어오는 사와무라가 보였다. 다른 때라면 얼굴을 보자마자 거기서 뛰어왔을 때지만 아직도 사와무라의 목발생활은 끝나지 않았다. 그 와중 손에는 편의점 봉투도 들려있었다.

“그건 또 뭐야?”
“푸딩이요!”
“너 얼마나 푸딩을 좋아하는 거야.”
“모리나가는 일본에 올 때나 먹을 수 있으니까 실컷 먹어둬야지요!”

푸딩 껍질을 따서 작은 플라스틱 스푼으로 푸딩을 떠먹는 사와무라는 경기 직후에 보인 웃음이나 다를 게 없을 정도로 기뻐보였다.

“그런데 선배. 아까 뭐라고 했던 거예요?”
“왜, 궁금해?”
“당연하잖아요. 시끄러워서 못 알아들었다고요. 선배 목소리도 작았고.”

기대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 흠흠, 목을 가다듬고 쿠라모치는 입을 열어 보았지만 똑같은 세 단어를 꺼내지는 못했다. 며칠 동안 유튜브 영상을 보며 연습해 본 것이었기에 발음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목을 막고 있는 것은 망설임과 불확실이었다. 이제 와서 그런 느낌에 사로잡힌 것이 이상했지만 그랬다.

“선배?”

그렇지만 눈을 빛내며 쿠라모치를 바라보는 사와무라를 보면서 프랑스에서의 아침을 떠올랐다. 그리고 여기는 사방에 눈과 귀가 있는 서킷이 아니었다. 몇 년을 외국에서 살았으면서 정말로 스페인어를 못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은 필요 없는 것이었다. 아니 애초에 쿠라모치가 다른 나라의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생각해 봤는데, 널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네가 우승하는 게 상상이 안 되잖아.”

느릿느릿, 평소와 같은 목소리와 말로. 도대체 그날 아침에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는지 쿠라모치는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어쩌면 지금처럼 플라스틱 스푼을 물고는 눈을 동그랗게 뜬 얼굴이 아니라, 잠에서 다 깨지 못한 채로 베스스 웃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쿠라모치는 다시 그 말을 꺼내기 위해서 말을 이어야 했다.

“거기다, 우승을 못 했다고 해도 챔프가 되었는데 기다리라니 너무하잖아. 그러니까”
“잠깐, 잠깐만! 설마 그게 정말로 그거였어요?”
“그게 뭐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기 바로 직전, 사와무라가 소리쳤다. 사와무라가 말하는 ‘그것’이 쿠라모치가 말한 그것과 같은 것인지는 애매했지만, 얼굴이 빨개져서는 울먹이다가 쿠라모치를 끌어안은 것을 보니, 아마가 아니라 그것이 맞는 모양이었다.

“그거잖아요! 그……! 아아, 정말, 기다리라고 했는데 불공평해! 선배만 멋있는 역할!!”
“애초에 우승하라고 한 건 너였잖아, 자업자득. 그래서, 또 기다리라고 할 거야?”
“됐어요. 선배가 두 번이나 말했으니까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응, 다행이네.”

사와무라가 얼굴 바로 옆에서 소리를 쳐서 귀가 울렸지만 그런 불평은 잊을 정도로, 쿠라모치에게는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만이 들었다. 세 번째 퀘스트가 뭐가 될지—보통 세 번째가 제일 어려운 시련이던데—걱정하기도 했기에 사와무라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안심한 것은 쿠라모치였다. 고맙다는 말을 포함한 다른 할 말이 많았지만 사와무라처럼 소리를 치지 않더라도 전해지지 않을까 바라면서 평소의 웃음소리가 아닌 한숨과도 닮은 소리를 내뱉었다.

 

 
별로 상관 없지만 잊어버릴 거 같으니 적어두는 대략적인 설정

쿠라모치는 전일본선수권에 계속 있다가 영국슈퍼바이크→월드슈퍼바이크로. 영국 거주. 바이크가 라임색이라서 어울릴 거 같다는 이유로 카와사키 소속. 닉네임은 치타라거나.

사와무라는 전일본 최경량 클래스에 있다가 중2때 레드불루키즈컵 셀렉션 합격→중3시절 루키즈컵과 스페인 선수권에 몇 경기 출전→중학교 졸업한 이후 스페인에서 살기 시작해서 고등학교는 그쪽에서→현재는 모토지피 클래스의 야마하 새틀라이트팀 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