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au

레이싱계로. 키워드 날개

트랙에까지 튄 파편과 그라벨베드에 누운 타이어. 그리고 두 대의 머신을 치우러 마셜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후루야는 가드레일에 기댄 채로 한참을 그 장소에서 떠나지 못했다. 사와무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레이싱 콘트롤에서는 이 크래쉬를 단순한 레이싱 인시던트로 처리할 것이 분명했다. 크래쉬 자체에 대해서, 끝내지 못한 경기 때문에 화가 나기는 했지만 사고라는 것은 명백했다. 올해도 이 트랙과의 상성은 좋지 못했다, 사와무라는 그것을 연습경기 첫째 날부터 깨달았고, 초조해 했다. 개라지로 돌아가면 분명 반성회가 이어질 것이다. 초조했던 것은 후루야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사와무라는 후루야를 바라보았다. 헬멧과 발라클라브에 눌린 자국이 그대로 남아 붉게 물든 뺨, 그리고 꽉 다문 입. 후루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이번에도 받지 못한 체커플래그를 제일 신경 쓰고 있을 것이다. 시즌 전반이 끝나가고 있었지만 후루야는 이번 시즌 팀메이트를 꺾은 적도, 포디엄에 오른 적도 한 번도 없었다. 착실하게 포인트는 쌓고 있었지만, 아무리 보아도 전년도 우승 후보답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팀 내에서 넘버원 시트 쟁탈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사와무라는 후루야가 그런 일에 말려들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 때는 라이벌이라고 불린 사이였다.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사와무라는 후루야에게 말을 걸까 했지만 아직 진행 중인 경기를 노려보고 있는 후루야를 보고 한숨을 내쉬고는 그것을 포기했다. 피트로 그들을 데려다 줄 스쿠터는 아직도 도착하지 않기에 사와무라도 가드레일에 팔을 기대었다. 후루야의 손에 들려있는 아무런 무늬도 없는 하얀 헬멧에 커다랗게 그려진 스폰서 로고 위로 가드레일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직 그런 대형 퍼스널 스폰서가 따르지 않은 사와무라는 여느 때 그것을 조금 부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후루야가 벗은 헬멧에 있는 스폰서가 광고에서 자주 쓰는 문구와 대비되었다. 그것은 꼭, 마치, 이번 시즌에 추락하기 위해서 달아준 날개였던 것일까.

 

모 스폰서는 날개를 달아주는 그 오오테 스포츠 드링크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