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사와

이전에 #멘션받은_커플로_낼맘은없는_동인지_단문쓰기 해시태그로 쓴 카네사와 동인지 길이는 되지 않지만 이런 얘기를 생각했던 거 같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는 일은 가끔 있다. 아니 조금 잦은 편인지도 모른다. 사와무라는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거절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카네마루는 사와무라를 따라가게 된다—그러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사와무라는 언제나 친구들을 위한 시간을 찾아내는 것 같았다. 옛날부터의 친구든, 새로 사귄 친구든, 사람을 만나는 일에 있어서는 조절이나 자중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만 같았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카네마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카네마루는 사와무라 한 사람을 대하기에도 충분히 바빴다.

“아 벌써 들었어.”
“사와무라?”
“응.”

카네마루의 연락망은 토죠였지만 이번에는 토죠가 조금 늦었다. 사와무라가 이미 전날 저녁에 카네마루에게 다음 주에 애들이랑 만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한 참이었다. 사와무라는 카네마루에게 갈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그것이 인사치레나 다름없는 말이라는 것을 카네마루는 잘 알고 있었다. 카네마루가 글쎄 라는 애매한 대답을 내놓자 사와무라는 평소처럼 카네마루도 같이 가자고 졸랐고, 결국에는 카네마루도 포기하고 가겠다는 대답을 내놓았다—지난번에도, 그 전에도 그랬다.

“그럼 너도 오겠네.”
“어어.”
“사와무라를 돌봐줄 사람은 필요하니까. 응.”

토죠는 무엇이 재미있는 것인지 키득거리면서 웃었지만 카네마루의 기분은 조금 저하되었다.

“그거 말고 또 할 말은 없는 거야?”
“으음—생각해 보자. 아, 우리 감독, 지난 경기에서 네 플레이가 꽤 마음에 든 모양이야.”
“오. 칭찬 고마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 때문에 Y군이 다음 경기를 벼르고 있어.”
“그래? 사와무라한테 얘기할게.”
“아니 신지 너한테 얘기하는 거잖아.”

토죠가 말하는 Y군이 자신과 같은 포지션이라는 것을 모르는 척 하는 작은 심술을 부리며 카네마루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토죠네 학교와의 다음 경기는 언제 있더라—분명 그때가 되면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낡은 정보가 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카네마루는 사와무라 때문에 동창들과의 모임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와무라도 그렇다. 들어올 때는 같이 들어오지만 곧 자리는 갈라진다. 카네마루는 토죠가 앉은 곳으로, 사와무라는 코미나토에게로 향한다.

“어서 와 신지.”
“응, 오랜만이야.”
“자취생활은 어때?”
“똑같지 뭐.”

대답을 하며 사와무라가 코미나토와 이야기 하는 것을 바라본 카네마루는 후루야가 바쁜 몸이 아니라면 분명 사와무라의 옆자리에는 후루야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와무라 본인은 그런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이 즐거운 모양이었지만.

 

고교동창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분위기가 고조되면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되어버린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카네마루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벌써 몇 번을 들은 이야기이건만 이야기를 하는 쪽은 그것이 질리지도 않는지 매번, 카네마루가 앉는 테이블에는 그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신지가 그러니까 더 그러는 거잖아—그렇지만 확실히 그때는, 응.”

토죠는 카네마루를 위로하는 말로 시작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에는 같이 웃어버린다. 카네마루는 한숨을 내쉬고는 앞에 놓인 잔을 들었다. 빨리 취해버리면 편할지도 모르건만 불행히도 그럴 수도 없었다. 금방 취해버리는 누구와는 달리 카네마루는 자신의 주량을 잘 알고 있었다. 저쪽 테이블의 상황이 아직 괜찮다고 생각한 그는 맥주를 하나 추가했다.

“아 나도 생맥주 하나.”

불행히도 옆 테이블을 흘끔흘끔 바라보던 토죠가 카네마루에게 보고한 것은 그 직후였다. 옆 테이블에는 아까 나온 이야기의 다른 등장인물이 앉아—서 코미나토나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야 했지만 벽에 등을 기댄 채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이었다.

“사와무라, 벌써 취한 모양인데.”

토죠의 말에 카네마루도 옆 테이블로 고개를 돌려 그 추태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쳇, 이것만 마시고 가야겠다.”
“하여간 신지도 여전하네.”
“어쩔 수 없잖아.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데 넣을 걸 그랬나봐, 너랑 같은 대학이라거나.”
“벌써 늦었어—거기다 나보고 대학에서도 또 사와무라랑 겨루라고?”
“사와무라가 거기서 왜 나오는데?”
“글쎄, 어쩐지?”

 

카네마루는 정말로 마지막 맥주를 비우고 사와무라를 데리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미나토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카네마루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저런 녀석은 야구부가 아니니 운운하던 때는 언제고, 정말.”
“신지도 사람이 좋으니까.”

나가는 길에도 사와무라에게 잔소리를 하는 카네마루의 목소리를 들으며 토죠는 중얼거렸다.

 

기숙사에 있는 것이 물론 편하다. 둘이 방을 같이 써야 하긴 하지만 기숙사 1인실이라는 호사가 주어질 리가 없었다. 기숙사에서는 밥도 편했다. 식단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시간만 맞추면 되었다. 운동장이 가까워서 연습을 하기에도 좋았다—카네마루는 몇 번째일지 모를 후회를 했다.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 어깨에는 사와무라의 팔을 두른 채로.

사와무라를 바닥에 뉘이고 카네마루는 아무도 듣지 않을 지쳤다는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모임이 잦기는 했지만 매번 이런 식이었다. 사와무라는 일찌감치 뻗어버리고, 막차시간을 한참 남긴 채로 집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샤워를 한 다음에 사와무라를 깨우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카네마루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오늘의 사와무라는 카네마루의 예상보다 일찍 일어난 모양이다. 중얼중얼 거리는 소리에 카네마루는 귀를 가져다 대 보았다.

“뭐라는지 안 들려.”
“……매번 고맙다고.”
“너 말로만 그러잖아.”
“아니라는 거 알면서!”
“응, 응. 이제 깼으면 정신 차려.”
“신지 있잖아.”
“응.”
“나 오늘은 그냥 자면 안 될까…… 귀찮은데.”
“어디서 어물쩍 넘어가려고! 술 냄새 나! 얼른 씻어!”

등짝을 때리니 사와무라는 툴툴거리면서 욕실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샤워기 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한 카네마루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역시 자취 같은 건 하는 게 아니었다. 통금 시간을 걱정하지 않는 것도, 냉장고에 먹을 것을 채워놓는 것도, 마트 전단지를 확인하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1인용 침대보다 조금 넓은 침대를 둘이 같이 쓰는 생활은 카네마루가 생각한 자취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