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사와

#멘션받은_커플로_낼맘은없는_동인지_단문쓰기

 

고교동창들과 만날 때 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되어버린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카네마루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벌써 몇 번을 들은 이야기이건만, 이야기를 하는 쪽은 그것이 질리지도 않는지 매번, 카네마루가 앉는 테이블에는 그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신지가 그러니까 더 그러는 거잖아—그렇지만 확실히 그때는, 응.”

매번 카네마루의 근처에 앉는 토죠는 카네마루를 위로하는 말로 시작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에는 같이 웃어버린다. 카네마루는 한숨을 내쉬고는 앞에 놓인 잔을 들었다. 빨리 취해버리면 편할지도 모르건만 불행히도 그럴 수도 없었다. 금방 취해버리는 누구와는 달리 카네마루는 자신의 주량을 잘 알고 있었다. 술자리가 중반에 들어서야 겨우 세 번째 잔을 주문했다.

“아 나도 생맥주 하나.”

옆 테이블을 흘끔흘끔 바라보던 토죠가 카네마루에게 보고한 것은 그때였다. 옆 테이블에는 아까 나온 이야기의 다른 등장인물이 앉아—서 코미나토나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야 했지만 벽에 등을 기댄 채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이었다.

“사와무라, 벌써 취한 모양인데.”

토죠의 말에 카네마루도 옆 테이블로 고개를 돌려 그 추태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쳇, 이것만 마시고 가야겠다.”
“하여간 신지도 여전하네.”
“어쩔 수 없잖아.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데 넣을 걸 그랬나봐, 너랑 같은 대학이라거나.”
“벌써 늦었어—거기다 나보고 대학에서도 또 사와무라랑 겨루라고?”
“사와무라가 거기서 왜 나오는데?”
“글쎄, 어쩐지?”

 

카네마루는 정말로 마지막 맥주를 비우고 사와무라를 데리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런 녀석은 야구부가 아니니 운운하던 때는 언제고, 정말.”
“신지도 사람이 좋으니까.”

나가는 길에도 사와무라에게 잔소리를 하는 카네마루의 목소리를 들으며 토죠는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