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8

날짜를 맞춰 보려 했지만 실패한ㅠㅠㅠㅠㅠ 쿠라사와+마스코선배.

 

#20

등번호 20번. 18명까지 나갈 수 있는 고시엔 엔트리에는 들지 못할지도 모르는 애매한 번호였다. 하지만 그때의 사와무라는 그런 것은 알지 못한 채 그저 등번호를 받았다는 사실을 기뻐하며 유니폼을 품에 애지중지 끌어안았다. 첫째날의 지각에서 시작해서 20번 본인으로서야 충분히 감동의 순간이겠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지금 떠올려도 웃음이 날 뿐이다. 얼마나 좋았던 것인지 그날 밤 사와무라는 유니폼을 안고 자려고 했다. 사와무라에게는 불행히도, 쿠라모치는 그것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렇게 좋냐?”
“당연하지! ……요….”

침대 위에 올라가있던 사와무라는 배 위에 유니폼을 올려두고 손에는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간만에 친구들에게 문자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에서였는지 튀어나와버린 반말을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쿠라모치는 사와무라를 침대 밖으로 끌어내렸다. 물론 반말이 아니었다면 쿠라모치는 다른 이유를 찾았을 것이다—여자친구와 문자나 하는 것이 건방지다거나, 어린애도 아니고 유치하다거나 하는. 쿠라모치의 웃음소리와 사와무라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마스코는 작년 이맘때의 쿠라모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나중에 사와무라쨩에게 그 이야기를 해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아주 잠깐 동안 쿠라모치가 코미나토와 이사시키에게 저것과는 다른 종류의 괴롭힘을 당하던, 지금보다는 귀여웠던 날들을 회상하며 미소를 짓던 마스코는 곧 그런 얘기를 사와무라쨩에게 해 봐야 그것 또한 쿠라모치에게 괴롭힘을 당할 이유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늦은 시간에 시끄럽게 구는 것은 멈추어야 했기에 두 사람을 말리는 걸로 끝내기로 했다.

 

#18

마스코가 사와무라의 입스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같은 방을 썼던 쿠라모치도 사와무라도 아닌, 같은 방을 쓰는 크리스를 통해서였다. 크리스는 마스코가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마스코의 반응에 잠시 놀라는 모양이었지만 침착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크리스는 그것을 또 카네마루와 미유키에게 들었다고 했다. 사와무라가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마스코는 가끔 기숙사 식당이나 연습하는 길에 두 사람과 마주치기도 했지만 그 후배들은 마스코에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바로 얼마 전에 기숙사 자판기 앞에서 쿠라모치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마스코 선배!”
“쿠라모치. 부주장 일은 어때?”
“괜찮아요. 선배야말로 공부는 잘 돼요?”

히죽히죽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쿠라모치는 마스코가 5호실을 떠나던 날과는 다른 표정이었다. 붙잡아 두고 싶어서 아쉽움이 남아있던 시간은 다 지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때와 같이 퉁퉁 부은 눈으로 억지 웃음을 보이지도 않았다. 소다캔을 따면서 쿠라모치는 마스코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와무라쨩은?”
“사와무라요? 여전해요.”

쿠라모치는 짧게 답한 후에 음료수를 들이켰다. 꿀꺽거리며 단숨에 캔을 비워버린 쿠라모치는 히죽 웃었다.

“그 녀석 걱정보다, 마스코 선배 요즘 푸딩 빼앗아 먹는 사람이 없다고 푸딩 실컷 먹고 있는 거 아닙니까? 걔 바보라서 이대로라면 선배 못 알아볼지도 몰라요.”

쿠라모치의 손 안애서 소다캔은 꽤나 큰 소리를 내며 구겨졌다.

“……다행이네, 사와무라쨩.”

마스코는 그 시덥잖은 농담으로 끝난 대화를 떠올렸다. 다행인지 마스코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이미 제일 나쁜 시기는 지나간 후였다. 다음번에 쿠라모치나 사와무라를 만나면 그것은 이야깃거리도 되지 못할 것이다.

 

#5

마스코는 이것을 좋은 소식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5호실을 같이 쓴 적이 있는 후배는 마스코에게 축하해 달라는 말과 함께 폭탄을 떨어뜨렸다. 동시에 마스코가 들고있던 플라스틱 스푼도 식탁 위로 떨어졌다.

“이건 선배한테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었어요!”
“……부담 갖지 마세요 마스코상. 쟤 와카나한테도 똑같은 소리 했으니까.”

뇌물로 사왔다는 푸딩을 떠먹으며 쿠라모치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두 사람이 덧붙인 말은 모두 어딘가 핀트가 맞지 않았다. 사와무라가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마스코는 졸업한 후 가끔 연락을 하고 가끔 밥을 먹기도 하는 정도의 사이인 자신은 이런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특별한 사이였던 것일까 하는 질문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스코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사와무라와 눈을 마주쳤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대감에 차있는 눈을 피하자 이번에는 쿠라모치의 얼굴이 들어왔다. 표정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났지만, 변하지 않는 구석도 있었다. 쿠라모치의 머쓱한 얼굴을 마스코는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뭐하러 해요. 마스코 선배도 바빴잖아요.’

두 사람이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축하를 요구하는 이것은 좋은 소식이 맞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