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야 생일 축하 글

하루 늦었지만 후루야 생일 축하 글

 

홋카이도로 이사를 가고 처음으로 내려온 도쿄였다. 도쿄에 있을 때는 개학을 하고 나면 방학 때 시골 할아버지네에 놀러갔다 왔다는 이야기가 교실에서 많이 들렸다. 이번의 그는 정 반대였다, 도쿄로 왔으니까. 아마 다른 것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렇게 말라서 제대로 먹고는 다니는 것이냐며 계속 간식을 권하는 할머니는 어느 집에서나 그럴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같이 갈 수 있는 곳은 많았지만, 동물원에 가는 것은 습관적이었다. 그리고 사토루가 멈추어 선 곳도 언제나 그렇듯 북극곰 앞. 원숭이를 구경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두고 먼저 걸어 올라온 곳이었다. 도쿄의 겨울은 덜 추웠고, 눈이 쌓이지도 않있다. 북극의 얼음 대신 칠해진 옅은 하늘색으로 둘러쌓인 벽 안에서 북극곰 두 마리는 바닥에 배를 대고 늘어져 있었다. 사토루가 바라보고 있어도, 내려다보는 다른 입장객들이 있어도 관찰자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다는 듯이 자유롭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사토루는 난간에 턱을 괴고는 가만히 북극곰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한 마리가 일어나서 자리를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는 한 마리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풀이죽어 보인다는 부모님의 말은 저런 뜻인지도 모른다. 물에 젖어 있는지 얼핏 옅은 갈색이 남아있는 털은 쳐져 있었다. 움직이지 않은 채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북극곰. 그가 보기에는 이 먼 곳까지 와서 외로워만 보이는 모습이지만,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고개를 갸우뚱 돌렸을 때, 북극곰과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를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도 들렸다.

“사토루쨩은 항상 여기서 사진을 찍게 되는구나.”

할아버지를 옆에 세워두고 한 장. 그리고 옆에 있던 부부에게 말을 걸어서 셋이서 한 장 사진을 찍고 할머니는 사토루의 옆에 서서 카메라를 핸드백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까 눈을 마주쳣던 북극곰은 가만히 있는 것도 싫었던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랬어?”
“그랬잖니. 집에 가면 보여줄까? 어릴 적 사진. 기린이나 코끼리도 좋을텐데. 동물원에 왔었다는 것도 알기 쉽고.”
“이따가 하나 더 찍어?”
“그럴까. 어디가 좋을까.”

할머니가 팜플렛의 지도를 보는 동안, 잠시 눈을 뗐던 북극곰은 풍덩 요란한 소리를 내고는 물 속에 들어갔다. 북극곰은 물 속에서 파란색에 물들었다.

집에 가서 엄마아빠한테도 보여주라고 건네받은 사진에는 북극곰은 찍혀있지 않았다. 무표정한 할아버지와 웃는 모습이 어색한 그와 웃고 있는 할머니. 겨울방학이 끝나고도 그의 풀이죽은 모습은 나아졌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났고, 가끔 이 북쪽의 나라에 있는 것이 어울린다는 생각은 하게 되었다. 긴 겨울, 눈이 모든 것을 덮어서 태양빛에 눈이 멀 것 같은 반짝임이 지나면 명확함만이 남는 흑과 백의 장소였다. 몇 번의 겨울을 거친 후에 그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은 흰색 공을 쫓고, 손끝을 물들이는 하얀 가루에, 흰색 유니폼, 그가 있어야 하는 곳은 어두운 흙이 다져진 다이아몬드의 중심, 한낯의 태양 아래에서 그림자도 남지 않을 곳, 그렇지만 지금은 설 수 없는 곳이었다. 흰색이 녹아내린 후에도, 남은 것은 흰색이었다.

얼굴을 닦아낸 티슈를 내려다보자 생크림 사이로 연노란 케잌 조각과 작은 딸기 조각이 묻어 있었다. 아깝다, 라는 생각과 이따가 세수 다시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 번 새 티슈로 얼굴을 닦았다. 그의 얼굴에 케이크를 던진 사와무라는 아직도 제일 신난 것인지 옆에서 티슈상자를 건네며 웃고 있었다.

“이제 괜찮으니까 자, 후루야 군도.”

하루이치는 후루야에게 새 케이크를 건넸다. 후루야는 옆자리를 떠나지 않는 사와무라를 흘겨보며 포크를 들었다. 케이크를 한입 물자 곧이어 음료수를 건넨 토죠가 후루야의 불편한 분위기를 눈치챈 것인지 사와무라를 불렀다. 사와무라가 좀처럼 자리를 옮기지 않자 카네마루마저 토죠를 거들었고 그제야 사와무라는 투덜거리면서 후루야에게 떨어져 두 사람의 옆자리로 이동했다. 아까 같은 생일 축하는 더이상 사양이었던 후루야는 마음 속으로 카네마루와 토죠에게 감사했다.

합숙 기간을 제외하고는 후루야의 방이 사람들로 이렇게 붐비는 일은 없었기에 다시 한 번 세수를 하고 방으로 돌아온 후루야는 손님들이 떠난 조용한 방이 오히려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어슴푸레한 빛에, 아까 선물을 뜯고 나서 버린 포장지나 리본이 쓰레기 통 안에서 반짝거렸다. 생일선물은 정말로, 말 그대로 대단한 것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를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던 후루야는 내일 다시 한 번 고맙다고 할까 생각하며 침대에 누웠다. 잠을 자기 전 마지막으로 열어본 휴대폰 안에는 문자가 몇 있었다. 점심 때도 생일 축하한다고 전화했으면서, 집에서 보낸 생일은 잘 보냈느냐는 안부 문자가 하나. 그리고 언제 찍었던 것인지, 얼굴에 생크림을 묻힌 모습을 포함해, 선물을 뜯어보는 사진들이 와있었다. 벌써부터 내년 생일도 기대하라는 사와무라의 말에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내년이 걱정이 들었지만, 자신의 생일이 오기 전에 있을 친구들의 생일을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놓였다. 집에서 온 안부문자에 길게 답을 쓰는 대신 후루야는 그 사진을 몇 장 첨부해서 보내고는 휴대폰 화면을 껐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