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정말… 완벽한 영화였다… 영화가 너무나 친절하게 페미니즘과 가부장제의 해로움을 설명해주어서 그 부분이 불만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것은 올해의 영화다….

좋았던 부분

오마쥬 되게 많았지… 예고편이나 마텔사에서 보여지는 매트릭스 오마쥬도 그렇지만 도입부도 오마쥬였는데 바비 나오자마자 울었음. 그리고 바비들 구출할 때 작업복 같은 거 입고 트럭 끌고다니던거 고스트 버스터즈도 생각나고. 분명 내가 모르는 더 많은 오마쥬가 있을 거임.
그리고 처음에는 하이힐을 신겠다던 전형적인 바비는 엔딩에서는 결국 샌들 신고 등장하는거 넘 좋았다.

이상한 바비는 인간이 너무 험하게 가지고 놀았던 바비라 바비들 한테도 이상한 바비라고 불리지만, 바비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이 완전 포지션이 중세시대의 “마녀”….

바비랜드를 켄들이 점령하는 건 여자가 만들어놓은 걸 다 빼앗아가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함. 그리고 여자 못잃어~ 하는 남자들도. 굳이 “켄덤”을 만들고 “케너프” 같은 문구가 보이는 걸 보면 남성상위를 체계화 시키고 남자의 말에 의미부여 하는 거 반영시킨 거 같아서 진짜 짜증났음.
영화 속 켄이 1그램 나은 건 그나마 지가 좋아하는 말이랑 가부장제가 관계 없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거지만…ㅎ 그 외에 다른 건….

결말까지 보고 나니까 바비 포스터에서 He’s just Ken이라는 문구가 좀 다르게 보이는데 영화 보기 전에는 바비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지만 켄은 (아무것도 아닌) 그냥 켄일 뿐이다 라고 읽혔던 반면에, 보고 나니까 바비는 여전히 모든 것이 될 수 있고 켄은 바비 없이도 켄이라는 사실부터 깨닫고 바비와 연애하겠다는 망상을 버려… 처럼 읽혔음.
어떤 면에서 그 부분은 켄이 현실세계에서는 여자가 나를 “존중”해준다면서 예시로 든 게 시간을 물어봤다고 하는 부분과도 이어지는 것 같았음. 결국 켄이 바비가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낀 건 바비가 그의 궁극적인 목적인 나랑 사궈줘를 들어주지 않아서라고 이해했는데, 시간 물어보는 걸 엄청나게 중요하게 받아들인 점이 물어본 사람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평범하게 예의를 갖춰서 대해줘도 “다른 마음”이 있는 거라고 착각하는 한남들 보는 것 같았음.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남자 나오는 부분:
1 마텔사 사장이 자기가 바비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 자긴 최대한 징그럽지 않은 방법으로 여자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식으로 말한 걸로 기억하는데, 미성년자 여자를 도와주겠다는 성인 남자가 얼마나 해로운지 본인도 인식하면서 그 자리에 있는게 정말 아이러니로 느껴졌음.
2 켄이 금융가에서 일하는 사람한테 왜 여기서는 가부장제를 시행하지 않는 거죠? / 하고 있는데 전보다 더 잘 감추고 있는 거라고 하는 장면 전부 다…. 잘 감추고 있는 거라는 대답도 그렇지만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그 빻은 질문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너무 미쳤다고 느꼈음

엔딩에서 바비가 자기 이름이 바바라, 성이 핸들러라고 말하는데 (물론 바비의 창조주가 루스 핸들러이고, 바비를 만든 이유가 딸 바바라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핸들러라는 성씨 때문에 정말 바비가 누군가의 장난감이 아니라 하나의 주체적인 인간이 되었다고 느꼈음.
인간세상에서 공사장 인부들한테 말했던 거랑 반대로 이제는 여성기가 생겨서 병원 간 거 같지… 응 없었던 거니까 병원 가봐야지 ㅇㅇ

+ 친구는 앨런이 켄들과는 달리 가부장제 속에서도 마초같지 않고 겉도는 거에서 앨런은 게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해서 뒤늦게 아…?! 싶었는데 (근데 생각해보면 그러네 앨런은 켄들과는 “다르게” 하나뿐이지만 켄이 입는 옷을 공유할 수는 있다고 하고) 그렇게 보면 앨런 취급도 되게 웃긴 거 같음…. 앨런은 바비 없이는 가부장제에 갇혀서 살아야 해서 같이 인간세계로 떠나고 싶어하는데, 바비나 여자인간들은 바비월드를 구하는 게 우선임…. 그리고 힘이 있는 앨런은 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게 바비랑은 넘나 다른….
마지막에 마텔사 회장이 숨어있던 인형건물 안에 같이 있던 게 앨런이었던가 거기 직원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