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encounter

습관적으로 방에서 나와 텔레비전 앞에 자리를 잡은 마사무네는 책을 펼치고 귀로 경기를 듣고 있었다. 오늘의 선발도 후루야 사토루, 대회 최고구속을 갱신해가는, 그와 같은 우완.

“이번에도 세이도가 이겼네.”

경기 종료의 사이렌이 울리자 본격적인 감상이 시작되며 홀이 시끄러워졌다. 진구대회에도 출전했던 도쿄의 세이도는 센바츠 대진표가 정해졌을 때부터 유력한 3라운드 상대 후보였다. 1라운드에서 호메이를 꺾었을 때만 하더라도 여전히 상대 후보에 불과했지만, 오늘의 결과로 그것이 확실해졌다.

“진구 때는 어땠어?”

테이블에 앉아있던 히데오는 텔레비전 옆에 서있는 렌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입을 다문 채,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2학년 포수는 질문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입을 열지 못하는 모습에 히데오가 먼저 말을 이었다.

“작년에 마사무네랑 같이 가서 보지 않았어? 세이도 경기. 나중에 전력분석 할 때 얘기 듣기는 하겠지만, 실제로 본 감상은 어때?”
“뭐, 오늘 본 대로…… 그때는 구속이 저 정도까지 나오지는 않았지만요.”
“겨울동안 성장한 모양이네.”
“오늘 나온 사이드는?”
“그때는 오늘 마무리로 나온 좌완이 선발에, 후루야가 계투여서 나오지 않은 걸로 기억해요.”
“그래.”

렌지의 말에 히데오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3학년들이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좌완이면 걔 맞지?“
“맞을 걸, 저번 경기만 해도.”

옆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히데오도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무슨 얘기야? 나도 들을래.”
“그 경기 보러갔을 때 기록해 온 노트, 나중에 봤거든. 같은 방이잖아.”
“응, 응.”
“노트 여백마다, 18번은 목소리가 크다느니, 어쨌든 시끄럽다고 적혀있었잖아.”
“리액션이 대단하다는 얘기도 했었어. 분위기메이커인 것 같다고.”

두 사람이 키득거리면서 정찰을 갔던 동료에게 들은 말을 풀어놓자, 순식간에 이야기는 또다시 화제의 좌완이 1라운드 경기에서 보인 실수—라고 쓰고 추태라고도 읽을 수 있는 그것—에 대한 감상으로 바뀌었다.

한참을 웃은 후에 히데오는 테이블에 왼팔을 기대었다.

“아, 또 웃어서 배 아프다. 그래도 부럽잖아. 나도 그런 귀여운 후배가 있으면 좋겠다.”
“그게 어디가 귀여워 보입니까.”

불평의 목소리를 내뱉은 2학년을 향해서 주장도 지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서 투덜댔다.

“왜, 귀엽잖아 붙임성 있고! 시끄러운 게. 아니, 우리 후배님들이 귀엽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좀——마사무네, 너보고 하는 말이잖아. 너도 말이야, 이 선배한테 좀 더 살갑게 굴면 안 될까.”

갑자기 바뀐 화제에 책을 읽던 마사무네는 고개를 들고 히데오를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다시 고개를 숙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런 거 말이야! 마사무네가 저러니까 가끔은 자극이 필요하다고.”

주장이 참으라는, 웃음이 섞인 말이 들렸고, 혼고는 책장을 넘겼다. 대회 첫날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읽었던 책은 겨우 삼분의 이를 넘어가고 있었고, 대회도 이제 끝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것이 세이도와의 경기가 있기 며칠 전의 일이었다.

18명의 선수가 모두 섰던 시합 시작 전의 정렬에서 히데오가 부러워하던 붙임성 있는 후배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마사무네는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경기에서 졌을 때는 무드메이커라는 그도 다른 선수들과 똑같았다. 아니 이미 경례가 끝나자마자 훌쩍거리면서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무표정하게 악수를 나누던 마사무네는 벤치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18번의 그에게 손을 뻗어서 악수를 청했다. 어깨를 들썩이면서도 사와무라 에이준은 혼고 마사무네의 손을 잡았다.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 음이 낮아졌고, 벤치로 향하던 마사무네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내일이면 고시엔에서 보이지 않을 뒷모습이 멀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