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사와 전력 #2 고백

12월 4일 쿠라사와 전력, 주제 고백

 

쿠라모치 선배가 고백을 받았다. 사와무라는 아마도 야구부의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빨리 알았을 것이다. 그와 같은 방의 선배에게 고백한 것이 새로이 같은 반이 된 여학생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와 요시카와가 그 문제로 사와무라에게 상담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와무라는 그 문장이 ‘쿠라모치 선배가 고백을 받을 것이다’라는 형태를 하고 있었던 며칠 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와무라도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교실로 돌아온 그녀가 울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사와무라 군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 같아서…… 라고 입을 열고 쿠라모치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지 등을 물어보았을 때의 그녀는 수줍어하면서도 사와무라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별 것 아닌, 대답에 귀를 기울이면서 중간 중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녀의 주위를 친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뭐라고 위로를 해줘야 하는 걸까, 사와무라가 고민하고 있던 중에 수업 시간이 시작되어버렸다.

학교가 끝나고 교실을 나가면서 사와무라는 그녀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한참을 바라보는 눈빛에, 사와무라는 어색해 하면서도 그녀에게 다가갔다. 서두르지 않으면 부활동에 늦을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입을 열었지만, ……미안. 위로할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지난번과는 다른 옆모습을 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사와무라 군. 응. 쿠라모치 선배—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혹시 사와무라 군은 누군지 알아? 하교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그렇지만 직접 들은 이야기일 것이다. 아니. 정말로? 응. 그녀는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또다시 길게 사와무라를 바라보았지만 사와무라도 믿을 수 없었다. 여자 친구의 유무는, 혹은 관념 그 자체는, 야구부원들 사이에서 매우 중요한 관심사였다. 자연히 그런 이야기가 오갔을 때에 사와무라는 쿠라모치와 같은 자리를 한 적이 있었지만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사와무라가 알고 있는 한 쿠라모치에게는 이상형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사귈 수 있는 시공간에 좋아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낌새를 챈 적은 없었다. 알았다면 지난번에 말해줬을 거야…. 그래. 신발장에서야 그녀와 헤어진 사와무라는 기숙사로 향하는 걸음에 속도를 붙였다. 있었구나, 좋아하는 사람.

잠시 몸을 일으켜 보니 이전에 마스코 선배가 쓰던 침대를 쓰는 후배는 푹 잠들어있는 모양이었다. 침대 위층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소리에 쿠라모치가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사와무라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쿠라모치 선배 오늘…. 어, 고백 받았어, 귀여웠어. 하지만 지금은 부활동이 우선이라 거절했다. 됐어? 저녁식사 때 식당에서도 지겹게 반복된 이야기라 그런 것일까, 쿠라모치는 사와무라가 입을 열자마자 말을 끊어버렸다. 아니 그건 이미 아는데요, 그 애가 쿠라모치 선배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또다시 쿠라모치는 사와무라의 말을 끊었다. 같은 반이니까요. 사와무라는 2층에서 쿠라모치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혀를 차는 소리는 들려왔다. 선배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대답은 한참 후에야 돌아왔다. 글쎄. 누구냐고 물어본 것도 아닌데 대답이 그게 뭡니까. 실망스러운 대답에 사와무라는 목소리를 조금 높였지만, 쿠라모치는 달리 말을 잇지 않았다. 아무래도 쿠라모치에게 물어봐야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와무라는 다시 물었다. 선배는 고백할 생각 없어요? 없어. 왜요? 지금은 부활동이 우선이니까. 거절했을 때와 같은 이유가 돌아왔기에 말장난이라도 하는 건가 생각했기에 다시 한 번 항의의 소리를 높였지만, 반응은 방금 전과 똑같았다. 아깝네요. 지금은 그렇다는 거고. 오오, 그럼 나중에는 할 생각이에요? 그럴지도. 고시엔에 가면?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사와무라는 그것이 비웃음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것도 좋지만 글쎄 어쩌면 더 나중이 될지도. 결국 사와무라는 쿠라모치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즐거운 듯이 쿠라모가 답한 것을 듣고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