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사와 전력 #4, 시선

쿠라사와 전력 #4, 시선. 모브여캐 시점.

 

가끔 사와무라 군은 조용히 무표정한 얼굴로 어딘가를 바라볼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라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사와무라 군이었다. 보통은 매우 시끄럽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히 보이지만 그런 때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이 평소의 사와무라 군과 다른 모습이었다. 작년에 그녀는 사와무라와 다른 반이었지만 그녀는 사와무라와 같은 반, 혹은 옆 반에 있는 친구들에게서 사와무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시끄럽고, 말이 많고, 입만 살아있고—아니, 그렇지는 않아, 카네마루 군도 야구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않잖아. 뭐 그러면 그렇다고 할게.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의 반박에 웃었다. 그녀의 친구들은 야구를 보지 않지만 그녀는 가끔 주말에 경기가 있을 때에 구장을 찾기도 한다. 다른 부에 들어가 있어서 매니저는 할 수 없는 그녀는 그렇게 경기를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사와무라 군을 동경하게 된 계기는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미유키 선배나 후루야 군의 인기가 늘어난 후에도 그녀는 사와무라 군을 제일 먼저 찾았고—2학년이 되어 같은 반이 되었을 때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사와무라가 어딘가를 바라볼 때에, 그것이 어디인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와무라 군이 바라보는 방향에는 다른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 누구일까.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야 그 방향에 다른 야구부원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어쩌면 부활동 중에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만 짐작할 뿐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그녀가 알게 될 날은 오지 않을 테고—그녀는 굳이 그 이유를 알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이유를 알아버렸다. 우연히. 그녀도 부활동이 늦게 끝나서 불이 다 꺼진 야구부 그라운드 옆을 통과해서 돌아가는 길, 어둠 속에 익숙해진 눈은 두 사람을 찾아버렸고, 어쩌면 그 전에 귀가 먼저 그들의 존재를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그녀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기 전에 자리에서 도망쳤다. 집에 돌아와 침대 위로 쓰러져서 마음을 조금 진정시켰을 때, 그녀는 사와무라 군이 바라보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아버렸다. 거리가 조금 있었던 데다가 어두웠지만, 그녀는 그것이 필드에서 사와무라 군의 등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쿠라모치 선배였다, 분명. 그리고 사와무라 군의 시선의 의미도. 그것은 그녀가 사와무라 군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동경, 호의, 애정, 무엇보다 알고 싶다는 갈망.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마지막 것이었다: 어째서? 호의와 애정은 두 사람 사이에 상호 존재하는 것이 분명했는데, 사와무라 군은 어째서 그런 눈으로 쿠라모치 선배를 바라보는 것일까. 그래서 그녀는 그날도 사와무라를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지 않게 조심스레—그녀는 나름 몰래 훔쳐보는 것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눈이 마주쳐 버렸다.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사와무라 군은 그녀가 관중석 멀리서만 작게 보던 미소를 짓고 쉿, 입술에 검지를 대었다. 모른 척 하려고 했지만 어쩐지 그것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사와무라 군의 제스쳐가 어제 저녁에 그들을 목격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녀는 여전히 사와무라가 쿠라모치 선배를 바라보는 시선의 이유는 알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녀는 내일도 사와무라를 지켜볼지도 모른다. 내일은, 들키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