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s on you

역시나 사와무라가 F1 드라이버에 쿠라모치가 사진기자인 패러렐로, 짧음.

 

서킷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쿠라모치는 없는 존재일 때가 많다. 사진기자의 존재는 불가결하지만, 드라이버들은 그들에게 익숙해지다 못해 어쩌면 질려버려서,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대하기도 한다. 그리고 서킷에서의 그들은 보통 그렇다. 세션 때마다 포토스팟에 자리를 잡은 그들은 드라이버들의 눈 밖에서, 대부분 헬멧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드라이버를 찍는다—드라이버가 아니라 머신을 찍는 것에 가깝다. 방송국카메라는 연석을 밟았을 때, 혹은 커브를 돌 때의 프론트윙의 움직임까지 잡아내고, 쿠라모치와 같은 사진 기자들은 조금 더 넓은 배경 안에서의 머신을 담곤 한다. 지나치게 연석 안쪽으로 들어간 타이어, 브레이킹등이 붉게 빛나는 뒷모습, 잔상. 그 속으로 작게 보이는 스폰서로고 혹은 시그니쳐 칼라의 헬멧. 온전한 모습의 드라이버를 찍기 가장 쉬운 때는 목요일 아침에 팀웨어를 입은 드라이버들이, 그리고 다른 크루들이, 패덕을 향할 때다. 쿠라모치가 제일 지루해하는 시간이다. 굳이 따지자면 그는 팀웨어가 아니라 드라이버 수트를 입었을 때의 레이서의 모습을 한 선수들을 더 좋아한다. 헬멧을 쓰기 전 혹은 헬멧을 벗었을 때의 모습. 혹은 헬멧을 쓰고 있을 때 아직 바이저를 내리지 않았거나, 바이저에 가려진 눈동자. 입이 가려져있어도 눈은 많은 것을 보여 준다. 렌즈를 통해서 쿠라모치는 사와무라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지만 렌즈 없이 가까이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코앞에서 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사실 조금 전까지도 코가 닿아있었다. 땀으로 젖어서 제멋대로 헝클어지지 않고 세팅된 머리, 발라클라바 자국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 피부도 어색했지만, 쿠라모치를 바로 바라보는 눈은, 지금은 조금 즐거운 듯 웃고 있었지만 쿠라모치가 몇 번이나 보았던 집중할 때의 그 눈이었다. 입술을 떼고 조금 거리를 둔 쿠라모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좀 아깝네.”
“예? 뭐가요?”
“아무것도 아니야.”

사진으로 남기지 못하는 것이—그렇지만 편집도 가공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올릴 일도 없을, 손에 잡히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