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사와전력 #7 안녕

듣고 싶지 않은 인사라는 걸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포스트 제목에 주제도 틀리게 썼었어……

 

“안녕…하세요……?”
“어, 어……. 안녕.”

오늘로 사흘째. 쿠라모치는 아침마다 반복되는 이런 대화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눈앞의 사와무라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기에, 하고 싶은 말은 모두 꾹꾹 눌러 담고, 혀를 찰 뿐이었다. 어제 뭐라고 했는지는 벌써 기억나지 않았다.

“아침 연습해야 하니까 일어나, 사와무라.”
“……무슨 연습이요?”

사와무라는 여전히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쿠라모치에게 물었다. 아, 조금 굳은 표정을 보고 쿠라모치는 어제는 이런 식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떠올리며 조금 후회했지만, 아침 연습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사와무라에게는 조금 유연함을 보일지도 모르지만 쿠라모치는 그런 데에서도 다름을 겪는 것이 싫었다. 쿠라모치는 사와무라의 연습복을 던지고는 답했다.

“야구.”

다행히도 이 사와무라도 야구는 싫어하지 않는 것인지, 의아하다는 표정이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순순히 연습복에 팔을 넣기 시작했다. 그것까지 지켜본 쿠라모치는 빨리 입고 나오라는 말과 함께 기숙사 방을 나왔다. 방 밖은 추워서 넥워머를 턱까지 올려야 했지만, 쿠라모치는 방안에 있고 싶지는 않았다.

 

여느 날과 같은 아침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쿠라모치가 세수를 끝내고 아침훈련을 나가기 전, 훈련복으로 갈아입을 때까지도, 2층 침대의 아래쪽 이불이 부풀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여느 때라면 쿠라모치는 발로 사와무라를 흔들어서 깨우겠지만, 어제의 일도 있었다—전날 체육수업 중에 사와무라가 공에 맞아서 잠시 기절해있었다는 이야기를 카네마루가 전했을 때만 해도, 다들 그것도 무언가 사와무라답다며 웃어넘겼다. 그렇지만 머리를 다친 사람을 흔들지 않는다는 상식이 그를 멈추었다. 오늘은 손이나 발이 먼저 나가려는 것을 참았다.

“사와무라?”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이불을 서서히 내렸을 때 보인 얼굴에서는 열이 나는 모습은 없었다. 감기는 아닌지 열이 나거나 땀을 흘리지는 모습은 없었다. 늦잠인가, 쿠라모치는 웃으면서 사와무라를 다시 한 번 불렀다.

“사와무라, 깨워주는 것도 마지막이니까 일어나라?”

연습 첫날, 사와무라를 깨우지 않았던 것을 떠올린 쿠라모치는 그동안 자기도 많이 착해졌다고 혼자서 생각했다. 정말로 마지막으로 이름을 불렀을 때, 사와무라는 다행히도 부스스 일어났다—쿠라모치는 시계를 보고 지각은 간신히 면하겠다고 생각했다.

“……누구세요?”

사와무라가 얼빠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그것이 장난치는 게 아니라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아침훈련 시작 시간은 지나있었다.

 

오늘도 사와무라의 아침 인사는 어색한 안녕하세요. 적어도 첫날의 누구세요가 한 번으로 끝난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사와무라는 연습 그라운드가 어디인지 알지 못했기에 쿠라모치는 5호실 문 밖에서 사와무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그라운드로 향했다. 일단 연습이 시작되면 다행히도 몸이 훈련 메뉴는 기억하는 모양이었는지 입학 당초만큼 엉망은 아니었고, 아침 식사가 끝날 때면 1학년들과 문제없이 어울리는 모양이었다. 등교하는 것도 동급생들과 함께. 수업 시간에는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었지만 카네마루의 증언에 따르자면 그건 평소와 다르지 않다고 했고, 저녁이 되면 사와무라의 볼륨은 쿠라모치가 아는 정도로 높아진다.

날이 바뀔 때마다 그것이 반복되는 것에 쿠라모치는 지쳐있었다. 덕분에 쿠라모치가 기숙사 방에 들어가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었고, 반대로 사와무라의 취침시간은 전보다 빨라진 모양이었다. 쿠라모치가 방에 들어가면 사와무라는 잠들어있을 때가 많았다. 기숙사 방을 자기 방처럼 쓰는지 쿠라모치가 문을 열면 방안은 어두웠다. 오늘은 조금 달랐다. 밤늦게 방으로 돌아왔을 때 실내등은 켜있었지만—텔레비전을 켜둔 채 사와무라는 바닥에서 잠들어 있었다. 티비를 끄자 방안은 조용해졌다. 내려다보이는 얼굴만은 변하지 않았다. 외견과 목소리만은 백퍼센트. 그렇지만 다른 부분은 많이 쳐줘야 50퍼센트나 될까 싶은 사와무라에게 쿠라모치는 평소처럼 대할 수는 없었다. 뭐가 어디 있는지도 제대로 모르니 심부름을 시킬 수도 없고,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짓을 하면—요 며칠 같아서는 모든 것이 그랬지만—과장되게 레슬링 기술을 걸 수도 없었다. 이런 것들을 모두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쿠라모치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한동안 사와무라를 바라보았다. 눈을 떴을 때의 사와무라는 또다시 쿠라모치가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사와무라를 일으켰다. 주전 투수를 바닥에서 재울 수야 없는 일이었다.

“……쿠라모치 선배?”
“침대 올라가서 자.”

팔을 잡고 당기자 사와무라는 바닥에서 일어났다. 몇 걸음을 비틀거려서 침대에 기어들어간 사와무라가 이불을 덮고 쿠라모치를 바라보는 것까지 바라보고서야 쿠라모치는 사다리에 발을 걸쳤다.

“잘 자요, 쿠라모치 선배.”
“너도. 잘 자.”

침대에 몸을 뉘었을 때, 며칠 만에 들어보는 인사가 들려왔다. 쿠라모치도 습관적으로 답을 했다. 하지만 며칠 전, 처음 이 이상한 나날이 시작할 때에 그랬듯 쿠라모치가 기대하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아, 내일도 쿠라모치는 조용한 아침을 맞을지도 모른다. 시끄러운 좋은 아침입니다 하는 인사가 슬슬 듣고 싶다고 오늘도 생각하며 그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