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사와전력 #8 목소리

ts사와로 사와무라가 매니저, 가을의 언젠가. 쌍방짝사랑.

 

쿠라모치에게는 사와무라가 알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며칠 전이었다.

1학기도 지나 사와무라는 많은 부원들과 얼굴을 트고 지냈다. 선배들과도 나쁜 사이는 아니라고 자신하고 있었지만, 사와무라가 익숙한 쿠라모치는 저런 모습이 아니었다. 사와무라는 학교나 부활동을 할 때의 쿠라모치를 알고 있다. 그것이 다른 야구부원이나 매니저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루노에게는 이렇게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고, 사치코나 유이 선배와는 또 동급생간의 익숙함이 있었다. 야구부 후배들은 또 달라서, 학교에서 쿠라모치는 제법 선배다운 태도를 보인다. 사와무라는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 모든 것에 속해있을지도 있고, 가벼운 스킨십이 아닌 가벼운 스파링을 포함하는 것을 보면 약간은 시합을 할 때의 모습도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다 합치면 엄하지만 장난기 있는 형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세이도에 입학한 이후 미용실에 간 적이 없어서 조금 자란 머리 길이만 아니라면 남동생과 형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야구부 경기를 구경 왔다는 여학생들을 대하는 쿠라모치는 사와무라가 알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칭찬에 조금 쑥스러워 하기는 했지만, 표정도, 멀리서 작게 들리는 목소리도 평소보다 상냥하게 들렸다.

잘 아는 사이라 오히려 저런 모습을 알 수 없는 것은, 어쩐지 손해인 것 같았다.

 

내일 만나자는 말을 끝으로 요시카와와 헤어진 사와무라는 집으로 걸어갔다. 요시카와와는 반대방향에 있는 사와무라의 하숙집은 아침 일찍 학교에 오는 데에는 무리가 없는 거리였다. 해가 짧아지기 시작해서, 학교에서 떠나는 시간은 같았지만 몇 주 전에는 아직 밝았던 거리가 어두웠다.

“집에 가는 거야?”
“엄마야! 깜짝 놀랐잖아요! 오늘 할 일은 다 끝나서…”

뒤에서 말을 걸어온 쿠라모치를 눈치 채지 못했던 사와무라는 화들짝 놀랐지만, 곧 어깨를 두드린 것이 쿠라모치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쿠라모치는 어디를 봐도 연습을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트레이닝복에 어깨에는 수건. 전에 가끔 하던 헤드밴드는 요즘에는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데려다 줄까? 날도 어두운데.”
“아니요, 여기서 멀지도 않은데요—혼자 갈 수 있어요!”
“그래? 그럼 혼자 가던가.”

쿠라모치가 고개를 끄덕거린 것을 보고 사와무라는 걸음을 계속했지만—한 번 눈치 챈 사람 기척은 계속 그녀를 따라왔다.

“저기, 쿠라모치 선배? 혼자 갈 수 있다니까요.”
“응. 나도 잠깐 돌아서 가게.”
“선배 연습할 거 많지 않아요?”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잘 하고 있거든. 집까지 멀지도 않다며.”

사와무라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쿠라모치에게 말을 걸며 어색함을 드러냈지만, 쿠라모치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몇 발자국 뒤를 따랐지만 가로등 몇 개를 지난 후에는 옆에 서서, 내일 연습 일정부터 시작해서 그 준비나, 쿠라모치의 연습 메뉴라거나 도쿄에서의 하숙 생활과 기숙사 생활의 차이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이어갔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사와무라의 하숙집에 도착했다.

“여기가 우리 집이라—그럼 저는 가 볼게요.”
“정말 가깝네. 늦잠만 안 자면 아침에 지각할 일은 없겠다?”
“그렇지요 뭐.”
“안 들어가고 뭐 해?”
“아니… 같이 와 줘서 고마워요.”
“말 했잖아. 돌아서 가는 길이라고.”
“어쨌든요. 오늘은 덕분에 심심하지도 않았어요. 쿠라모치 선배가 이러는 거 좀 이상하지만!”
“이상하다니 기껏 데려다 준 사람한테! 빨리 들어가.”
“응, 내일 봐요.”

손을 흔들고 사와무라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후에야 쿠라모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사와무라에게는 쿠라모치만이 아는 목소리가 있다. 평소와는 다른 스위치가 들어가서, 외국어를 읽는 것 정도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상급생들을 대할 때와는 달리 긴장이 없어진 가볍고, 시끄러움이 조금 깎인 목소리라고 쿠라모치는 생각했다. 최근에는 지나치게 조용했기에, 요즘 한동안 사와무라가 그를 피한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 말 없이 혼자서 기숙사까지 돌아가는 길은 조용했다. 쿠라모치는 괜히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사와무라의 전화번호가 담기지 않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