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itation

슈님 리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으, 추워.”

사와무라는 몸을 떨며 식당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보온병이 들려있었다. 쿠라모치에게는 익숙한 것이었다. 겨울합숙이 끝나고 나가노 집에 갔다 온 후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가노에 머무르면서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다는 사와무라를 보고 어머니가 챙겨준 것이었다—사와무라의 증언에 따르자면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라는 명령과 함께 손에 들려줬다고 했다. 아직 기숙사에 돌아온 지 며칠 안 되어서 그렇겠지만, 사와무라는 착한 아이처럼 그 명령을 잘 따르고 있었다. 등교하기 전에도 식당 정수기에서 물을 떠서 가방에 넣고 다닐 정도였으니까. 지금도 정수기로 향해서, 보온병에 물을 채워 넣었다. 아직도 코를 훌쩍거리면서. 본격적인 감기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까딱하면 그러지 않을까 싶은 애매한 상태였다.

식당에는 쿠라모치와 노리, 나베를 비롯한 2학년들 몇이 한 테이블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쿠라모치는 사와무라가 재채기를 하는 것을 슬쩍 쳐다보았다.

“사와무라.”

사와무라는 가까이 오라는 고갯짓을 하는 쿠라모치를 바라보고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언제까지 그렇게 훌쩍거리는 거냐? 어머니가 약 챙겨주셨다며, 먹었어?”
“아직 괜찮은ㄷ…”
“더 심해지기 전에 먹어. 그게 뭐냐, 시끄럽게.”

대답을 하면서 또 한 번 훌쩍. 사와무라에게 잔소리를 하는 동안 쿠라모치의 손은 작은 종이포장을 벗기고 있었다.

“자, 아.”
“아— 뭔데요?”
“목캔디. 들어가면 약이나 먹고 자.”

얌전히 사탕을 받아먹은 사와무라는 사탕을 입안에서 우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블에 있는 선배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식당에서 나갔다. 사와무라가 나가는 것을 보고는 노리가 입을 열었다.

“요즘에 사와무라랑—가깝게 지내네.”
“어? 내가?”
“응. 오늘 아침만 해도 그랬잖아.”
“아침에 뭐?”

쿠라모치는 노리에게 되물으면서 생각했다. 오늘 아침? 별 다른 일은 떠오르지 않았는데—

“둘이 붙어있다시피 했던거.”

아, 그거—노리의 말에 쿠라모치는 떠올렸다. 사실 오늘 아침뿐만이 아니라 날이 추워진 지난 며칠간 이어진 것이었다. 기숙사 방에서 나온 사와무라는 방금 전처럼 춥다며 중얼거리며 몸을 움츠렸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나가노가 더 춥다고 했잖아, 쿠라모치는 사와무라를 놀렸고, 사와무라는 언제 그런 말을 했냐며 입술을 삐죽거리며 쿠라모치의 등에 매달렸다.

“쿠라모치 선배는 안 추워요?”
“어, 떨어져. 무거워.”
“왜요? 붙어있으니까 따뜻하잖아요.”

어느새 쿠라모치의 저지 주머니에 양 손을 집어넣은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간지러웠다. 한동안 사와무라는 그 자세로 그라운드를 향하다가, 이래서 언제 그라운드에 도착할지 연습시간에 늦겠다며, 거기에 무거우니까 떨어지라는 쿠라모치의 항변 끝에 등에서 떨어졌다. 가벼워진 만큼 등도 곧 아침 공기에 차가워진 것 같았지만, 사와무라는 여전히 왼손을 쿠라모치의 주머니에 집어넣은 채로 그라운드에 도착할 때까지 쿠라모치의 옆을 걸었다.

“그건 그 녀석이 들러붙은 거고.”
“아, 그래.”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으로 노리는 대답했다.

“오늘 점심시간에도 같이 있었지?”
“나베쨩까지 왜 그러는데.”

점심시간이라—이번에는 쿠라모치는 정말로 무엇이 이상했던 것인지 집히는 점이 없었다.

점심시간에 사와무라를 만난 것은 사실이다. 매점에서 점심을 사서 돌아가는 길이었다.

“쿠라모치 선배! 점심 샀어요?”
“어…… 그런데?”

쿠라모치는 조금 망설이며 대답했다. 어쩐지 다음에 물어볼 말이 짐작이 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 좀 나눠주면 안돼요?”
“싫어.”
“이렇게 부탁하는데도?”
“응.”

쿠라모치는 그대로 벤치를 향했다. 매점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와무라는 그를 뒤따랐다.

“매점에 가는 거 아니었어?”
“아뇨, 쿠라모치 선배가 보여서 온 건데—아침에 지갑 챙기는 거 잊어버렸어요.”
“잘 한다. 누가 잊어버리래.”
“그러지 말고요.”

아, 안 좋은 예감은 들어맞았다. 사와무라와 말씨름을 하며 쿠라모치가 교정의 벤치에 자리를 잡았고, 사와무라는 그 옆에 앉았다.

“후배가 굶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예요? 오후에 연습은 어떻게 하라고!”
“자업자득이잖아.”
“그래도 한 입만요—네?”

사와무라가 옆에서 끊임없이 조르는 것을 한 귀로 흘리면서 쿠라모치는 매점에서 사온 빵을 뜯고는 한 입을 베어 물었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한 입이다?”
“쿠라모치 선배 고마워요! 헤헤헤.”

한 입이었지만 꽤나 커다란 한 입이었다. 빵이 반 토막 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쿠라모치는 사와무라에게서 빵을 받아들었다. 우물거리는 동안에는 사와무라가 조용할 것이라는 사실에 그는 만족했다. 얼마 남지 않은 돈까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그는 사와무라에게 비닐봉투를 가리켰다. 사와무라는 비닐봉투를 무릎위로 가져가서 안을 뒤졌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안에서 빵 봉지 하나가 더 나왔다. 사와무라가 그것을 꺼내들자 쿠라모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히히, 웃음소리와 함께 봉지가 뜯겼다.

“그게 뭐가……?”
“으음—아무것도 아냐.”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의 쿠라모치를 보니 아무래도 그 다음에 본 것은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직감했다. 점심을 다 먹고 난 후였던 것이 분명했다. 나베가 창문에서 내려봤을 때 여전히 두 사람은 같은 벤치에 있었다. 쿠라모치는 종이팩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고, 사와무라는 그의 무릎 위에 머리를 두고, 몸을 둥글게 만 채로, 낮잠을 자고 있었다—그 짧은 시간에 잠이 든 것을 와타나베는 조금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쿠라모치는 그런 사와무라의 머리를 빈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무릎 위에 올라탄 애완동물을 귀여워하는 모습 같기도 했으니까, 뭐, 괜찮다고 치자.

“아, 이런 얘기만 할 거면 나 먼저 가볼게.”
“벌써?”
“응—그 바보가 정말 약 챙겨먹고 자는지 봐야 할 것 같아서.”
“아, 그래. 잘 자.”

쿠라모치가 식당에서 나간 후에야, 남아있는 2학년들은 한숨을 쉬었다.

“쿠라모치도 모르는 거 같지?”
“응… 전혀.”
“쿠라모치는 돌려 말해도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직접적으로 주의를 주지 않으면 모르겠네.”
“사와무라한테는 얘기해 봤어?”
“벌써 얘기해 봤는걸. 하루도 안 가서 잊어버린 것 같지만.”

5호실에 도착해서 이불을 두르고 만화책을 보던 사와무라를 마주했을 때 즈음, 식당에서 그런 이야기와 함께 쓴웃음이 오갔다는 것을 쿠라모치는 알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