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사와전력 #9 겨울합숙

사와무라가 나오지 않습니다. 짧습니다.

 

마스코 선배.

식당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나누어 먹은 것이 두 시간쯤 전일까. 내일도 아침부터 합숙 훈련이 시작되기에 벌써 잠에 떨어진 사람도 있지만—이를테면 이를 닦고 돌아와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든 사와무라나, 그 옆 바닥에서 만화를 보다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던 다른 1학년생이라더나—역시 3학년이라고 할까, OB들의 연습 루틴은 1,2학년들보다는 훈련이 호되지 않은 것일까, 쿠라모치가 자판기 앞에서 만난 마스코에게는 피곤한 기색이 덜했다.

여디서 뭐 하세요? 설마 아까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닙니까?
쿠라모치.
농담이예요.

쿠라모치의 대답에 웃은 마스코는 자판기 버튼을 눌렀다. 이미 팔에 음료수가 둘 들려있는 것을 보면 아마 같은 방 선배들 것을 사가는 것이라고 쿠라모치는 짐작했다.

사와무라쨩은? 합숙 시작하고 침대에서 내려오기 싫다고 심부름 시킨다며.
그건 또 언제 일러바친 거예요, 그 녀석. 지금 자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나왔어요.

마스코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자리를 비켜주자 쿠라모치는 자판기 앞으로 걸어갔다. 익숙한 자판기지만 앞에 설 때마다 고민을 하게 된다. 비타민 함유량이 붙어있는 음료수를 바라보면서 지금 같아서는 피로회복제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떠올랐지만 자판기에서 그런 것을 팔 리가 없었다. 결국 쿠라모치는 익숙한 에너지드링크를 골랐다. 철컹. 음료수병이 투입구로 떨어지는 소리. 음료수병을 꺼내고 쿠라모치는 마스코를 돌아보았다.

그래도 아침에는 어떻게 제시간에 일어나더라고요.
쿠라모치 너는 침대에는 제대로 올라가고 있어?
힘들어요!
하하하.

날이 어둡기도 했지만, 쿠라모치의 눈 밑에는 짙게 그림자가 져있었다. 마스코는 작년 이맘때의 쿠라모치를 떠올렸다. 합숙에 들어가기 전만 하더라도 모두 모여서 하는 게임을 그렇게 좋어했으면서, 합숙기간동안 5호실의 게임기가 켜지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쿠라모치는 녹초가 되어서 침대에 엎드린 채로, 가끔은 이불도 제대로 덮지 않은 채로 잠을 잘 때도 있었다. 그랬으면서도 설이 지나 기숙사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침대 2층을 쓰기 시작했다.

침대 바꿔서 사와무라쨩한테는 잘 됐네.
뭐…… 귀찮은 것 보다는 나으니까요.

마스코는 쿠라모치에게 미소를 짓고는 방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쿠라모치는 마스코의 뒷모습을 향해 인사를 건넨 후 다시 한 번 자판기를 돌아보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합숙기간 중에는 방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다. 레몬 50개분의 비타민C가 들어갔다는 음료수도 뭐도, 지금은 사와무라에게 특별대우같은 건 해 줄 수 없었다. 음료수를 마시면서 쿠라모치도 방으로 돌아갔다. 내일 제시간에 일어나서 피로에 쩔어있는 후배를 깨워주기 위해서는 그도 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