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사와전력 #16 봄

봄은 센바츠부터라는 말에…

 

오사카 시내 관광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오사카에 왔을 때와 같은 길을 달리는 것일 테지만, 돌아가는 길의 창밖은 올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고 사와무라는 생각했다. 오사카의 오기 전과 비교하면 사와무라는 달라졌지만—풍경이 달라질 리는 없을 텐데. 어째서인지 사와무라의 옆자리에 앉은 쿠라모치는 전철에 탄 직후에는 휴대폰을 붙잡고 문자를 보내면서 깨어있었지만, 곧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팔짱을 끼고 골아 떨어져 있었다. 아까만 해도 쿠라모치는 사와무라와 마찬가지로 관광객 티를 내며 신나게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어젯밤에 또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았던 것일까—사와무라도 어젯밤에는, 도쿄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좀처럼 잠이 들지 못했지만, 쿠라모치처럼 피곤하지는 않았기에 말이 없는 옆자리 때문에 조금 심심했다. 게다가 쿠라모치가 복도 쪽 자리를 차지하며 사와무라를 안쪽 자리로 밀어 넣었기 때문에, 쿠라모치를 깨우지 않고 밖으로 나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빼꼼 고개를 들어 앞줄에 앉은 부원들을 바라보니 객실 안에서 목소리를 낮춰서 말하는 소리가 조금 들릴 뿐, 모두 조용한 것은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한숨을 내쉬고 사와무라는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조금 속도를 내기 시작한 열차 밖으로 보이는 것은 경치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한테 문자나 할까, 하는 생각에 휴대폰을 꺼내려던 차였다. 옆자리에서 쿠라모치가 작게 몸을 뒤척여서, 눈이 감긴 얼굴이 조금 사와무라와 가까워졌다. 좌석이 좁은 버스 같았더라면 금방 어깨에 닿았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사와무라가 쿠라모치의 자는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지금은 학기초와는 달리 사와무라도 일찍 기상하는 편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쿠라모치는 사와무라보다도 먼저 깨있는 일이 많았고,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잠이 덜 깨서 부스스한 얼굴로 이층침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 자는 얼굴과 가장 가까운 것이었다. 이것이 쿠라모치의 매우 레어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심심하다는 생각이 조금 사라졌기에, 사와무라는 휴대폰을 바라보는 대신에 옆자리를 관찰하기로 했다. 기분 좋은 꿈이라도 꾸는 걸까,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일까, 인상을 쓰는 일이 많은 눈썹은 오늘은 제 위치에 돌아가 있었고, 조금 벌려진 입술에서는 지금은 새근새근 숨소리만 들렸다. 평소보다 많이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이렇게 보면 안 그럴 것 같이 생겼건만, 왜 눈만 뜨면 후배 괴롭히기 좋아하는 선배가 되는 걸까 고민하며, 사진이라도 찍어두고 싶다, 고 사와무라가 생각하던 차였다.

뭐 하냐?

눈을 먼저 뜬 것인지, 그렇게 내뱉은 입을 먼저 연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갑작스럽게 불온한 공기가 덮쳐왔다.

히익, 놀랐잖아요.
누가 계속 쳐다보는 거 같더니만—
아니, 선배가 자는 모습 본 적 없어서…….

변명을 하는 한편으로, 사와무라는 인상을 쓴 저 얼굴이 좀 전의 얼굴과 같다는 것이 조금 믿기지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쿠라모치는 한층 더 미간을 찌푸렸다. 아, 이 이상 말한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기분 나쁘니까 저런 거나 봐, 저런 거나.

팔짱은 풀지 않은 채로, 쿠라모치는 창쪽을 보라는 고갯짓을 했다. 쿠라모치가 말하는 저런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사와무라가 갸웃거리자, 답답하다는 듯이 쿠라모치는 친히 사와무라의 고개를 돌려서 창 쪽을 향하게 했다.

아.

솜사탕처럼 피어있는 벚꽃이 마을을 둘러싸고, 언덕을 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 절경에도 멈춰 주지 않는 열차 때문에 금방 사라졌지만. 올 때와 다르다고 느낀 것은 옅은 분홍색의 봄 때문이었던 모양이라고 그제야 깨달은 사와무라는 쿠라모치를 돌아보았다.

멋있다! 완전히 활짝 피었네요. 올해 처음 보는 거 같아요!
처음이라고? 고시엔 밖에도 잔뜩 피어있었는데?
그래요? 눈에 안 들어와서…… 헤헤.

쿠라모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정말이었다. 계절감은 잃은 것 같았지만, 사와무라의 봄은 고시엔 구장의 검은 흙 위에 발을 디딘 것으로 시작해서 오사카에 있는 내내, 공원에 피어있던 벚꽃도, 고시엔구장 옆의 벚꽃도, 사와무라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럼 실컷 구경하고, 사람 얼굴 그렇게 쳐다보지 마.

사와무라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자 쿠라모치는 다시 잠을 잘 자세를 갖추었다. 쿠라모치가 깰 때까지 사와무라는 그를 깨우지 않았다. 그렇지만 때때로 보이는 핑크빛의 벚꽃 위로 잠들어 있는 쿠라모치가 비치는 것이 제법 나쁘지 않다고, 아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조금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