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ty kiss

토커님 연성을 보고 쓴 거.

 

덥다, 라는 말을 오늘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여름은 오지 않았으니 앞으로 서너달은 이렇게 지내야 할 것이다. 과제를 하는 동안 책상에 올려둔 음료수병도 어느샌가 다 비어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쿠라모치는 마지막 한두방울을 입에 털어놓은 후, 음료수병을 휴지통에 던졌다. 병이 휴지통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림과 함께 반대쪽 책상에 앉아있던 사와무라에게서 잠깐 나갔다 올게요 하는 말이 나왔다.

“올 때 아이스크림.”

나가겠다는 건 아마 음료수를 사러 자판기로 가거나, 식당에 가서 얼음을 가져오겠다는 뜻이겠지만 쿠라모치는 농담처럼 말했다. 사와무라는 당연히, 반발했다.

“아이스크림이면 밖에 나가야 하잖아요!”
“어. 나가는 길에 부탁해.”

쿠라모치가 낄낄 웃으면서 사와무라를 바라보자 사와무라는 투덜거리면서도 옷걸이에 걸려있던 교복 주머니를 뒤졌다. 동전이 있었던 모양인지 손바닥 위에서 동전을 세어보고는 지갑까지 꺼내지는 않고, 그대로 동전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뭐 사와요? 선배가 매일 먹는 거?”
“잘 아네.”
“다음번에는 선배가 사오깁니다!”

쾅. 요란하게도 문을 닫고 나갔던 사와무라는 정말로 아이스크림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돌아왔다.

“진짜 사왔네.”
“사오랬으면서?! 그래도 밖은 좀 시원해서 괜찮았어요! 선배 지금 먹을래요?”
“……됐어. 냉장고에 넣어 놔. 내일도 덥대.”

라는 것이 어젯밤. 쿠라모치가 말했던 대로 오늘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오늘 있었던 연습경기를 떠올리면서 쿠라모치는 멍하니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었다. 언젠가 사와무라가 보고 싶다고 했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영 쿠라모치의 취향은 아니었기에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쿠라모치 선배~”
“응?”
“혼자서 먹으니 맛있습니까?”
“어.”

쿠라모치는 엎드려 누워있는 사와무라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치사해. 혼자서 투덜거리는 소리는 분명 들으라고 하는 말일 것이다.

“난 말했다. 오늘도 더울 거라고.”

어젯밤에 사와무라는 기껏 사왔는데! 라고 투덜거리면서 자기 것으로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어버렸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와삭와삭거리면서 베어 먹다가도 바깥보다 덥다는 방 안에서 금방 녹아 흘러내리는 것을 핥기도 하면서. 한 번 정도, 쿠라모치 선배 정말로 안 먹어요? 하며 색소에 젖은 입술이 물어보기도 한 것 같다. 지금은 삐졌다는 티를 내며 삐죽 튀어나와있는 저 입술이.

“한 입 줄까?”
“정말이요?”

금방 눈을 빛내고는 앉은 자세를 한 사와무라를 보니 역시 그냥 주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만 커졌다. 사와무라는 그런 것을 알까—쿠라모치는 큼지막하게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