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메이

F1 au로

 

갑작스럽게 테스트 일정이 잡혔다는 연락이 전해진 것은 사흘 전이었다. 당일, 테스트 팀을 담당하던 미유키는 트랙으로 내려가서 준비를 마친 후 점심을 먹고, 다시 트랙으로 내려갔다. 개라지 안까지는 다행히도 바람이 들어오지 않았기에, 피트 건물로 들어온 그는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그런데, 오늘 테스트하는 건 누구래요?”
“누군지는 말이 없었는데.”
“아직도요? 이상하지 않아요?”
“그렇지?”

테스트 크루들이 누구를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로, 개라지 안에서 머신과 함께 셔터 밖을 바라보며 수다를 떠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유키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노트북을 켜고는 습관적으로, 레이싱 뉴스를 전하는 사이트를 열었다. 시즌이 끝나고 며칠이 지난 지금, 헤드라인은 이미 얼마 전에 결정된 챔피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이적 시장에 관한 것이었다.

나루미야 메이의 이적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미 여름부터였다. 시즌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어느 팀으로 갈 것인지 확정을 짓지 못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은 아니었다. 나루미야의 계약금이 얼마나 될지, 추정치는 소스에 따라서 달랐지만 대략적인 금액은 레이싱팀을 따라다니지 않는 미유키조차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 정도로 나루미야는 이번 시즌 실리시즌의 주요 플레이어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미유키의 소속팀도 그 준스타 드라이버의 영입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었다.

코스트 대비 퍼포먼스를 생각하더라도 나루미야는 매력적인 드라이버였다. 최근 경기 중에서는 역시 혼란으로 가득했던 스파에서 거둔 준우승이 주목받았다. 막판 크래쉬로 인해 나온 세이프티카 때문에 그의 전략이 방해받지 않았더라면 아슬아슬한 우승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가정에 가정을 더했을 때야 나올, 만약 이라는 결과일 뿐이지만 말이다. 나루미야 본인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거기서는 그 이상 순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지만 미유키는 그의 본심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만족했을 리가. 시차 때문에 한밤에 방송되던 경기를 끝까지 보면서 혀를 찼던 것이 엊그제였다.

그러나 미유키의 팀이 나루미야에게 오퍼를 던진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자국의 라이벌 메이커에게 그를 넘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미유키는 확신했다. 나루미야는 이제까지 자국 메이커의 워크스팀에 속한 적이 없었다. 나루미야가 자국의 워크스팀에 속하지 않는 것은 나루미야의 성적이 원인이 아니었음은 확실했다. 유럽으로 건너가기 이전에도 나루미야는 자국 엔진과는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는 것이 이전에 미유키가 구독하던 잡지에 실린 칼럼의 내용이었다. 미유키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면 나루미야가 데뷔하던 해에 나온 칼럼이었던 것 같다. 현재의 나루미야라면 성적으로도, 광고 효과도 나쁜 계약은 아닐 것이다. 일찍이 2년 전에도 오퍼는 있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고집 센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유키는 알지 못했다.

“오랜만이야, 카즈야.”

어느새 개라지에 들어온 오늘의 주인공이 미유키를 바라볼 때에도, 미유키는 나루미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미유키 카즈야가 나루미야 메이와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때부터 이미 나루미야는 특정 서클에서는 유명인이었는지 나루미야의 주변에 모이는 사람들은 많았다. 다만 그 서클에 속하지 못한 미유키에게 나루미야는, 같은 반이었지만 그저 학교를 자주 빠지는 백금발의 동급생일 뿐이었다. 한 달 쯤 지나서야 미유키는 그 결석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느 월요일, 점심시간 도중에 피곤한 얼굴로 출석한 나루미야는 스포츠백을 책상에 내려놓고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늦었네.”
“응. 왜 늦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창문 바로 옆줄에 앉아있던 미유키가 나루미야를 바라보며 말을 건네자, 나루미야는 방금 전의 피곤하다는 표정은 어디가고는 눈을 빛내면서 미유키를 바라보았다. 별로 궁금하지는 않지만, 그 기세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싱글거리면서 나루미야는 스포츠백의 지퍼를 열더니 그 안에서 꽤나 묵직해 보이는 트로피를 꺼냈다.

“미유키한테는 얘기 했던가, 내가 레이싱 드라이버라는 거.”

그리고 이어진 매달 한 번 꼴로 있는, 있을, 결석은 일본 전역의 서킷을 돌아다니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주말에 있었던 경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미유키도 모터스포츠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나루미야가 이야기하는 이름들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었기에 솔직히 나루미야의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할 말이 별로 없었다.

“아, 그래. 고생했네.”
“반응이 그게 뭐야, 미유키.”

오카야마에서 오느라고 피곤한 나한테 조금 더 상냥해도 되지 않아? 아저씨들이야 우승이라니 신나서 밤새도록 마셔댔지만 이쪽은 아직 고등학생이라고. 끝나자마자 빨리 떠났으면 좋았을 텐데, 미성년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니까. 나루미야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미유키에게 빈정거렸다.

그런 이야기를 3년 내내 들으리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날 미유키는 나루미야에게 말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 관심도 그다지 없던 스포츠지를 사면서 나루미야가 말한 이름들과 친해지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카즈야, 우리 팀에 올 생각은 없어?”

졸업식을 앞둔 어느 날 나루미야에게 그런 말을 들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스폰서 로고가 없는 흰색 오버롤 때문에 요란한 패턴의 헬멧이 더욱 돋보였다. 시트에 앉아서 바이저를 내린 나루미야와 눈이 마주친 순간 미유키는 시선을 피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분명 헬멧으로 가려진 입술도 웃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표정을 유지하며 시선을 돌렸다.

“글쎄…… 지금은 거절할게. 세상에는 너 말고도 대단한 드라이버들이 많은 것 같고, 나도 거기에 맞추기 위해서는 좀 더 공부가 필요한 거 같으니까.”

이미 미유키의 진로도, 나루미야의 진로도 정해져 있었다. 미유키는 대학으로, 나루미야는 그대로 유럽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지금, 나루미야가 그 대단한 드라이버들과 트랙 위에서 배틀을 벌여온 와중, 미유키는 나루미야의 뒤를 쫓듯이 그가 없는 일본 시리즈에서 얼마간의 경력을 쌓고 이제야 겨우 포뮬러 원 팀의 테스트팀에 들어와 있었다.

나루미야 메이가 계약의 조건으로 자신을 크루에 포함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미유키는 그 비밀 테스트가 지난 몇 달 후에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