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에이쥰 입스때

타이어 위에서 연필로 써놓은 이름을 찾는 것은 어려웠다. 이쯤에 적어놓았다고 했던가, 지난 번에 이름을 적어놓았다면서 보여준 곳을 기억해 가면서 이름이 적혀있을 법한 곳을 한 바퀴 돌아가며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사실 후루야는 굳이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사와무라가 자기 파트너를 멋대로 데려가지 말라고 소리를 지를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 마운드에서 내려갔을 때 잘 부탁한다고 말한 이후로는……. 처음에는 무시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쪽은 무시할 생각은 없건만.

“히라가나…….”

연필자국을 발견했지만, 찾은 것은 이름만이 아니었다. 손대지 말 것. 그리고 조금 지워진 사와무라 에이쥰이라는 풀네임. 자신을 향한 것이 분명한 그 문구에 무언가 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손에는 연필조차 없었다.

그렇지만──히라가나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후루야는 그 문구가 말하는 대로 손을 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알지 못했다. 선배들도 감독도 일단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상책이라는 듯 아직까지는 별다른 지시가 없었다. 사와무라가 훈련 때 공을 잡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2군으로 내려간 것은 아니었다.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일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날 마운드에서 내려오기 전에 그에게 공을 건네던 팔이 글러브 안에서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당연하다고 웃으면서 말은 했지만 본인이 그럴 리가 없었다, 일부러 그렇게 큰 소리로 말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후루야도 그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강판되던 때. 그때는 입장이 반대였다. 후루야는 다시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고 사와무라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 타이어의 자칭 주인은 그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최근에는 답지 않게 도서실에도 드나들고, 수업 시간에도 전과 다르게 조용하다고 했다.

손대지 말 것이라는 말은 사와무라에게도 해당되는 걸까. 타이어를 내려다보면서 후루야는 생각했다. 벤치에서 후루야를 향해 큰 소리로 소리치던 목소리가, 그런 마음이 지금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