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부모님이 지긋하게 나이 먹고서 짜증나게 만든다 라는 제목으로 본 니챤번역글 네타로

“너도 슬슬 여자 친구를 만들어야 할 때 아닌가?”

저녁식사 후 텔레비전을 보던 아버지가 그렇게 말한 것이 사건의, 아니 그 비극의 시작이었다. 얼굴을 붉히고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을 것이 분명한 나에게 무엇인가 덧붙이려던 것인지 아버지는 입을 열었지만, 대화에 끼어든 어머니의 말에 입이 막혔다.

“에이, 야구만 하는 애한테 그런 시간이 있으려고.”

그렇게 말한 어머니는 웃으면서 아버지 입에 귤을 깐 것을 하나 넣어주었다. 자연스레 입을 벌려서 그걸 받아 먹는 모습이나, 아- 하고 어머니에게 말하며 같은 행동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는 이미, 매우, 익숙했다.

“맞아. 여자 친구가 생길 리가 없잖아. 아빠 같은 성격인데.”
“아빠 성격이—”
“엄마한테 아빠 고등학교 때 얘기 지겹게도 들었거든?”

아버지는 반박하려 했지만 내가 내뱉은 말을 듣고는 입을 다물었다.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달래려는지 다시 한 번 아버지에게 귤을 내밀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 만나서 결혼까지 골인한 사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아버지의 고등학교 이야기 역시나, 어머니의 아버지 자랑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일련의 두 사람의 학창시절 추억을 들은 내가 낼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어느 날, 나는 아버지 자랑을 마친 어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엄마는 아빠 어디가 좋았던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 답이 정해져있는 질문이었다. “안 좋아할 점이 어디 있는데?”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머니에게 던진 질문이 이었다. 어린 아이에게 부모님들이 던지는 질문처럼, 좀 자란 아이들이 던질법한 흔한 질문이었다. “엄마는 내가 좋아 아빠가 좋—?” 어머니는 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라고 즉답한 사람이었다. 그날도 나는 어머니의 대답에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떠올렸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얼굴은 아빠를 닮았으니까 인기 많지 않아?”
“……안 그런 걸 보니 엄마 닮았나 보네.”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는 끄덕거렸지만,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럼 남자들이 좋아하겠구나.”

이런 리얼충들. 윤택한 은퇴 후 생활을 누리는 두 사람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한 겨울, 바닥 난방이 있는데도 굳이 꺼내놓은 코타츠, 위의 귤, 을 서로 나누어 먹여주는 두 사람. 그리고 나. 남자고교생, 야구부, 모태솔로.

“사토루!” 아버지의 어깨를 가볍게 때리면서도 싫지는 않은 표정인 어머니와, “그렇잖아, 왜. 에이쥰 인기 많았는 걸.” 하고 투덜거리는 아버지를 앞에 두고 나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어머니는 아버지의 어디가 마음에 들었던 걸까. 말수도 적고, 야구밖에 몰랐고—물론 좋은 투수에, 좋은 타자였다는 점은 존경스럽지만, 선수가 아닌 평범한 고등학생으로는 어떤 매력이 있었던 걸까.

방에 올라온 나는 책상에 앉아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네에, 하고 대답하자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아버지였다.

“무슨 일이세요?”
“아까 계속 한숨만 쉬길래.”

침대에 걸터앉은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 거야?”

아버지는 쓸데없는 데에 관찰력이 좋다. 그 관찰력으로 내 앞에서 어머니와 오글거리는 장면을 만드는 것만 자제해주면 정말 좋을텐데. 어쨌든 아버지의 짐작은 사실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백할 생각은 없고?”
“고백은 어떻게 하는데. 알잖아, 나 그런 데에는 젬병인 거.”
“아빠가 엄마한테 말했던 거, 가르쳐 줄까?”

그 때의 나는 그렇게 사이 좋은 두 사람의 고백법이라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대감에 고개를 끄덕인 순진한 고교 야구소년일 뿐이었다.

“나랑 같이 캐치볼하자.”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