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사와

 

타키가와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사와무라의 입술뿐만이 아니라 눈물샘도 열어버렸다. 사와무라는 그 자리에서, 그 완벽함이라는 존재에게 이제까지의 실패를 고백하고 싶은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토해내며 타키가와를 찬양하고만 싶었다. 금요일뿐만이 아니라 토요일의 예선에서도 일요일 본선에서도, 트랙위에 나가는 것은—사와무라의 몸에 맞게 만들어진 시트였지만 그 머신은 타키가와에게 알맞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사와무라는 자신이 타키가와가 있어야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죄를 용서받기를 바랐다. 그러면 편해질 수 있을까. 사와무라의 머릿속을 질주하는 생각은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크리스에게 들린 것은 사와무라가 내뱉은 것이 아니었다. 무엇이 슬픈 것인지, 악에 받혀 있는 것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울음소리에 뭉개져 뜻을 짐작할 수 없는 발음 사이사이로 들리는 그의 이름뿐이었다. 타키가와가 난처해 하는 동안 사와무라의 입술과 혀도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곧 머릿속을 가득 메운 생각이 사와무라의 목까지 막았고, 과부하가 걸린 머리는 눈물로 그것을 식히려 했다. 히익거리며 가쁘게 숨을 들이쉬기 시작한 사와무라를 보다 못한 크리스가 움직였다.

“사와무라, 괜찮으니까 울지 말고.”

어깨를 쓰다듬는 타키가와의 눈은 사와무라가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피트에서 나가기 전 머신을 내려다 보는 눈빛과 닮아있었다—닮아있었다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은 사와무라가 그것을 똑바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둘 도 없이 사랑스러운 것을 바라보는 듯한, 애정 어린 눈빛과 그런 눈빛과는 달리 얼핏 보면 무뚝뚝해 보이는 표정. 언제나 그렇게 바라만 보던 것이 눈앞에 있는 것에 멍하니 타키가와를 바라보았다.

“타키가와 씨.”
“그래.”

입을 열면 다시 숨소리가 떨렸다. 언제나 바라만 보던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그 사람의 손이 닿았다. 이 사람이라면 나도 완벽하게 만들어 줄 수 있지는 않을까—그리고 사와무라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생각하던 그 물음이 다시 찾아왔다. 지금은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타키가와 씨는 어째서 서드 드라이버인가요? 저보다 랩타임도 좋고”

크리스는 그 부분에서 사와무라의 말을 자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사와무라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타키가와 씨라면 크래쉬 같은 건 하지 않을 거고, 전—지난 경기에도 또 그래서, 개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지체만 시키고 있잖아요. 그렇다고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고……”

사와무라도 알고 있었다. 이제까지의 경기 수의 반절이 넘는 리타이어, 그리고 무득점. 아무리 자신이 크루들이나 기자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해도, 객관적으로 볼 때 저 성적으로는 언제 해고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기 전에 상황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7 라운드, 럭키세븐이라는 말처럼 필드의 반 이상이 리타이어했던 몬테카를로에서 살아남았기에, 몬트리올의 노트르담 섬 위에 지어져 후에 월드챔피언이 되지 못한 드라이버의 이름이 붙은 서킷에서도 그 행운이 이어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마지막 코너였다. 피니쉬라인을 한 번 더 통과하면 꼭 7랩이 남을 것이었다. 벽에 부딪혀 떨어진 오른쪽 프론트윌이 눈앞에서 굴러가고 있었고, 부서진 프론트윙의 파편도 눈에 들어왔다. 사와무라의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저도 타키가와 씨처럼 100 퍼센트를 끌어내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타키가와 씨처럼 될 수 있는 건가요? 좀 더 머신을 사랑해야 하나요? 그렇게 되면 좀 더 나아질까요?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그 말까지 하니 다시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사와무라는 입을 꽉 다물었다.

크리스는 저 질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 루키 드라이버는 매우 큰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그럴 필요는 없어. 사와무라 네가 나처럼 될 필요는.”
“……그렇지만.”
“팀이 필요로 했던 게 내가 아니라 너였다는 걸 잊지 말렴.”

여전히 못미더운 표정으로 사와무라는 입술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있었기에 크리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것까지 털어놓고 싶지는 않았는데.

“네 문제라면 사와무라 네가 머신을 너무 많이 믿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너만큼 머신을 믿지 않아.”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 사와무라에게 타키가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여름 밤의 서킷은 한낮과는 달리 시원하기만 했다. 잠이 들지 못하고 패덕 건물을 어슬렁거리던 크리스는 개라지의 내려진 셔터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테스트 전에 타카시마가 귀띔을 해 주었다. 내년에 영입할 드라이버 후보를 데리고 와서, 머신을 소개시켜 줄 것이라고. 후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크리스는 그 선수가 내년 드라이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타카시마는 그런 사람이었다. 타키가와의 인디아나폴리스 크래쉬가 있기 전, 타카시마는 크리스에게 다음에는 우리 팀으로 오지 않겠냐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크리스는 미소와 함께, 그건 저희 매니저와 상의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타카시마가 두 번째로 같은 말을 꺼냈을 때는, 일단은 그리고 테스트 드라이버라는 두 조건이 달라졌지만, 타키가와가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크리스는 매니저라는 말을 입에 담는 대신, 계약서를 훑어보겠다고 답했다. 테스트 드라이버가 레귤러 드라이버로 돌아가는 것은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1년을 다른 시리즈에서 보내다가 돌아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크리스는 다른 시리즈는 생각하지 않았다.

집착이었다. 애착이었다. 타키가와는 사와무라의 말과는 달리 머신을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가 사랑하는 것은 레이싱이었다. 머신은 그것을 위해서 이해해야 하는 존재였다. 머신에서 100 퍼센트를 찾았고, 꼭 그만큼을 믿었고, 그 역시나 그만큼을 보이려고 했다. 레이스는 언제나 자신과 머신의 한계치를 찾는 과정이었다.

사와무라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으로 같이 한 테스트 첫째 날, 기대치와는 다른 모습에 타카시마가 용케도 저 계약을 위쪽에 설득시켰구나 하는 놀라움에 가까운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둘째 날 그 인상이 바뀌었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개라지 안에서 시종일관 들떠있는 모습이 사와무라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고 곧 크리스는 알게 되었다. 사와무라가 알기 쉬운 타입이었기 때문에 아마 다들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 팀에서 가장 머신을 사랑하는 것은 사와무라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런 이유로 가장 괴로워하는 것도 사와무라였다. 한 시즌 내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진화하는 머신은 언제라도 완벽하지 않은 것이었다—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우승을 한다고 해도. 하지만 사와무라는 그것이 완벽하다고 믿고 있었다. 리타이어가 이어져도 자신이 매 경기의 반 이상을 소화한다는 사실도 보지 못하는 듯, 머신 트러블조차 자신의 책임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째서인지 크리스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머신을 다루는 법은 알고 있었다. 부서진 머신을 수리하는 것이나, 경기 후 텔레메트리의 곡선을 해독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는 것은 차라리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드라이버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오해를 푸는 법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사와무라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야.”

사와무라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타키가와의 말에 토를 달지는 않았다. 처음보다는 차분해진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식의 일방적인 대화가 옳은 것인지 크리스는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사와무라와 이렇게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사와무라가 평소 보이는 모습대로라면 가벼운 격려가 어울릴 테지만, 이미 사와무라는 지난 경기에서 월 오브 챔피언에 부딪혔으니 나쁘지 않은 거라는 크루들의 농담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아니, 들었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른 채로, 전 챔피언들을 리타이어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웃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크리스는 이것이 필요한 것이라고 확신했다—사와무라가 믿고 있는 완벽이라는 벽은 깨져야 했다. 최소한 크리스를 위해서라도. 사와무라의 말은 이 서킷의 벽에 부딪혀서 이런 곳까지 떨어진 크리스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정말로 나처럼 되고 싶다면, 적어도 그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구나. 자, 일어나자. 타키가와는 먼저 일어나 사와무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타키가와의 손을 잡으며 사와무라도 아스팔트 바닥에서 일어났다.

“타키가와 씨.”
“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라는 말을 삼키며 사와무라는 고개를 젓고는, 잡은 손을 꼭 쥐었다.

 

 

내용과 상관 없는 설정들
9번째 미국전이 있기 전까지 사와무라의 성적은 8전 2완주 6 리타이어……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우와 무리수………….

시즌은 총 18라운드로 사와무라의 캐나다까지의 성적은

개막전 호주, 리타이어 랩 27, 트랜스미션
2전 바레인, 리타이어 랩 33, 스핀
3전 산마리노 14위. 0득점.
4전 스페인, 리타이어 랩 46, 유압
5전 프랑스, 리타이어 랩 55, 펑쳐
6전 유럽, 리타이어 랩 13, 사고 (타드라이버와 충돌)
7전 모나코, 12위. 0득점.
8전 캐나다, 리타이어 랩 62, 사고

이래서 8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아직 무득점. 남은 경기는 9라운드 미국을 시작해서 영국, 독일, 헝가리, 벨기에,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 브라질. 사와무라네 팀은 영국에서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한 B타입을 투입했고, 이탈리아에서 또 메이져 업데이트가 있었다. 사와무라도 미국전 이후에는 후반부에는 리타이어가 줄어서 최종적으로는 두자리수 포인트로 시즌 종료 라는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