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오 아키라

사쿠라자와의 아키라 생일이라는 트윗에 아키라와 교수님 이야기

 

이런 곳에서 만날 것이라는 사람과 마주친 바람에, 나가오 아키라는 잠시 도서실 문 앞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단신의 남자는 문 앞을 가로선 것이 그가 담당하는 부원이라는 것을 알고는 나가오 군이라고 이름을 불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꾸벅이면서 아키라는 입을 열었다.

“여기서……”

뭐 하세요? 라고 묻기 전 아키라의 눈은 키쿠카와 감독의 얼굴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가, 감독이 들고 있는 책에 다다랐다. 팔에 한가득 들린 책은 대출권수를 가득 채운 것이 분명했다. 책등에 인쇄된 제목에서 낯익은 단어가 반복되어 보였기에 그는 물으려던 질문 대신에 다른 말을 건넸다.

“여기서 책 빌리시네요, 교ㅅ—감독님도.”
“그렇다네. 자네는?”
“저도. 지난번에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말하신 책 좀 찾아보려고요.”

애매하게 웃어보이자 학생들에게는 교수님이라고 널리 알려진 키쿠카와 감독은 실로 교수다운 분위기를 풍기며, 좋은 자세라고 칭찬하며 아키라를 지나쳤다. 보통 때라면 어쨌든 교실과 복도와 운동장이 아닌 곳에서는 만날 일이 없던 감독을 도서실에서 마주친 것은 아키라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빅 이벤트였기에 아키라는 마사아키나 요시미에게도 그런 적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었다—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아키라 너처럼 도서실에 자주 가지는 않으니까”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또 다시 감독을 도서실에서 마주친 것은 부활동이 끝난 후에야 퇴근을 하게 되는 감독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 전보다 무거워 보인다는 목격담을 들을 때 즈음이었다. 이번에는 얼굴을 마주친 것이 아니라, 책을 찾으러 서가를 이동하던 도중 감독이 책장에서 책을 고르는 모습을 보았다. 찾으려던 책을 찾고 나오는 길에 아키라는 감독이 있던 칸에 다가가 보았다. 아키라는 주의 깊게 보지 않은, 얼마 안 되는 스포츠 관련 책들이 있는 곳이었다. 비어있는 칸의 한쪽 옆에는 지난번에 제목을 본 책들이 있었다. 오래 되어 보이는 책이었지만 앞으로도 두어 권 책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아키라는 도서실의 보유도서 목록에 새삼 감탄하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감독은 도서실의 야구 관련 책들을 독파할 모양이었다. 아키라는 감독이 빌려갔던 책을 한 권 꺼내서 펼쳐 보았다.

학기가 지나며 교수진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 아키라는 교수 같은 사람이 야구부의 감독을 맡게 된 것은 누군가의 장난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는 감독에게 조금 실망하면서도 선배들의 태도를 보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납득해왔다. 하지만 아키라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교수는 정말 교수다운 접근을 하고 있었다. 부활동을 진지하게 하는 것은 중학교 때는 보결(및 세미레귤러) 생활만 하던 자신들 셋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기뻤다. 올해는 또다시 연패 기록이 추가되었지만 내년에는, 졸업하기 전에는—…… 책장에 등을 기대며 아키라는 소리가 나지 않게 혼자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