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음

“조금 던지고 싶어졌어.”

무엇때문에 그런 말을 할 생각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부원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전철에 카네마루와 둘만이 남았을 때, 잠깐동안의 휴식기간 동안 무어을 할 지 이야기를 하던 토죠의 입에서는 자연스레 그런 말이 나왔다. 이건 카네마루에게나 말할 수 있을 이야기이기는 했다. 신지라면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토죠는 옆을 돌아보았다.

“그래?”

다크서클이 가시지 않았지만, 카네마루에게서 느껴지는 장난기에 조금 나쁜 예감이 들었다. 토죠의 예상대로라고 할지 카네마루는 웃음기를 감추지 않은 채로 말을 이었다.

“좋아. 너 오랜만이라고 사와무라보다 못하는 건 아닌지 잘 봐줄게.”

기숙사까지 돌아가는 며칠동안, 쉬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고 했잖아.”
“오랜만인데 조금 가지고 되겠아? 거기다 너도 오랜만에 기분 좋아보이고.”

늦잠을 자기는 했지만 아침부터 이어진 자율훈련을 끝내며 토죠는 불평을 내뱉었지만, 카네마루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이렇게 공을 던지는 것도, 이런 기분을 느껴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반박하는 대신에 한숨 섞인 웃음을 지어보이자 카네마루도 그것 보라는 듯이 웃었다.

원래대로라면 정말로 조금, 공을 던져보고 그 다음에는 배팅센터에라도 갈 생각이었지만 이미 점심시간도 지나있었다.

“우리집에 가서 밥 먹을래? 어제 오늘 엄마가 이것저것 했어.”
“그래.”
“신지네 어머니도, 오랜만에 봤다고 좋아하시지 않아?”
“그런 것 치고는 오늘도 아침부터 늦잠이나 잔다고 혼났어.”
“아주머니 여전하시잖아.”

아침에 토죠가 집에 찾아왔을 때, 카네마루가 조금 기분이 안 좋아보인 것은 그런 이유였던 걸까 싶어서 토죠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며칠동안이지만 집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하루 종일 교복을 입는 일 없이 사복을 입고, 좁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이층침대가 아닌 온전히 자기 방에서 잠을 잔다. 기숙사와는 달리 늦잠을 자도 깨워주는 사람이 있는 것은 집에서나 가능한 특권이었다. 기숙사에서는, 팀에서는, 그런 식으로 챙겨주는 사람 없이 실수는 실수로 남아버린다.

“기숙사에 돌아가면 카리바한테 부탁해볼까.”
“응. 카리바도 바빠지겠잖아.”

집으로 돌아가며 토죠는 중얼거렸다. 꼭 중학교에 있을 때 같았다. 꼭 일년쯤 전일까, 카네마루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잘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던 때 같았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 기대와 막연한 희망 같은 것이 있던 때였다.

“사와무라도, 어떤 얼굴 할지 궁금하지 않아?”
“어—그건 꼭 보고 싶은데.”

그리고 다시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