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ts사와

고시엔을 보다가 어디 학교였나 여자야구부원들이 응원온 게 꽤 귀여워 보여서…… 여자야구부 ts사와 + 두 사람 모두 2학년 설정.

 

3학년들이 여름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차기 주장은 누가 될지 궁금해 한 것은 카네마루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해에 3학년이 되면 책임감도 늘어날 것이지만 주장이니 부주장이니 하는 자리는 더더욱 일이 늘어난다. 겨우 왕자의 자리에 복귀한 온 선배들의 업적을 이어야 한다는 부담 가득한 자리였기에 카네마루는 내심, 중계화면에서도 강조되어 표시되는 캡틴이라는 이름이 멋있다기보다는 귀찮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3학년 주장진이 차기주장으로 추천한 것은 카네마루 신지였다. 감독의 부름을 받기 전에 세 사람의 부름을 받은 자리에서 들은 바로는 만장일치로. 세 사람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카네마루에게 그 소식을 전했다. 불행히도 카네마루는 아직도 미유키나 쿠라모치나 조노를 앞에 두고 아니요, 라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감독을 앞에 두고 그러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그 후로는 긴장으로 가득한 하루하루였다. 처음으로 1군으로 공식전에 데뷔할 때만큼 긴장했다. 주장으로서의 첫 우승은 처음으로 점수를 내던 때만큼 기뻤을 것이다. 그런 기쁨을 만끽할 시간은 부족하기만 했지만.

미유키 세대가 그랬듯이 가을 대회가 끝나고서야 카네마루도 한숨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누굴 위해서 하는 야구는 아니었지만,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기숙사나 복도에서 마주치는 은퇴한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성적을 내는 것에 성공했다는 것은 큰 안도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런 카네마루와는 달리 주장이라는 직책에 아무런 부담도 갖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카네마루, 이번 오프 때 할 일 없으면 같이 쇼핑가자.”

카네마루와 엇비슷한 정도로 까무잡잡하게 탄 피부에 쇼트컷을 한, 올해도 같은 반이 되어버린 야구소녀 사와무라 에이쥰. 오랜 고민 끝에 여자야구부로 소속을 옮겨서 카네마루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주장으로 임명받은 사우스포—지만 교실에서는 수업 중에 숙면을 취하거나 숙제를 잊어버리는 일도 일쑤지만, 그것을 미워하는 선생님은 신기할 정도로 없는 쁘띠 문제 학생.

세이도 여자야구부는 남자야구부에 비할 규모는 되지 못했지만, 사와무라를 영입한 이후로 3학년들은 지난 몇 년간의 설욕전을 하겠다며 의욕이 가득했고 고시엔이 시작되기 전에 있었던 여자부 대회에서는 그 미션을 완수했다—고 카네마루는 선배들에게서 건너건너 들었다. 정작 당사자인 사와무라의 입에서는 그런 이야기보다 시합에 나가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선배들이 나를 믿고 주장을 시켜주었다는 흥분에 가득 찬 이야기만이 나왔던 것을 카네마루는 잘 기억한다.

“야, 내가 할 일이 있을지 없을지 어떻게 알고…….”
“왜? 토죠가 이번 오프 때 별로 할 일 없을 거라고 그러던데.”

이번 오프는 할 일 없이 보낼 예정이었는데…… 아무래도 휴일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모양새에, 카네마루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와무라의 쇼핑은 카네마루의 쇼핑보다 남자야구부 매니저들의 쇼핑에 더 가까웠다. 딱히 매니저가 없기에 비품을 사오는 것은 당번제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사와야 할 것이 그리 많지 않을 때는 어차피 학교 근처 기숙사에서 산다는 이유로 사와무라가 나서곤 하는 것을 카네마루는 잘 알고 있었다—똑같은 이유를 대며 카네마루에게 같이 나가자고 물어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카네마루도 언제나 어울리는 것은 아니고 서너 번에 한 번 정도는 거절하는 편이었다.

평소와 비교하면 매우 늦은 시간에 기숙사에서 나와서 먼저 쇼핑을 끝마치고, 점심을 먹는다. 이후에는 마지막으로 야구용품점에 들려서 구경을 하는 것이 사와무라의 쇼핑에 어울릴 때의 루틴이었다. 한창 붐빌 시간이 지난 것인지 여유가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점원이 테이블에서 떠나자 사와무라가 입을 열었다.

“아, 맞다. 토죠 여자 친구 생겼다며?”
“어떻게 알았어? 얘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 우리 부원들은 벌써 다 알고 있던데. 사귄지 조금 됐다고.”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사와무라는 오렌지주스를 빨대로 빨아들였다. 토죠에게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은 개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유독 학교에서 늦게 나온다 싶었는데, 방과 후에 고백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야구부원들에 대한 주목이 다 가시지 않은 때라서 그런지 아직 주변에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던가. 신지도 당분간은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어, 토죠는 꽤나 진지하게 말했기에 카네마루는 아직까지 레귤러 중에 여친을 만든 승리자(라고 쓰고 배신자라고 읽는다)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사와무라의 말을 들어보니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사정이 달랐던 것인지, 이래봐야 비밀로 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네마루가 입을 다물고 있자 사와무라는 아마 누구랑 누가 같은 반이라 그런가 보다고, 아마 토죠의 여친과 사와무라의 부원의 이름을 언급하며 중얼거렸다. 카네마루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카네마루…… 부러워?”
“누가…!”
“여름에…… 야구부 애들 멋있었다고 고백하겠다는 애들 꽤 있었는걸. 근데 우리 학년 중에 여친 만드는 데 성공한 건 토죠밖에 없으니까.”

말이 없어서, 부러운 건가 해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 사와무라는 카네마루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컵에서 떨어지지 않은 손끝이 빨대를 꾹 누르고 있었다.

“별로. 부럽다고 해도 그럴 시간도 없어.”
“응, 응. 주장이라 바쁘지.”

카네마루의 대답에 사와무라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언가 만족스러운 것인지 혼자서 히죽 웃었다. 이 이야기는 끝났겠지, 라는 생각에 카네마루도 플라스틱 컵에 입을 가져다댔다. 몇 모금 마시지도 않았건만 음료수는 거의 다 줄어들어서 컵에는 얼음만이 남았다.

“카네마루, 인상 좀 펴고 다녀.”
“야.”
그리고 덧붙인 말에 카네마루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화를 냈지만, 사와무라는 천연덕스레 말을 이어갔다.
“아니, 정말로. 우리 1학년 애들도 너 인상 때문에 다가가기도 어렵다고 하잖아. 그것만 빼면 너도 멋있는데.”
“어?”
“너도 멋있었다고. 유니폼이 그렇게 더러워질 정도로 뛰었잖아. 거기다가 경기 끝나고…….”
“잠깐만, 잠깐만.”

시합 종료 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교가를 부른 다음에 눈물로 가득한 얼굴을 닦았던 것만은 기억하고 있는 카네마루는 급히 사와무라를 멈추었다. 설마 응원석에서까지 그게 보였던 걸까. 그런데, 그 전에 뭐라고 했지?

“왜?”
“정말 나, 멋있었어?”
“응.”

순간 두근거리며, 사와무라가 웃는 모습은, 볕에 탄 피부색과는 전혀 상관 없이 평소보다 더 밝아 보였다.

한 순간 뿐이었다.

“다들 평소보다 훨씬. 고시엔이라 역시 다르더라. 좋겠다, 나도 가고 싶다, 고시엔.”

입을 열자마자 사와무라는 다시 평소의 사와무라로 돌아왔고, 카네마루는 아주 잠깐 동안 이런 분위기라면 괜찮지 않을까 했던 기대를 접어야 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야구부가 금의환향한 다음에 고백을 받은 건 토죠만은 아니었다. 사와무라와 같이 돌려보던 순정만화에서 나온 것만 같은 전형적인 고백은 카네마루에게도 찾아왔고, 그의 고교생활에도 여친이라는 존재가 생길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카네마루는 상대를 실망시켜야만 했다.

“미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불행히도 카네마루에게는 그 여학생처럼 먼저 좋아한다는 말을 할 용기는 없었기에, 꼭 사와무라가 말한 만큼만 돌려주기로 했다.

“고시엔이 아니라도, 너도 멋있어. 야구하는 거.”
“우리 경기하는 거 본 적 없으면서.”

사와무라는 장난스럽게 투덜댔다. 사와무라는 고시엔까지 응원을 왔지만 카네마루가 그랬던 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카네마루는 그건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에 점원은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왔다. 사와무라는 점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하기 전에 손을 모았다. 데이트가 되지 못한 오늘의 쇼핑도 아무 일도 없이 끝날 것이라는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