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마루 신지 생일

카네마루 생일 축하해!

 

카네마루의 고교 첫 생일은 조용하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여름방학의 끝자락에 있는 생일에 무언가 크게 기대한 적도 없었고, 올해는 더더욱 그랬다. 전날부터 연습시합이 있었고 오늘은 그 야쿠시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생일은 조금은 특별한 날이었으니까. 생일파티 같은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축하한다는 말은 듣겠지. 아침 일찍부터 집에서 온 문자를 확인하면서 카네마루는 생각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몇달이 지났고 그 사이 생일을 축하해준 친구도, 카네마루에게 생일을 물어본 친구도 있었다. 꼭 그정도의 반응이 있었다. 아침에 마주한 야구부의 몇몇은 카네마루에게 가볍게 생일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이런 식이라면 저녁 때는 조금 시끄러운 축하인사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야쿠시와의 연습시합이 끝나고, 카네마루는 저녁 때는 그저 조용히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런 일도 없이 지나가지는 않았다. 다만 그것은 카네마루의 생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었을 뿐이었다. 기숙사로 돌아온 부원들은 조금 풀이죽어있기는 했지만 곧 평소와는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도 오늘 유독 조용하게 느껴지는 것은, 가장 떠들썩한 누군가가 없어서 그런 거겠지. 저녁을 먹고 잠시 방 안에서 쉬고 있던 카네마루는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에 몸을 뉘였다.

잠시 졸았던 것인지, 카네마루는 노크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슬며시 문이 열리고, 신지 안에 있어?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응. 왜?
아 자고 있었어? 같이 잠깐 나갔다 오자고.

잠시 생각하던 카네마루는 기숙사 방에 있어보아야 또 졸아버릴지도 모르고, 자율연습을 한다면 또 오늘 시합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남은 방학, 오늘의 연습경기, 감독에게 불려간 사와무라, 벤치에서 일어났을 때는 말라버렸던, 그가 모른 척 한—카네마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러닝?
아니, 그런 것까지는 아니고. 산책?

산책은 조금 긴 길이었다. 평소에는 그다지 갈 일이 없는 패스트푸드점까지 나갔을때야 카네마루는 토죠가 무슨 생각이었는지를 짐작하고는 피식 웃었다.

생일이잖아?

카네마루의 웃음소리에 토죠도 답했다.

 

신지가 좋아하는 게 치즈버거라서 다행이야.
뭐, 이것도 오랜만이네. 잘 먹을게.

래핑지가 손가락 아래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 속에서 카네마루는 햄버거를 입에 물었다. 치즈버거, 엑스트라 치즈. 간만에 먹는 패스트푸드의 맛이 어색해서 카네마루는 금방 음료수를 입에 물었다.

너네 옆방은 어때?
응? 아—사와무라? 글쎄, 오늘은 쿠라모치 선배도 조용한 거 같아서 모르겠어.
그래.

짧게 대답하고 다시 햄버거를 한입 먹는 카네마루를 바라보며 토죠는 감자튀김을 하나 집었다.

신지, 너무 걱정하는 거 아니야?

딱히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걱정을 한다면 사와무라를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생일은 하루만에 지나가지만, 사와무라와 같은 반인 것은 아직도 반년 더, 야구부는 2년이 더 남아있었다. 사와무라가 아니라, 그냥 앞으로의 팀을 걱정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카네마루는 남은 햄버거를 입에 집어넣었다.

 

사와무라가 카네마루의 생일을 안 것은 토죠의 생일때였다. 2학기가 시작하고, 신팀의 멤버는 아직도 확실하게 고정된 것이 아닌, 가을대회 기간 중이었다.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토죠와 마주쳐서, 아무렇지 않게 카네마루가 말을 꺼낸 것이 시작이었다.

오늘 생일이니까 내가 살게.
오오, 고마워. 그럼 뭐 시킬까—.

두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사와무라가 끼어들었다.

토조 오늘 생일이었어?!!

갑자기 옆으로 달려온 사와무라에게 토죠는 조금 놀라서 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와무라가 소리치는 바람에 아마 복도에 있는 사람들도 그것을 강제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카네마루의 반대편에서 토죠를 붙잡고 생일 축하한다면서 시끄럽게 구는 사와무라에게 조용히 하라는 주의를 주며 카네마루는 걸음을 계속했다.

 

학생식당에는 생강초절임이 따라나오는 메뉴가, 카네마루가 아는 한, 없었기에 카네마루는 생일때 토죠가 그랬듯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 줄 수는 없었지만 뭐, 달리 무엇을 주고받을 시간도 없었다.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중에 사와무라는 토죠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오늘 마스코 선배 생일이라고 아침에 쿠라모치 선배가 그랬는데! 같은 이야기를 하던 모양이었다.

저녁때 마스코 선배한테 줄 푸딩 사러 쿠라모치 선배랑 같이 편의점에 갈 건데, 토죠는 뭐가 좋아?
아—그럼 좀 생각해 봐도 괜찮아? 뭐가 좋을지.
잘 생각해야겠다, 이런 때 아니면 저녀석한테 얻어먹을 일도 없을 거라고.

사와무라의 제안에 그건 조금 고민해봐야 겠다는 토죠에게 카에마루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으며 사와무라를 바라보았다. 사와무라는 카네마루의 못미덥다는 태도가 불만이었는지 카네마루에게 소리쳤다.

이 사와무라를 뭘로 보고! 카네마루 생일 때도 사 줄테니까! 자, 카네마루는 언제가 생일인데?

카네마루는 의기양양하게 물어본 사와무라를 무시했다. 대신 대답한 것은 토죠였다.

아—그거 벌써 지나갔어, 사와무라.
에 정말? 언제였는데? 일찍 알았으면 좋았잖아.

사와무라는 토죠와 카네마루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좋지는 않았을 거였다고 카네마루는 생각하며 고개를 숙인 채로 밥을 먹는 데에만 집중했다. 젓가락을 입에 물 때마다 떫은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이번에도 카네마루 대신 대답한 것은 토죠였다.

8월 28일이야, 신지 생일.
한참 전이잖아? 그럼 내년 생일은 잊지 않고 축하해줄게! 8월 28일….

정말로 잊어버리지 않을 생각인지, 사와무라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메모를 적고 있었다. 토죠는 옆자리에 앉아있던 사와무라가 제대로 적은 것인지 확인하듯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뭐 먹고 싶은지 이따가 문자할게, 하고 말했다.

그리고 있지, 사와무라, 신지는 치즈버거 좋아해.
오! 고마워 토죠!!

이어지는 토죠의 목소리에 카네마루는 고개를 들어 토죠를 쳐다보았다. 아무렇지 않게 왜? 라고 물을 것만 같은 얼굴에 카네마루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생활 두 번째로 찾아온 여름은 길었다. 여름의 끝자락에 있는 생일이 다가오는 것이 카네마루에게는 유난히 멀게만 느껴졌다.

그날은 밤 늦은 노트소리에 이 시간에 누구냐며 투덜거리며 문을 열자 들려온 사와무라의 목소리로 시작했다.

“카네마루, 생일 측하해! 편의점에서 파는 거라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