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배터리가 보고 싶습니다

사와른 전력 주제를 보고 생각난 거지만 쓰고 보니까 마운드라는 주제랑 관련 없는 것 같다

 

세이도에는 미유키 카즈야라는 부동의 정포수가 있다. 이 사실은 사와무라에게는 도쿄까지 올 계기가 되었다고 들은 적이 있었고, 후루야도 비슷한 모양이었다. 후루야는 사와무라와는 달리 그런 이야기를 먼저 나서서 꺼내지는 않기에 이 이이갸기가 나온 것은 아마 두 사람과 같이 있던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카리바는 두 사람에게 똑같이 미유키 선배라면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랬을 것이다. 같은 사실은 카리바가 1년이 넘도록 등번호를 받지 못하는 이유였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분명 그것이었다. 카리바가 입학했을 때 1군에는 미유키 선배와 미야우치 선배가 있었고, 3학년들이 졸업하고는 미유키 선배와 오노 선배가 있었다. 선배들이 졸업하면, 이라는 기대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2학년 때 들어온 신입생들을 본 후로는 선배들이 졸업한 이후에도 포수 포지션은 경쟁이 심할 것이 예상되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이도는 강호교니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했다. 그 해가 아니라면 고등학교 3년 내내 등번호를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다. 등번호를 받고 자리로 돌아온 후에야, 기쁨과 함께 떠오른 것은 그런 것들이었다. 물론 등번호를 받았다고 해서 1군으로 경기에 나간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가을은 다음 해를 앞두고 팀내 포지션 변경이 아직 유연한 시기이기는 했지만, 당장은 그런 불안요인은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기뻤다. 유니폼을 손에서 놓지 못하던 그가 기념으로 공을 받아달라는 사와무라를 거절하지 못할 정도로—그렇다고 평소의 카리바가 거절을 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때의 카리바는 적당한 거절이 필요하다는 선배들의 말조차도 모두 잊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 모두 기쁘기만 했다. 익숙하지 않은 것. 불펜과 실내연습장이 아니라, 응원단석에서 바라만 보던, 백스크린이 보이는 자리. 기대하던 것과 마주했을 때 그것을 마음 편히 즐길 정도의 대담함은 없는 모양이라고 자조적으로 생각하며 카리바는 포수 마스크를 마지막으로 한 번 조절해 보았다. 마스크 너머에는 불펜이나 실내연습장에서 수없이 보았던 사와무라가 있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카리바는 사와무라에게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마주해 본 적 없는 마운드에서의 사와무라조차 어쩐지 달라 보인다는 것은 카리바가 예상하지 못한 점이었다—틀린 그림 찾기는 그의 특기였지만 사와무라가 달라진 것인지 혹은 카리바의 착각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공은 무사히 미트로 들어왔고, 카리바는 나이스볼이라는 말과 함께 사와무라에게 공을 되돌려주었다. 그리고 돌아온 익숙한 미소에, 자리에 앉은 그는 이곳이 이제는 그가 익숙해져야 할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