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expired

후루사와의 소재 멘트는 ‘난 널 싫어해,아마도.’, 키워드는 시간여행이야. 가차없는 느낌으로 연성해 연성 << 여기서 시작된 후루사와인데 가차 없는 느낌 그런 거 없다. 미래날조에 캐릭터 사망 소재.

 

어색한 자리였다. 사와무라의 고향, 와 볼 것이라고는 상상해 본 적도 없던 집,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것이 분명한 방. 색이 바랜 사진들은 옛날 본 적이 있는 중학교 친구들과의 사진. 그리고 그 사이에 붙어있는 고등학교 시절의 사진. 분명 자신도 받은 기억이 있는 사진이지만 지금은 그것이 어디 갔는지 후루야는 기억할 수 없었다. 돌아가는 길 내내, 채 가시지 않은 향냄새에 다시 그는 그 사진을 떠올렸다.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이었다.

다행히도 책장 한쪽에 있던 앨범에 남은 얼마 되지 않는 사진 가운데에 그 사진이 있었다. 사와무라가 있었다. 사진 속의 사와무라는 언제나 웃고 있었다. 그러니 검은색에 어울릴만한, 애매한 정도의 미소만 지은 사진도 없었을 것이다.

“네가 싫다.”

오늘만큼은 그랬다.

어느 순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스포츠 신문과 잡지가 늘어진 매대였다. 유리창 밖은 어두웠다. 창으로 비친 것은 생필품 등이 놓인 줄, 그 너머의 음료수 냉장고. 편의점이 분명했다. 유리창 밖은 어두웠다. 가로등 불빛이 몇 보일 뿐,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때마침 들린 어서 오세요 하는 점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을 때,

점원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추운지 어깨를 움츠린 채로 가게 안으로 걸어들어온 사와무라가 있었다. 사진 그대로의, 사와무라 에이쥰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오, 왔냐.”
“푸딩은?”
“여기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쿠라모치는 게임을 정지시켰다. 뒤로 뻗은 손에 푸딩과 비닐스푼이 넘겨졌다. 푸딩 뚜껑을 벗기고 한 스푼 문 쿠라모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곧바로 사와무라가 곧바로 침대에 눕는 소리가 들린 후에도 그 특유의 알루미늄 껍질이 플라스틱에서 뜯기는 소리도, 작은 수저를 빨아대는 소리도 들리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고개를 돌리자, 침대에 누워 벽을 바라보고 있는 사와무라의 등이 보였다.

“네 건?”
“없어요.”
“왜? 돈이 없었어? 그럼 얘기를 하지, 얌마.”
“그게 아니라…….”

선배의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로 말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말끝도 흐렸다. 손이 닿는 거리 안에 집어 던질 것이 없나 두리번거리던 와중 남은 대답이 들려왔다.

“적선했어요.”

적선이라니 답지 않은 단어선정이었지만, 그렇게 내뱉은 사와무라는 한껏 벽 쪽으로 몸을 웅크렸다. 쿠라모치는 사와무라의 저런 모습을 지겹게 보았다.

“이리 와, 한 입 정도 먹여줄 테니까.”
“정말입니까?”

풀이 죽어 있는 줄 알았더니만 먹을 것 하나에 금방 침대에서 튀어나와 옆에 무릎을 꿇은 사와무라는 여느 때와 달리 조금 짜증나는 후배였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터진 입술에 쿠라모치는 인상을 쓰면서, 플라스틱 스푼에 올라갈 양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푸딩에 스푼을 푹 찔러넣었다.

 

오늘만큼은 그랬다, 후루야는 오늘만큼은 사와무라가 정말로 싫었다. 그래서 편의점을 나가는 그를 쫓아갔다. 사진속 그대로의 모습을 한 그 소년이 정말 사와무라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런 의심 없이 걸어가던 사와무라의 어깨를 잡아서 소년을 자신에게 향하게 했을 때, 사와무라는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후루야의 키는 훨씬 자라서, 사와무라가 후루야를 올려다보는 각도는 이전보다도 높아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마주한 것은 졸업식 때였다. 소년은 그때의 사와무라와는 다른 표정이었다. 분명히 그때 후루야는 사와무라에게 언젠가 프로로 와야 한다고 말했었다. 후루야는 그 후로 사와무라를 마나지 못했고,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장례식에서도 울지 못한 그였지만, 그 울분을 모두 눈앞의 소년에게 털어내고 있었다. 어두운 골목길에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럴 거면 야구 같은 건 왜 하는 거야.

마지막으로 소리친 말을 끝으로 골목길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렇게 소리를 쳤지만 아무도 불을 켜고 밖을 내다보는 사람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여전히 가로등 불빛만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와무라는 입술을 꽉 깨문 채로 후루야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후루야의 손이 사와무라에게서 떠난 후에도 사와무라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있었다.

후루야가 냉정을 찾고 사과의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행동한 것은 사와무라였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기분…… 풀어요.”

머뭇거리면서도 사와무라는 그렇게 말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싶더니만, 방금까지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던 손에 차가운 푸딩을 쥐어주었다. 후루야의 손가락에 닿은 손이 조금 떨리는 것 같았다.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지도 모르니까……. 이거, 우리 선배가 추천해 준 거니까, 맛있을 거예요.”
“아…….”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사와무라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야구는! 잘못이 없으니까!”

겨우 눈을 마주치고 평소와 같이 큰 소리로 외치며 겨우 웃음을 보인 사와무라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다고 생각했다.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와무라가 먼저 몸을 휙 돌려서 뛰어가 버렸다. 애초에 후루야에게 어깨를 잡혔을 때에 소리를 지르고 도망가 버려도 이상하지 않았건만.

“바보.”

중얼거리고는 후루야는 손등으로 눈을 훔쳤다. 어느 샌가 그도 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시, 눈앞에 보이는 것은 웃고 있는 사와무라의 사진이었다. 사진첩의 비닐 위에 있던 눈물 위로 또다시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한 손에는 푸딩이 들려있었다. 푸딩은 아직도 차가웠다. 후루야는 푸딩을 바라보았다. 사와무라가 자주 사던 제일 싼 푸딩이 아니라, 모처럼 큰마음을 먹고 산 것이 분명한 몇 십 엔 정도 비싼 푸딩이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한정이라는 글자도 붙어있었다. 정말로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당장에라도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망설임이 반반이었다.

“…유통기한…….”

푸딩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에게 그제야 검은색으로 찍힌 날짜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그 뚜껑을 열어버리면 그것은 그가 좋아하던, 기분을 바꿔줄 지도 모르는 마법의 스위츠가 아니라 유통기간이 지나 썩어버린 평범한 음식물쓰레기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후루야는 사진 옆에 푸딩을 놓았다. 돌려줄게. 한 번 사와무라가 멋대로 열고 들어와서 후루야가 모르던 것들로 채워놓았던 하트에 마지막 날짜가 새겨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