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사와, au

여기서 이어지는 조각들 모음, 한 3년쯤 후? 둘은 20세 미만 희망. 본문은 1-6까지, 7쪽은 사담

 

시즌이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 그 팀의 라인업은 반쯤 차있었다. 이미 가을이 시작될 즈음 그들은 내년 시즌의 드라이버로 후루야 사토루를 데려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이른 나이에 데뷔했지만 루키 시즌에서 살아남고 소포모어 이어까지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무사히 마친, 안정성과 발전가능성을 겸비한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팀과도 같은 국적이라는 것도 이 경우 장점으로 작용했다. 오랫동안 일본 국적의 드라이버가 활약하지 못한 현재, 모사가 다시 팩토리팀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자국 드라이버를 키우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었다. 남은 한 시트에 대한 소문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후루야가 아직 젊은 드라이버였기에 경력이 풍부하여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드라이버를 데려올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 팀의 공석은 매력적인 자리였기에 영국과 유럽 대륙과 일본의 언론들은 각각 다른 후보들을 거론했다.

그러나 그 시트는 소문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채워졌다. 후루야와 같은 나이에 같은 국적의 선수였고, 지난 시즌에는 하위 클래스에 있던, 그러니 내년 시즌에 루키로 데뷔하게 되는 사와무라 에이쥰이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를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앞서 말한 배경도 그랬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지난 시즌 그가 일으킨 사건이었다. 하위 클래스에서 사와무라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시즌 중반까지 리드를 두고 다투던 우승후보였다. 그러나 사건은 7라운드에서 일어났다. 포인트 리더들은 럭키 세븐이라는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서로 크래쉬하며 경기를 끝내야 했다. 그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레이싱계에서는 작은 뉴스거리였지만, 크래쉬 후 분에 받힌 드라이버들끼리 벌인 난투극이 7라운드의 경기 결과를 묻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먼저 싸움을 시작한 사와무라는 2경기 출전 정지라는 패널티를 받았고, 챔피언쉽 우승도 그 시점에서 끝났다—물론 그가 보인 비스포츠맨적인 행위에 비하자면 한참 모자란 패널티라는 의견도 많았다. 그런 일이 있었기에, 소문에 따르자면 사와무라의 전 소속팀 팀 오너는 이적 오퍼가 들어왔을 때 몇 번이나 재확인했다고 한다. 당사자인 사와무라는 어쨌든 웃는 모습으로 이적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후루야는 내년 시즌 라인업에 대해서 사와무라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카트 시절을 같이 했고, 일본 국내 시리즈에서는 한 때 라이벌이라고 불린 사이였다. 마지막으로 같은 시리즈에 있었던 것은 몇 년 전—그렇지만 가끔 얼굴을 본 적은 있었다. 팀이 후루야에게 팀메이트 후보 명단을 가지고 왔을 때 후루야는 놀랐다. 우선 후루야는 자신이 팀메이트를 결정하는 데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팀이 그에게 후보를 알려준 것 자체가 예상 밖의 일이었고, 두번째로는 그 중에 사와무라의 이름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파일을 넘기는 손이 잠시 멈추고는 고개를 들었다. 팀 관계자는 예상했다는 듯이 후루야에게 미소 지었다.

공항 제1터미널 E번 출구, 시간은 아침 7시. 라고 전해들었지만 정작 그들을 인도해줄 사람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모자를 눌러 쓴 후루야는 캐리어를 들고 있는 사와무라를 내려다 보았다. 무엇인가 불편한 것인지 사와무라는 캐리어 손잡이 위에서 손가락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응.
잘 지냈어?
어……. 너야말로 잘, 아니다, 너는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더라.

사와무라의 말에 후루야는 피식 웃었다. 고개를 숙이며 사와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계약서에 달려있는 조항들로 볼 때, 사와무라는 그 팀이 그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알고 있었다. 이미 후루야와 사와무라 사이에는 경력이나 성적이나 하는 이름의 차이가 커졌다는 것을.

저기, 앞으로 잘 부탁해.
응. 팀메이트.

후루야가 새삼스럽게 청해온 악수에 사와무라는 손을 잡았다. 지난 몇 년간 사와무라가 텔레비전을 통해 보던 후루야가 아니라, 사와무라가 알고 있던 후루야가 분명했다. 그렇지만 분명, 테스트가 시작하고 시즌이 시작하면 넘버원과 넘버투가 나뉜다. 또 다시 넘버원을 넘겨줘야 하는 것은 싫었다. 다시 쥔 캐리어 손잡이가 그 사이에 차가워진 것 같았다.

후루사와

세이도에는 괴물이라고 불리는 1학년생이 있다는 이야기는 금방 도쿄 고교야구계에 퍼졌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1학년에게 요구되는 기대치를 웃도는 실력 때문에 붙은 호칭이다만, 괴물이란 대체로 정상의 범위에 속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수한 것도 도가 지나치면 그런 것이다. 처음 후루야가 던진 공을 받은 사와무라가 떠올리지 못한 말이었다. 조금 힘조절을 잘못했다는 말을 듣고 그저 멍하니 상상해 보았다. 마운드에서는 도대체 어떤 공을 던진다는 말일까. 대답은 곧 알게 되었다. 확실히 어울리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후루야와 같은 팀인 사와무라에게는 괴물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 걸까? 하는 질문은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1군으로 올라간 사와무라는 후루야를 괴물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라이벌, 이름은 후루야 사토루, 등번호는 훨씬 앞.

괴물이라는 단어를 사와무라가 떠올리기 시작한 것은 여름이 지나가던 어느 날이었다. “역시 이런 거 이상하지.” 입술을 떨어뜨리고, 끌어안고 있던 팔을 밀어내며 사와무라는 중얼거렸다. 후루야는 그렇게 말하는 사와무라야말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런 말도 돌려주지 않았다. 무엇이 이상하느냐는 질문도, 긍정도 부정도 아무것도 없었다. 사와무라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을 때야 손을 들어서 뺨을 쓰다듬었다. “싫어…?” 대답이야 정해져 있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떳떳하지 못한 일이라는 자각은 있었다. 가끔 점심시간에 교실 한구석에 모인 여자아이들이 소곤거리는 연애사처럼, 아무리 비밀스럽게라도 듣는 귀가 있는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둘만의 시간도, 공간도, 만들 수는 있었다. 두 사람이 늦게까지 남아서 그라운드를 달리는 일이 잦다는 것은 부원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목욕탕, 자판기 옆, 그라운드 옆의 벤치—낮과는 모두 다른 모습을 보이는 그 장소들은 그들에게 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쓸데없는 생각 하고 있는 건 아니야?” 후루야에게서 그런 말을 듣다니, 사와무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고민을 이야기 할 상대도 후루야밖에 없는 이상 그것이 정말로 쓸데없는 생각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둘 다 괴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당장 대답도, 그 질문의 끝도 찾을 수 없는 사와무라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얄궂게도 눈앞의 괴물 투수 뿐이었다.

후루사와, au

레이싱계로. 키워드 날개

트랙에까지 튄 파편과 그라벨베드에 누운 타이어. 그리고 두 대의 머신을 치우러 마셜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후루야는 가드레일에 기댄 채로 한참을 그 장소에서 떠나지 못했다. 사와무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레이싱 콘트롤에서는 이 크래쉬를 단순한 레이싱 인시던트로 처리할 것이 분명했다. 크래쉬 자체에 대해서, 끝내지 못한 경기 때문에 화가 나기는 했지만 사고라는 것은 명백했다. 올해도 이 트랙과의 상성은 좋지 못했다, 사와무라는 그것을 연습경기 첫째 날부터 깨달았고, 초조해 했다. 개라지로 돌아가면 분명 반성회가 이어질 것이다. 초조했던 것은 후루야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사와무라는 후루야를 바라보았다. 헬멧과 발라클라브에 눌린 자국이 그대로 남아 붉게 물든 뺨, 그리고 꽉 다문 입. 후루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이번에도 받지 못한 체커플래그를 제일 신경 쓰고 있을 것이다. 시즌 전반이 끝나가고 있었지만 후루야는 이번 시즌 팀메이트를 꺾은 적도, 포디엄에 오른 적도 한 번도 없었다. 착실하게 포인트는 쌓고 있었지만, 아무리 보아도 전년도 우승 후보답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팀 내에서 넘버원 시트 쟁탈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사와무라는 후루야가 그런 일에 말려들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 때는 라이벌이라고 불린 사이였다.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사와무라는 후루야에게 말을 걸까 했지만 아직 진행 중인 경기를 노려보고 있는 후루야를 보고 한숨을 내쉬고는 그것을 포기했다. 피트로 그들을 데려다 줄 스쿠터는 아직도 도착하지 않기에 사와무라도 가드레일에 팔을 기대었다. 후루야의 손에 들려있는 아무런 무늬도 없는 하얀 헬멧에 커다랗게 그려진 스폰서 로고 위로 가드레일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직 그런 대형 퍼스널 스폰서가 따르지 않은 사와무라는 여느 때 그것을 조금 부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후루야가 벗은 헬멧에 있는 스폰서가 광고에서 자주 쓰는 문구와 대비되었다. 그것은 꼭, 마치, 이번 시즌에 추락하기 위해서 달아준 날개였던 것일까.

 

모 스폰서는 날개를 달아주는 그 오오테 스포츠 드링크랄지.

후루사와, 에이쥰 입스때

타이어 위에서 연필로 써놓은 이름을 찾는 것은 어려웠다. 이쯤에 적어놓았다고 했던가, 지난 번에 이름을 적어놓았다면서 보여준 곳을 기억해 가면서 이름이 적혀있을 법한 곳을 한 바퀴 돌아가며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사실 후루야는 굳이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사와무라가 자기 파트너를 멋대로 데려가지 말라고 소리를 지를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 마운드에서 내려갔을 때 잘 부탁한다고 말한 이후로는……. 처음에는 무시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쪽은 무시할 생각은 없건만.

“히라가나…….”

연필자국을 발견했지만, 찾은 것은 이름만이 아니었다. 손대지 말 것. 그리고 조금 지워진 사와무라 에이쥰이라는 풀네임. 자신을 향한 것이 분명한 그 문구에 무언가 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손에는 연필조차 없었다.

그렇지만──히라가나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후루야는 그 문구가 말하는 대로 손을 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알지 못했다. 선배들도 감독도 일단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상책이라는 듯 아직까지는 별다른 지시가 없었다. 사와무라가 훈련 때 공을 잡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2군으로 내려간 것은 아니었다.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일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날 마운드에서 내려오기 전에 그에게 공을 건네던 팔이 글러브 안에서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당연하다고 웃으면서 말은 했지만 본인이 그럴 리가 없었다, 일부러 그렇게 큰 소리로 말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후루야도 그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강판되던 때. 그때는 입장이 반대였다. 후루야는 다시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고 사와무라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 타이어의 자칭 주인은 그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최근에는 답지 않게 도서실에도 드나들고, 수업 시간에도 전과 다르게 조용하다고 했다.

손대지 말 것이라는 말은 사와무라에게도 해당되는 걸까. 타이어를 내려다보면서 후루야는 생각했다. 벤치에서 후루야를 향해 큰 소리로 소리치던 목소리가, 그런 마음이 지금 필요했다.

후루사와, 8화

후루야는 그가 자신과 같은 타입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나가지 못하는 경기에는 관심이 없어서 남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라운드 한 편에 있는 비품창고의 문을 열어둔 채로 혼자 캐치볼을 하고 있는 소년.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첫 집합 때 지각을 한데다가, 그 후로도 꽤 시끄럽게 굴었던 1학년이었다. 물론 후루야는 그렇게 요란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훈련을 하지는 않기에, 시끄러운 점은 전혀 닮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와 짝을 이루어서 해야 할 캐치볼을, 야구를, 혼자서 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은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혹은, 그렇게 말했지만 후루야 또한 공을 받아주며 가볍게 몸을 풀 상대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캐치볼이라면 같이 할 수 있어. 후루야가 던진 말에 그는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환영했다. 자신의 권유를 기뻐하는 것은 신선한 반응이었다.

계속해서 글러브 끝에 공이 닿았다. 착지점을 잘못 계산한 건가.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 아니었다. 뜻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공. 기분이 나쁜 공을 던진다고 말했을 때 그는 잠깐 멍하니 무언가를 떠올리는 모습이었다. 역시 같은 타입일지도 모른다, 이런 공을 던진다면 친구들과 캐치볼을 하자고 해도 모두 피했을 확률은 꽤 있다. 경험상 그것을 잘 알고 있는 후루야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답지 않게 입을 다물고 있는 소년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잡기 힘든 공이라는 건, 치기도 어렵다는 뜻이잖아. 너… 피쳐가 어울릴지도…. 그러고 보면 그는 이미 투수 지망이라고 감독에게 밝혔던가—잡을 수 없을 정도의 공은 아니지만, 역시 닮았다. 기분 나쁜 공. 이쪽도 어깨가 좀 풀렸으니까, 세게 던져도 괜찮아? 아… 물론이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좋은 녀석일지도 모른다. 이곳에는 공을 받아줄 사람이 확실히 있었다.